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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의 위기, 이오덕 선생을 다시 생각함
[비나리의 초록공명] 교육개혁 한다고 등록금 올린 노무현식 개혁 끔찍
 
우석훈   기사입력  2006/07/18 [08:42]
우리나라에 훌륭하신 분이 누가 있냐고 하면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꼽을 수밖에 없다. 33년을 짧게 살다가 돌아가셨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훌륭한 말인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주시고 가셨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까 이오덕 선생이 계셨다. 사실 우리가 다 그 그늘 밑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셈이다.
 
선생님이 훌륭하시고 존경하실만한 분이라고 꼽는다면 이오덕 선생님을 꼽을 수 있다. 번역투와 일본식 어투를 싹 걷어내고 우리가 요즘 보고 있는 고운 우리말의 기틀을 잡으신 분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이고, 학교는 경쟁해서 이기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들이 곱게 자라나는 곳이라는 것을 역설하신 분이기도 하다.

20년대에 태어나 평생을 선생님으로 살아올 뻔 하다가 전두환 시절을 만나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그만두시고, 그 후로도 줄곧 좋은 책을 쓰시다가,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말년에 하셨다. 3년 전 78세를 일기로 과천에서 돌아가셨다.

▲이오덕 선생님의 필생의 작업은 우리말을 부지런히 다듬고 매만지신 것이었다.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시기를...     ©한길사
방정환 선생님이 짧고 굵게 사셨다면, 이오덕 선생은 가늘고 길게 사셨다. 50권의 책을 내셨으니까 '가늘다'고 말해도 좋은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비교하면 선생님으로서도 굵직하게 사신 편이지만, 방정환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겨주고 가신 것과 비교한다면, 그래도 가는 편이다 (우리는 가늘다 못해 야들야들한 인생들이다).

100m 달리기에 손잡고 들어오라고 가르치시던 분이 과연 우리 역사에 있겠나하지만 실제로 있었다 (울면서 하는 숙제). 이오덕 선생의 가르침에 비하면 싸워서 이겨야 한다가 교육내용의 거의 전부이다시피한 요즘의 교육당국의 가르침은 그야말로 얼마나 우리가 동원경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것 같다.

사랑하고 살아도 모자라는 판에 싸워서 이기라고 가르치는 것은 자본주의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천박해서 그런 것 같다. 프랑스나 스위스, 독일 하다못해 일본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미국 교육도 기본철학이나 실무지침서 같은 걸 보면 '건강한 시민'으로 국민들을 키워낸다는 말이 귀가 닳도록 적혀있다.

아이들한테 지고 들어오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자본주의라서 그런 게 절대 아니라 무식한 사회라서 그런 것일 뿐이다.

이오덕 그 날 아래 살아오던 이 사회는 다른 선생님의 등장을 목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같이 살아가기'라는 말이 그렇게 어렵고, 아름다운 글을 쓰면서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아이들이 쓴 글을 모아서 수 십편의 책을 엮어낸 이오덕 선생님의 책에 자신의 글이 실렸던 그 때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가 가끔 궁금해진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어려워졌을 것이고, 어떤 아이들은 아주 행복해졌을 것이지만, 행복해진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지금 공교육이 엉망이니까 교육도 위탁주고 선생님도 평가해서 자를 사람은 과감하게 자르자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아마 이 공무원 중에서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서 자신의 동화가 책으로 출간되어 나오는 즐겁고도 황홀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건 확실해 보인다.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교육개혁안'이라고 덜렁덜렁 들고 다니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일이 벌어질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문제라고 신나게 방방거린다. 전교조가 문제인 것은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게 문제이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리는 없을 것 같다. 박정희 때에도 교장선생님으로 잘 버티고 있던 이오덕 선생님이 전두환 때 결국 군사당국의 교육행정에 대한 간섭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섰다.

노태우를 거쳐 김영삼 시절까지도 잘 버티던 일선의 좋은 선생님이 노무현 시절을 버티고 이겨나가기가 못내 어려워 보인다. 교육현장의 눈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전두환이나 노무현이나 그야말로 도찐개찐이다.

경쟁과 싸움말고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하고 배워야 할 것들은 많다. 공교육을 지지하느냐? 당연하지. 그나마도 아니라면 돈주머니 외에는 모르는 악마들이 아가리에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을 처넣어야 옳으냐?

멕시코 국립대학 1년 등록금이 1달러가 안 되는데, 대략적으로 20센트 정도 된다고 한다. 나프타 이후에 페소화 몰락과 더불어 살리나스 대통령이 '멕시코 교육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미국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리려고 했다. 당연히 학생들과 부모들 그리고 시민들은 대략난감...

1년 동안 동맹휴학을 하면서 결국 20센트짜리 멕시코의 대학 공교육의 시스템을 지켜냈다. 대학도 무너진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공교육마저도 못 지켜낸다면 무슨 수로 후대를 기약할 것인가?

일제라고 사람들은 우습게 얘기하지만 그 일본 교육을 받고 이오덕 선생님 같은 분도 나오고 70년대∼80년대 그야말로 어두운 현장에서 나라를 지켜내던 사람들이 나왔다.

박정희 교육받고 전두환 교육받고 나온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했던 일들은 끔찍하지만, 그나마 노무현 교육받고 나온 사람들이 앞으로 이 사회를 장악하고 움직여나갈 시대를 생각하면 더 끔찍하다.

경영학의 시간표는 짧고, 경제학의 시간표는 그보다 조금 길지만, 교육의 시간표는 그보다 더욱 길다.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엄청나게 잘난 척하던 노무현의 교육 일정표가 그야말로 민족을 살렸던 방정환이나 주시경 아니면 이오덕 같은 분들을 키워낼 것 같은가? 내가 보기에는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뻥치고 사기치는 수많은 사기꾼들을 키워낼 것 같은데...

그래서 뒤늦게라도 이오덕 선생님의 글들이 더욱 소중하고, 그 인생의 의미가 깊어 보인다. 교육개혁? 등록금부터 낮춰라. 경제 망한 나라라고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멕시코도 국립대학의 1달러 미만의 대학교육 체계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나라이다. 교육개혁 한다고 등록금부터 올리는 노무현 류의 주장은 정말 우습고, 그게 맞는다고 끄덕거리면서 박수치는 사람들도 정말 우습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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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18 [08: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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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ung1an 2006/07/18 [11:07] 수정 | 삭제
  • 권정생선생님 하면 '강아지똥'이란 책이 생각나구요...
    그런데... 그런데요...
    권정생 선생님이 사시는 그 평화로운 마을이...
    벌써 몇 년째 시끄럽습니다...
    왜냐구요...
    어느날 갑자기 개발업자들이 골프장을 짓겠다구 난리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결탁되어 있는 거죠...
    마을 주민들이 몇 년째 처절하게 맞서 싸우고 있답니다...
    사람들 제발 철 좀 들었으면 좋겠어요...
    조그마한 지방 소도시까지 골프장 지을 필요가 있겠는지요...
    요즘은 교통이 좋아서 맘만 먹으면 차몰구 한시간 정도만 달리면 대도시 근처에 있는 골프장 가고두 남을 건데 말이예요...
    그 마을은 특히나 지금은 두 아이의 애 엄마가 되어 있는 제 지난날 첫사랑의 연인이 살았던 마을이기두 해서...
    제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더 크죠...
    너무 너무 아름다운 마을인데 말이죠...
    그 마을 사람들 그냥 농사짓구 살게 좀 내버려둬주면 안되는지...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