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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지역포럼(ARF)의 의의와 정부의 역할
[시론] 아시아에서 미국의 단극 헤게모니 저지를 위한 방패로 활용해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6/07/27 [08:51]
ARF(아시아지역포럼)가 개최된다. 이와 관련한 일련의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한 포석에 포커스를 잡고 있다. 그런데 정작 ARF가 어떠한 모임인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상세하게 다루는 곳이 없다.

유럽안보협력회의처럼 아시아에서도 안보협력제도를 구축해보자는 취지에서 아세안 주도로 결성된 ARF는 1993년 출범했다. 출범의 의의는 단연 탈냉전 이후, 미국의 단극 헤게모니의 관철을 막고, 아시아 국가들이 냉전시기 미국이 행사했던 헤게모니의 수거가 시작되었음을 들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표면적인 지지 외에 주도적으로 ARF 결성에 개입하지 않았던 그간의 자세에서 볼 수 있듯이 마뜩치 않아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아시아 다른 '관련국가'와의 회담도 추진한다고 밝혔듯이 미국은 이번 6자 회담의 추진을 위해서 ARF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은 그간 아시아에서 관철시킨 양자주의의 특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해도 될 까? 이러한 미국의 다자주의적인 태도의 변화에 대해서 유럽 국제정치에 밝은 구춘권은 "양자적 관계에 기초한 미국의 초국적 헤게모니의 포기나 약화로 해설될 수는 없어 보인다. 1990년대에 논의된 형태의 지역 협력은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잠재력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미국이 이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면서 미국의 ARF 참여는 "오히려 미국 대외 정치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구춘권, 메가테러리즘과 미국의 세계질서전쟁, 117쪽, 책세상, 2005)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최후의 보루인 군사력과 관련하여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Global Posture Review)계획, 일본으로의 제1군단사령부 이전 등의 대표적인 사례만 추려 보더라도 아시아에 헤게모니를 넘겨줄 징후는 전연 보이지 않는다.

ARF는 아직 NATO와 같은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메커니즘이 결여"(구춘권, 앞의 책)되었다. 냉전 이후 탈냉전의 전환기에 놓여있는 아시아로서는 ARF가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가름 하는 바로미터다. 현재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하여 유엔평화유지군이 아니라 NATO군의 파견이 될지 모른다는 보도에 아랍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미 코소보 내전에서 보여주었듯이 NATO가 미국의 들러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NATO의 선례는 앞으로 ARF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암시해주고 있다.

이번 ARF 개최는 북한 미사일과 관련하여 미국의 노림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아쉽다. 앞으로 이러한 미약한 부분에 대한 수정과 아시아 회원국들 간의 각별한 협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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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27 [08: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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