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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발빼는 한나라, ‘진퇴양난’ 민노당
박근혜 ‘특검 위헌론’과 내부반발로 후퇴, 민노당 ‘정치력 부재’ 드러내
 
이명훈   기사입력  2005/08/12 [15:01]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야4당이 합의한 도청 특검법안을 손질하겠다고 문제제기에 나서자, 민주노동당이 뒤통수 맞은 분위기다.

박 대표는 독수독과 원칙을 어겨가면서 불법도청테이프 내용을 수사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도청을 부추기는 꼴이고, 불법도청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밝히며, 헌법을 수호한다는 정체성을 지닌 정당이라는 의사표현으로 특검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헌법수호의 정체성에 제동이 걸린 조항은 특겁법안 2조 2항인 '공소 시효가 지난 사건도 수사해 결과를 발표한다'는 조항과 3항인 '도청 테잎 내용 가운데 위법사실이 확인된 경우 이를 공개한다'는 조항이다.

박 대표의 이같은 문제제기는 김기춘 여의도연구소 소장이 독수독과론에 대한 위헌소지를 제기하며 뜻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특검법 균열로 인해 민노당과 우리당간 특별법 공조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민노당이 특검법을 둘러싸고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는 유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민노당과 우리당의 밀월 발전성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배경에 맞추어져 있다.

민노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이같은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이 거대 야당인데 민노당에게 끌려다니겠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브리핑을 통해 "독수독과론을 반대하고 전면 수사한다는 게 특검법의 대전제인데 이제 와서 독수독과론을 근거로 위헌성을 제기한다면 수사도, 테이프 내용 공개도 하지 말고 덮어 버리자는 얘기냐"며 “한나라당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한나라당의 특검공조를 촉구했다.

우리당은 9일 이은영 의원 대표발의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도청테이프 등의 처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을 제출한 반면 야4당도 강재섭 의원 대표발의로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특검법)'을 제출했다.

우리당의 특별법에 맞서 민주노동당도 이날 천영세 의원 대표발의로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감청 자료의 공개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노당 특별법)'을 독자적으로 제출했다.

야4당의 적극적인 특검법을 통한 합종연횡 움직임에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주체로써 특검법이 국가기관을 무력화시킨다며 반대의사와 특별법을 지지해 줄 것을 강하게 호소하고, 우리당 역시 노 대통령의 뜻을 따라 종교계, 법조계, 학계 등 사회전반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제3의 민간기구, '진실위원회(국회 선출 3인, 대통령 지명 2인, 대법원장 지명 2인)'를 통해 수사한다는 골자의 특별법으로 맞불을 지폈다.

이같은 여야의 첨예한 정치적 입장 차이속에  발의된 법률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법안심사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면 본회의에 부의된다.

야4당은 특검법과 민노당 특별법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여당에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당이 쉽게 협조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9월 정기국회에 의결될 예정이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인 법사위에서 야4당이 발의한 특검법을 수정할 의사를 보이고 있어 쉽게 처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사위 소속 위원(위원장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우리당 8명, 한나라당 6명, 민노당 1명으로 특검법과 민노당의 특별법은 정기국회에 부의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법사위 최 위원장은 미림팀 가동 당시 91년 사정비서관, 93년 민정비서관, 96년 대표특보를 지낸 바 있어 최 위원장이 관련될 수 있는 야4당의 특검법과 우리당의 특별법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겠냐는 지적과 처리를 한다해도 시간끌기 작전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당의 특별법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서 표대결을 벌인다 해도 현재 299명의 정족수중 과반수인 150석을 얻기에는 험난한 과정과 치열한 물밑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의원 분포는 우리당 146명, 한나라당 125명, 민노당 10명, 민주당 10명, 자민련 3명으로 야권은 의원수를 전부 합해도 148명이며, 무소속 의원 5명(김원기 의원, 류근찬 의원, 신국환 의원, 정몽준 의원, 정진석 의원)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여야가 이처럼 대등한 구도를 갖는 듯 보이지만 한나라당은 박혁규 의원이 구속 수감중에 있어 표결에 불참할 전망이고, 무소속 김원기 국회의장은 우리당 특별법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 민주당 이승희 의원은 특검법에 반대하고 있다.

무소속 의원 4명(류근찬 의원, 신국환 의원, 정몽준 의원, 정진석 의원) 등이 야권의 특검법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국환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뜻이 불분명해 향후 표결에서 찬성결정을 해도 야권 149석, 여권 147석으로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

법사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당으로서는 특별법 제정에 필요한 150석의 의원수를 채우기 위해 민노당과 민주당에 협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DJ정부시절 불법도청 사건을 고백하면서 노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와 갈라서려고 한다는 여론과 DJ가 불법도청을 주도한 것처럼 적반하장의 꼴이 되버려 민주당과는 냉기가 흐르는 상태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흐름속에 사실상 민노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우리당과 민노당이 어떤 물밑 협상을 벌이며 이해득실을 주고 받느냐에 따라 정계가 재개편된다는 시나리오까지 유력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특검법에 문제제기를 하며 민노당을 견제하고 불법도청과 관련된 일부 정치인들이 고도로 계산된 시간끌기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법사위 소속 위원들도 급하게 만들어진 특검법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민노당의 정국 주도권은 상당히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테이프공개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자연히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치열한 밀고 당기기의 정치공방속에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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