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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 스스로가 당당하게 입장과 요구를 밝혀야ba.info/css.html'>
 
이장규   기사입력  2002/12/24 [18:05]
{IMAGE1_LEFT}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당선자에겐 축하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제 더 이상 냉전논리에 기반한 낡은 정치로는 보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선거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대통령 하나 뽑았다고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선거기간 중의 그 많은 수사와 참여자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란 한 인물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별로 없다. 이미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확립된 이 나라에서 정당이나 각종의 사회세력들의 이해에 관계없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국가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일부에선 이번 선거결과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역사의 발전방향이 확인되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이번 선거결과를 유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누가 당선되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대통령이 무엇인가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과 요구를 밝히고 힘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기대는 항상 배반당할 것이다. 시민사회와 노동사회의 역량이 강화되지 않는 한 그가 누구든 그는 이미 힘을 가진 기득권자들의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현실정치이므로. 스스로 힘있는 민주시민이 되어 대통령과 그 주변의 타락을 적극적으로 감시하지 않고 나중에 와서 후회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건 김영삼과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미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먼저 변해야 대통령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좋아지는 것도, 또 다른 누가 된다고 갑자기 세상이 지옥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지닌 힘을 믿어야 한다. 지난 6월의 월드컵이나 최근의 여중생 추모시위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4강에 올라갈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했으며, 평범한 시민들의 물결이 광화문과 미대사관을 뒤덮을 수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생각했던가?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다른 것 또한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 온갖 부당한 차별이나 억압, 비인간적인 과잉경쟁 대신에 평등과 상호연대의 원리가 충만한 세상도 우리 스스로가 먼저 믿는다면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나가자.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그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고 있던 일들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어나가려고 노력해보자. 권력자들의 부패나 기득권자들의 오만함에 대해서도 술 마시면서 욕만 할게 아니라 직접 시민단체나 정당에 참여하여 발언하고 그들에게 압력을 가해나가야 한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노조나 각종 직능단체의 활동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입장과 요구를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거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 아닌 한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활성화되는 속에서만 대통령 등 권력층이나 기득권자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일어서서 감시하고 발언해야만 그들이 실제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특정인에 대한 반대가 최우선이 되거나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공포감에 기반한 선택은 그만 두자. 왜 아직까지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역능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는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해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새롭게 출발하자.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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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2/24 [18: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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