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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 논쟁7] 이문옥 찍으면 노무현이 산다?
최병천씨와 김수민씨 견해에 대한 반론ba.info/css.html'>
 
장신기   기사입력  2002/05/05 [13:33]
{IMAGE1_LEFT}이른바 [옥석 논쟁]이 생각보다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러한 논쟁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노무현 바람 때문이며, 노풍이라는 긍정적 에너지를 어떻게 수렴해야 하는 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이 논쟁의 핵심이다. 따지고 보면 김민석은 김민석 자체에 대한 비판(분명 강조하건데, 객관화되지 못한 사실 하나를 가지고 전체적 비판의 도구로 삼는 수구파식 마녀사냥의 태도는 버리기를 바란다)보다 근본적으로 제도권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비판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논쟁은 운동권과 혹은 개혁 진영 사이의 뜨거운 화두였던 김대중 문제와도 사실상 논리적 연결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진 : 이문옥 후보 팬클럽 깨끗한 손 제공


우선 최병천씨와 나는 보수를 인식하는 관점부터 다르다. 나는 민주노동당의 일부는 실질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사회학도이며 사회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예정에 있기도 하지만 나는 앤터니 기든스의 기본적인 인식에 상당히 공감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회적 적폐물들인 수구파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시대에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고루하고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로 무장된 사람들은 민주당에도 있고 민주 노동당에도 있다. 그리고 정당 이외의 영역에도 있다. 우선 그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운명공동체론이라고 한 것은 흔히 쓰는 말로 ‘같은 배를 탔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병천씨는 너무 이 의미를 과장해석하고 있다. 물론 다른 논자들도 과장 확대해석했다. 이 표현을 가지고 김민석 낙선=노무현 낙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과장되었다. 낙선하며 타격을 받겠지 노무현의 낙선인가? 과장된 해석과 주장에 더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민주당은 변화 과정에 있다

나는 정당정치가 기본이라고 했다. 이는 상식적인 수준의 표현이다. 정당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 다음에 인물을 중요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이미지만을 갖고 정당을 새로 만들어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거나 하는 일들이 없어진다. 또한 그래야 시스템에 의해서 정치가 운영되는 것이며, 예측 가능성을 높여 정치 불안과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 동안 한국 정치가 제대로 발전되지 않은 것은 전근대적인 정당 구조와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인물 중심적 정치 문화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들이 민주당의 정당 개혁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큰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외부 압력에 의한 자기 방어적 차원에서 한나라당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병천씨의 주장대로 하자면 이들 정당은 정당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 모두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변화는 매우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 하부 단위의 변화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가 되고 개혁적 지도부가 구성되는 이 흐름은 민주당의 체질적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필자는 김대중 이후의 민주당 질서가 이인제와 가느냐 노무현으로 가느냐가 한국 정치의 향후 수십년간의 발전을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회창을 이겨야 한다는 시대적 절박성 뿐만 아니라 장기적 정당 정치 발전의 입장에서도 노무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무현은 지금 열린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 변화도 거의 다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실천과 의식의 변화만이 남은 셈이다.

사회학적 용어로 '문화적 지체'라는 말이 있다. 제도적 완비와 의식적 체화 사이의 시간적 갭이 발생함을 뜻하는 용어인데, 지금 민주당의 보수성과 발전 지향성의 차이는 바로 이러한 문화적 지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병천씨가 민주당을 보수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변화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병천씨가 민주당은 계속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에 대한 보수성의 규정은 이제 부분적인 의미만을 가진다.

노풍의 현실화에 대한 언급이 필요한 시점

그리고 노무현 현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이다. 최병천씨는 노무현이 한국 정당 정치의 보수성과 전근대성을 뛰어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열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문옥지지가 바람직하며, 나의 김민석 지지는 ‘최초의 이유(바로 사람들의 열망)’를 저버린 정당적 이해 관점만을 대변하는 것으로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다. 노무현지지 논리에 전근대성을 뛰어 넘으려는 열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열망을 민주당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고,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최병천씨와 그리고 이문옥지지논자들은 이러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입장을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제도권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불신에 기초한 논리이다.

필자 역시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책까지 쓴 것이다. 물론 그 당시는 이회창을 이겨야 한다는 점만 부각되었지만 이러한 정당 정치의 발전적 전망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김영삼을 만나고 신민주대연합을 추진하는 노무현의 인식에 동의하며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다. 그래야 상식이 바로 선 정치가 된다.

{IMAGE2_RIGHT}결국 최병천씨는 민주당 자체에 대해서 불신하고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최병천씨의 언급에서 나오는 ‘노사모가 민주당은 싫어하지만 노무현은 지지하는’이라는 표현이나 다른 이문옥지지논자들이 언급을 보면 결국 노무현 바람은 민주당을 싫어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원하는 자의 몫이고, 그것이 정당성이라는 규정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다. 내가 계속해서 민주당을 강조하는 것은 그들의 그러한 인식이 틀렸기에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노사모 사람 중에 70%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결과에 대해서 뭐라고 답할 것인가?(물론 노사모 집단 자체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샘플은 존재하기 어렵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모집단인 노사모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의 설정은 쉽지 않은 것은 분명 사실이다)

정치 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기본적인 관점은 극단을 싫어한다. 그리고  ‘나만 잘 났고 옳다’는 오만과 독선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상당수 이문옥지지논자들의 입장이 지금 그와 비슷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금 노풍을 민주당의 것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나는 이것이 정치 시장에서 개혁이라는 상품 시장을 넓히는 기능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문옥지지논리의 진실이 있고 김민석 지지논리에 진실이 있다. 나는 후자에 섰고 그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은 전의 글에 대한 답변 형식이고 또 다시 방법론적 문제제기가 된 듯 하다.

김수민씨의 의견에 대한 언급

김수민씨는 김민석의 보수성과 이문옥 당선의 의미를 언급하였다. 중앙일보 지표와 리콴유를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조사대로만 하자면 김민석보다 개혁적인 것으로 보인 한나라당 인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세부 항목이 동일하게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예를 들면 대북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 김민석이 c라고 했는데 나는 두 문제가 김민석의 보수성에 중요하게 기능한 사형제도 항목 등과 동일하게 평가받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면 한나라당 의원 중의 상당수는 대단히 개혁적으로 나왔는데 나는 그 사람들이 별로 개혁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왜냐면 한나라당에 있는 사람들이 개혁적 법안에 찬성한 적이 별로 없다. 임동원 해임결의안도 찬성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리콴유에 대한 언급은 신중해야 한다. 우선 김민석이 어떠한 맥락에서 했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김수민씨 말대로 하더라도 함부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필자는 경제사회학 수업 시간에 리콴유에 대해서 공부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 일부 무지한 진보 논자들이 언급하듯이 리콴유가 수구 꼴통의 막가파가 아니다. 싱가폴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미지만을 가지고 비판하는데, 김수민씨가 일부 무지한 진보 논자들의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좀 더 조언하자면 일부 진보 논객들이 적만 양산하는 이유가 바로 마구잡이식 이미지 비판과 독단 때문이다. 그리고 팩트도 모르면서 무책임하게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내가 수구파식 마녀사냥의 진보적 버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문옥당선이 노무현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언급은 이문옥당선 가능성 자체가 사실상 없다고 생각되므로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선 승리를 위해서 서울 시장 승리가 매우 절실하다고 느끼는 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이문옥지지자들이 노무현을 이문옥지지에 끌어 들이려는 시도에 비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문옥 찍어도 노무현은 산다'는 언급은 노무현을 이용한 선거 전략이라는 비판만 받을 수 있다. 김수민은 이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다음 글에 언급하겠지만 노무현 돌풍을 현실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과거 문제를 가지고 재뿌리기를 시도할 수구파들의 공세에 대항해 시대 교체라는 구호가 필요하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을 공격적인 구호와 논리에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이문옥지지논리는 김민석 지지논리의 부분 집합적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단순히 어렵게 살아 와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복합적인 요인과 상황이 결합된 것인데, 이문옥 지지자들의 논리는 실상 감성적 호소와 추상적인 서민성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하위 요소에 불과하며 그것이 전체가 될 수 없다. 노무현의 상징성은 신구 패러다임의 전환인데 이는 이문옥이 아니라 김민석의 승리가 가져 올 사회적 효과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밝힐 것이다.

장신기, [옥/석 논쟁 6] 누구의 지지논리가 우위인가-김민석 지지논리는 이문옥 지지논리를 압도한다
이장규, [옥/석 논쟁 5] 이제 우리도 이런 시장 하나쯤 가지고 싶다
김수민, [옥/석 논쟁 4] 노무현-이문옥 동시 지지는 모순이 아니다 - 장신기, 최병천의 글에 답한다
장신기, [옥/석 논쟁 3] 김민석 비판은 정당한가-인물비판을 넘어 정책비판을 위한 제언
최병천, [옥/석 논쟁 2] 한국정치는 정당정치인가 - 장신기씨에 대한 반론 및 노사모에 묻는다
장신기, [옥/석 논쟁 1] 이문옥 등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 김민석과 노무현은 운명공동체이다

* 이문옥 후보 팬클럽 깨끗한 손 가기 : http://moonOK.com
* 장신기 기자는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노무현 필승론)’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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