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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시험중 자살하면 무조건 '입시문제'?
[미디어비평] 유서없는 자살사건, 추측만으로 '입시문제' 몰아가선 안돼
 
이계덕   기사입력  2006/05/05 [10:34]
중간고사를 보는 도중 한 고교생이 본인의 아파트 안방에서 장식장 문고리에 끈을 매달고 사망하는 사건이 지난 3일 발생했다. 2일 전국대학들이 2008년 대입제도의 학생부 반영률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발표가 난지 하루만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입시 성적을 비관한 자살'로 추정했다. 하지만 같은 반에 재학 중인 학교친구들 중 일부는 경찰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J군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살 추정' 일뿐 확실한 건 아니다...타살 가능성도 염두 해야
  
▲ J군의 미니홈피     © 유스투데이 제공
J군의 시신이 안치된 구로OO병원 장례식장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학생들이 J군을 추모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J군과 같은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J군의 사망경위를 '입시문제'로 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자살이 아닌 타살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학생들 중 익명을 요구한 같은 반 친구는 "그 친구는 자살할만한 친구가 아니다. 평소 성격이 활발했고, 친구들과 인간관계도 좋았으며 사고가 벌어진 당일에도 같이 축구를 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입시 문제로 자살할 만한 친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아직 친구가 자살을 했는지, 타살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시 문제와 연관지어 친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구 K군(고2)역시 "J의 죽음이 정말 자살이라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주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단순히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목숨까지 끊는 것을 선택 할 친구로는 보이지 않는다. 타살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며 J군의 자살이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L군(고2)은 "경찰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J군에 대해 '자살'이라고 말하지 말 것!"이라고 주문하면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직 확실히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J의 자살이 '입시 문제' 때문이라고 밝혀진 것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J군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표현하는 걸 원치 않는다"라며 "경찰이 밝히지 못한다면 우리가 밝히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살한 J군이 유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상 의문사.. '입시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어"

▲ J군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추모 글.     © 유스투데이 제공
J군의 담임교사도 "J군의 죽음은 놀랍고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아이가 시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고 단정짓는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얼마든지 다른 사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언론에서 '입시가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다'라거나, '입시 때문에 학생들이 죽고 있다'라는 선정적인 기사를 접하는 청소년들은 '자살'의 책임이 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입시'에 있기 때문에 결국 학생들의 자살을 정당화시키고, 결국 자살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학생들과 다르지 않은 시각을 드러냈다.

물론 J군의 사망경위가 입시문제로 인한 자살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인터뷰를 한 15명중 '입시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J군의 같은 학교 재학 중인 S군(고2)은 "아무래도 입시문제 때문 아니겠냐" 라면서 "중간고사 기간 중의 목을 맨 것도 그렇고, 입시 문제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P군은 "남들에게 말 못할 다른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라며 "죽은 J 혼자 밖에 모르는 의도를 다른 사람이 멋대로 추측해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죽은 J가 유서라도 써서 '입시 문제' 때문에 자살했다고 쓴 것도 아닌데다 '두발 문제'라던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 밖 불량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사유가 있을 수 있음에도 '입시 문제'라고 단정짓고 죽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죽은 사람을 이용해 선동하고 이용하려는 것 자체가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J군의 미니홈피에는 "J군은 '시험성적'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죄송합니다. 고인의 죽음이 너무 2008년 대입제도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혹이나 개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곳으로 몰지 마세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라는 의견이 게시되기도 했다.

J군의 미니홈피에는 지금도 수백 건의 추모의 글이 게시되고 있다.  
  
▲ ○○ 청소년 인터넷 신문의 헤드라인 기사제목     © 유스투데이 제공

 
한편 '○○ 청소년 인터넷 신문'은 J군의 영안실의 영정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인터넷에 게재 해 J군의 유가족은 화가 난다는 것이다.

'○○ 청소년 인터넷 신문'은 헤드라인 톱기사로 실린 J군의 자살사건을 "또 다시 내신 제도로 인해 한 명의 학생이 희생되었다"는 제목으로 실었다.

이 기사에는 "친구들은 평소에도 내신 성적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던 J군이 수학시험을 마치고 결과가 좋지 않자 집으로 돌아와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실었으며 "자살학생을 위한 촛불추모제를 여는 등 거셌던 학생들의 요구가 묻힌 지 1년 만에 또다시 내신부담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다"라고 마무리지었다.

J군의 유가족은 먼저 "아이의 죽음도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도대체 어떤 언론사가 영안실 사진을 유가족 동의 없이 촬영해 신문에 게재했는지 모르겠지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장례식장의 사진촬영은 금지하고 J군의 인적사항 신문에 게재하지 않도록 부탁하기도 했다.
 
* 본문은 인터넷신문 <유스투데이>(www.youthtoday.co.kr) 에 실렸으며, 글쓴이는 상근 취재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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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05 [10: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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