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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에게 재갈, 만고불변한 파시즘권력체계
강정구 교수가 명예훼손? 권상로 초대총장의 친일행위는 왜 침묵하나
 
황진태   기사입력  2006/05/26 [21:56]
"만경대정신에 대하여 검찰은 만경대정신 = 김일성정신 = 주체사상 신봉이라는 일원론적 도식을 적용하였다. 북한전문가에게 만경대정신이란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단일해석만 강요하는 검찰과 주류언론의 행위는 바로 전체주의이고 파시즘이다. … 사적인 언론 수준의 파시즘권력체계의 왜곡과 반민주성은 고스란히 공적 수준의 검찰파시즘으로 이관되고, 그리고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까지 확대 재생산되었다."(<통일맞이> 2001년 12월호>)

만경대 사건 직후, 그러니까 어느덧 6년 전 <통일맞이>에 기고했던 강정구 교수의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6년 전 글이 아니라 요즘의 사태를 설명해줘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기자가 강정구 관련 글을 계속 쓰고 있지만 스트레이트 기사도 아니고 칼럼형식으로 다루기에는 글감이 바닥났다. 이를 뒤집어보면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 참으로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강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선고가 국가보안법 제 7조에 근거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기자 개인적으로는 지겹게 느껴진다. 작년에 사면된 <통일뉴스>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민경우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이 2003년 겨울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 풀어달라는 요지의 글을 <한겨레>에 기고했었는데 그 졸고의 일부를 읽어보면 기자의 지겨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월간조선>의 조갑제 사장은 "'친북 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라는 글에서 현 정권을 "반역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해야 하며, 그 국민 속에는 군인도 포함된다"며, "4·19처럼 물리력을 동원하더라도 합헌"이라고 선동하여 "군인도 포함"된 제2의 5·16 군사 쿠데타 가능성마저 내포하자, 한 시민단체가 조갑제 씨를 상대로 보안법 제7조 1항 '국가변란을 선동한 죄'로 고발하였다. 제7조는 보안법을 악법으로 만드는 근원 중의 근원으로서 폐지 제1순위였음을 상기한다면 그동안 보안법을 찬양하던 극우진영에게 조갑제씨 사건은 희극에 가까운 비극이다. 이는 분단 반세기 동안 보안법에 바탕을 둔 반공주의로 권력의 재미를 보던 극우보수 진영을 향해서도 보안법 칼날을 내밀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극우진영에게도 영양가가 없는 국가보안법 7조가 "보안법을 악법으로 만드는 근원 중의 근원으로서 폐지 제 1순위"였다고 말한 지도 어느덧 3년 전이다.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학문적 성취, 논리적 발전이 없이 '동어반복'에 머물고 있는 것은 기자가 지적 게으름을 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파시즘권력체계"가 6년, 3년이 지나도록 만고불변한 두뇌를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다만 기자가 지적발전은 없을 지언정 그들 두뇌에 첨가된 6년, 3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는 방부제 성분만큼은 지적호기심이 발동된다.

얼마 전 동국대학교 제 35대 이사장으로 영배 스님이 취임하였다. 스님은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대학을 비롯한 법인 산하의 모든 기관들이 자율과 분권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사회의 구각을 벗고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사장실의 문호를 활짝 열어 누구든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것이며 현안이 있으면 어디든 직접 찾아갈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학교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열린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정말 이 말씀을 더도 덜도 말고 기계적 수준의 해석으로나마 이행해주시길 바란다. 스님도 인정하듯이 지금까지의 이사회는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사회"였다. 올 초 2월에 기자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당시 이사장 현해 스님과 홍기삼 총장에게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는데 여태껏 사태의 진전이 없었으니 영배 스님이 진정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사회"를 바란다면 비록 '동어반복'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문장'이리라. 

"동국대 이사장 현해 스님과 홍기삼 총장, 두 분께서는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에 관한 이사회 개최의 이유로 강 교수의 학교 명예훼손을 들었다. 한국사회에서 반공주의만큼 논쟁적인 사안이 친일문제겠다. 친일파란 낙인이 얼마나 한 인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지는 학교 본관 옆에 있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비(詩碑)에서 '님의 침묵'을 읽어 보셨다면 두 분 모두 충분히 절감하실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명예를 실추시킨 당사자도 문제지만, 그 인물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도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리라. 필자가 아는 한 두 분께서는 동국대 초대 총장이자 조계종 원로원장이었던 권상로의 친일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일제침략기 뭣 모르고 일본침략을 찬미한 미당 서정주는 제쳐 두더라도 당시 충분히 철이 든 불교인사의 친일행위, 그것도 동국대 초대 총장이었던 인물에 대해서 역대 총장들이 반성했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못 들었다. 학교명예는 학교의 설립당시부터 실추되었다. 조만간 학교명예를 소중히 여기시는 현해 스님과 홍기삼 총장으로부터 권상로에 대한 매듭을 지어주길 기대하겠다."

<대자보>에 4년 동안 글을 쓰면서 이렇게 진중하지 못하게 예전에 썼던 글을 짜깁기하는 무성의한 글을 쓴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이 좋아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내재적 방법론'으로 접근해보면 그들이 웃기게 나오는데 기자 또한 어이없고 가볍게 대응하는 게 사태를 풀어나가는 '매직키'가 아닐까. 여기서 괜히 진지하게 대응한다면 분위기만 썰렁해진다. 요즘 20대들은 이런 상황에 놓이면 '뻘줌하다'고 말한다. 남아있는 2, 3심에서는 더 이상 뻘줌한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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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26 [21: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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