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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활동재개, 북핵 벤치마킹했나?
[초점] 강경파 반미감정으로 내부단속, 미국 '강온전략' 속 대화나설 듯
 
배정원   기사입력  2005/08/03 [11:30]
이란이 8월1일부터 핵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함에 따라 이란과 서방국가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핵동결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미국 등 서방과 국제기구와 벼랑끝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청에 따라 이스파한 원자력발전소에서 1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우라늄 농축 작업을 이틀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러한 강경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이 핵 프로그램 동결에 따른 보상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핵 활동 재개의 첫 단계로 IAEA에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EU 3국과 미국 등도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할 경우 IAEA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정식 회부해 경제 제재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란이 애초 위협대로 핵 활동을 재개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돼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워싱턴의 유럽 외교관들은 이란이 핵 연료 순환주기를 다시 시작하면 즉시 유엔에 상정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가 이미 돼 있다고 밝혔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사례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강경 발언 배경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이란에서 원전을 건설 중이고, 중국은 이란서 막대한 양의 석유를 사오고 있어 유엔안보리에 상정된다 해도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에 반대할 것으로 이란 정부는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강경 대응은 유럽연합과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에서 나왔으리라고 보인다. 지난 4월 비슷한 상황에서 이란이 막판에 입장을 바꾼 적이 있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유럽과 협상하는 동안 원자력발전소용 핵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이자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우라늄 변환과 농축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유럽 3국과 이란은 5월 제네바 회의에서 이란 지원 안을 제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란의 핵개발은 개혁파나 보수파나 입장을 같이 한다. 모하메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유럽연합이 우라늄 농축 재개를 허용해줄 것을 희망한다면서도 이란은 어떤 경우든 재개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신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도 핵개발을 계속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아흐마디네자드 신임 대통령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란 핵문제가 북 핵문제와 닮은꼴이 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과 같이 핵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을모으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겉으로는 평화적 핵 이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무기를 만들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고있다.
 
미국내 강경파는 워낙 유럽연합3국(영,독,불)의 대이란 협상 노선에 불만이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진전에 따라 양측의 긴장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미 강경파들은 "이라크 다음으로 이란을 체제변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신보수주의(네오콘) 강경파들이 주로 그런 주장을 편다. 미 강경파들은 이란이 '악마와 같은 이슬람 율법정치'가 지배하는 광신적 국가이므로 외부의 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1979년 호메이니 이슬람혁명당시 미대사관 점령사건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여전히 전쟁상태'에 있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현대사와 반미정서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1953년 모사데크 군사 쿠데타 당시 미군이 이란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이 이란 반미정서의 뿌리가 됐으며, 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도 이런 반미정서의 표출이었다. 무슬림들에게 미국을 ‘사탄화’한데는 이란 혁명과 호메이니의 기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혁명후 폐쇄적인 경제상황과 경직된 사회환경으로 대중의 불만이 쌓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세력이 하타미 전대통령의 개혁세력이었으나 의회 선거에서 개혁파에 압승을 거두었던 보수파는 이란의 현 혼란상황을 통해 반미주의를 더욱 강화하려 했다. 이란이 겪는 문제들을 미국이 만들었다는 주장을 통해 보수파로 대변되는 이슬람 지도자들은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내 강경파는 지난해부터 이란 핵개발 문제가 불거지자,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 도시들 위로 핵버섯 먹구름이 피어오르는 일을 막으려면 미국이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미 온건파들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란도 군사적 선택이 매우 제한돼 있으므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외교협의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미 대외정책의 색깔 논쟁에서 대표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에 저술한 『기회: 역사의 과정을 바꾸는 미국의 순간』에서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의 정권교체는 성공했지만, 북한과 이란의 정권교체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스는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작전은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고, 이슬람 세계의 반미감정이 높아질 것을 걱정한다. 미국이 이란에게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면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집단에게 미국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공격을 부추기며, 이라크 아프간 사우디의 내부혼란을 일으켜 미국의 중동안정 전략을 송두리째 흔들어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건파인 하스가 우려하는 것은 국제 석유가의 급등이다. 미-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이라크전쟁 이후 급등한 유가는 더욱 높아질 게 뻔하다. 이번 사우디 파드 국왕의 사망으로 국제유가가 최고로 오른 것을 보면 이란의 핵문제가 유가폭등을 가져와 세계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겨주고 아울러 한국경제도 심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래저래 북한과의 6자회담처럼 이란 핵위기는 미국이 무력이 아니라 대화와 외교로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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