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지역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데, 이걸 뭐 좀 실수했다고 마녀사냥식으로 막 몰아치는 인기몰이도 지양해야 한다"
동해시의회 의장인 남 우 의장이 7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제추행 파동의 장본인인 최연희 의원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일부 정치권과 사회단체가 최 의원의 음주로 인한 순간의 실수를 두고 의원직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데 동해시민이 판단할 일이므로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져야 한다"
역시 최 의원을 두호하며 동해시의회에서 낸 성명서 중 일부의 내용이다.
최 의원이 잠적(?)한 지가 어느덧 열흘이 가까워오는 가운데 바야흐로 최 의원 구하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동료 남성의원들의 눈물겨운 전우애와 지역구민 일부의 열화와 같은 성원, 강제추행 사건과 무관하달 수 없는 동아일보의 소극적 대응 등에 힘입어서인지 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초야에 묻혀 시간을 낚으며 비등한 여론이 잠잠해 지길 기다리고 있는 최 의원의 최대 후원자는 역설적이게도 골프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이해찬 국무총리가 아닐까?
아무튼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는 상황만 놓고 보면 최 의원의 시간 끌기 작전이 뜻밖의 호재를 만나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최 의원의 시도가 끝끝내 성공할 수 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이 표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 처하고도 지금처럼 점잖게 행동할 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여성단체들이 눈만 멀뚱멀뚱하게 뜨고 있을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 당사자인 동아일보 소속 여기자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최 의원측이 감수해야 할 부담은 한층 커질 것임이 자명하다.
그나저나 명백한 범법행위를 하고도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최 의원의 대담함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릇 정치를 하는 사람은 항간의 여론 따위에는 초연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최 의원의 태도는 의연하기 짝이 없다.
취중의 강제추행이라는 실수(?)에는 당직사퇴 및 탈당이 적정한 수준의 징계라는 것이, 최 의원이 지닌 윤리적 기준의 최대치인 듯 하다. 그에게는 강제추행이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이 아예 부재한 듯싶다.
오랫동안 검사로 재직했던 최 의원이 자신만은 실정법 적용의 예외로 생각하는 듯한 언행을 보여주는 이유야 알 길이 없지만, 정작 지금 최 의원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의원직 상실이 아니라 형사처벌의 가능성이다.
의원직 사퇴는 최 의원의 사죄가 진정성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해당될 따름이다. 의원직 사퇴로 최 의원의 범법행위가 면책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나름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최 의원은 구차한 변명 대신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편 지극히 부적절한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추행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그런 국회의원의 범법행위를 순간의 실수로 치부하며 두호하는 시의장과 시의원들을 지역의 대표로 선출한 동해, 삼척 시민들의 처지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앤조이, 다음 블로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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