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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모국으로 선택한 당신들에게
[시론] '노블리지 노브리제‘, 권리에는 의무가 따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5/05/12 [19:43]
최근 서울 목동에 위치한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이들로 연일 만원이다. 평소에 불과 서너 건에 이르던 국적 포기신청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는, 올 6월 초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국적법의 존재 때문이다.

이번 국적법 개정안의 골자는, 미국·캐나다 등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출생한 사람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여 이중국적을 유지하다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서울출입국관리소에서 지난 2~10일 사이의 국적 포기자 386명에 대해서 밝힌 분석자료를 보면 주목할 점이 적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최근 국적을 포기한 이들의 97%가 미국을 자신의 모국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국적 포기자의 부모 직업이 대부분 교수, 연구원, 상사 주재원, 기타 등이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국적포기자의 98% 이상이 남성이었으며, 99% 이상이 20세 미만 연령이었다.

위 분석자료를 보면 이른바 '한국사회의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미국 편향과 애호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적포기자의 성비(性比)와 연령이 잘 가르쳐주듯이 국적포기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한국사회의 여론주도층 혹은 식자층(識者層)이 지니고 있는 애국심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온몸으로 방증한다 하겠다. 납세와 군역(軍役)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사회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임은 긴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의 지도층'이 자신들이 누릴 권리에만 민감하고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에는 매우 둔감함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 재학 중이던 귀족의 자제들이 대부분 장교로 복무하였고, 그 중 상당수가 불귀의 객이 된 역사적 사실은, 이들 앞에 무색할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가진 것도 배운 것도 그리 많지 않은 서민들이었다.

한편 '병역기피'를 원인으로 한 국적 포기가 잇따르면서 비난 여론이 폭등하자 이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이번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병역 기피 국적포기자'를 기존 '재외동포' 개념에서 완전히 제외시켜 '외국인'으로 취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법안이 시행되면 '병역 기피 국적포기자'는 기존에 재외동포가 내국인에 준해 받던 갖가지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이 있지만 이러한 일각의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다. 어떤 사회라도 그 구성원들이 의무는 등한시한 채 권리만을 주장한다면 정상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지도층이 사회적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데만 골몰하는 사회의 미래는 더욱 암담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건국이래 한국사회에서 사회지도층들의 이른바 '노블리지 오브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는 천연기념물이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이는 한국사회 전체의 비극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진리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지도층의 자제들이 탈법 등을 저질러 군대에 가지 않는다면 그 빈자리는 서민의 자제들이 채워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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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12 [19: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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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역 2005/05/15 [23:40] 수정 | 삭제
  • 병역을 마친자로서라는 글을쓰신분의 글에 십분 공감합니다...
    저는 전역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앞의님같은
    불이익을 받진 않았으나.....

    군대를 다녀오고, 주변친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때
    군대를 가지않고, 다른방법을 통해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간 사람들이, 더 좋은평가를 들을수 있다는거에
    공감하게 됩니다......

    글쎄..
    저는 잘모르겠습니다...
    여성분들의 말처럼 평등차원에서 보자면, 군필자가산점도
    없어져야 하는게 옳은듯 싶고,
    2년동안 군대다녀와서, 단순해진 자신의 머리를 한탄하며,
    열심을 기울여 인정받도록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다녀오는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애국자 좋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해서, 조국을 위해 2년이란 시간을
    투자한다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들게해주는건
    국가이고, 그 국가의 중심부에 서있는 사람들의
    생각있는 행동들이 밑받침이 되어야 하지 않나싶습니다...


  • 2005/05/14 [10:34] 수정 | 삭제
  • 전 병역을 마쳤습니다. 29개월하고도 10일... 93년 7월에 제대를 했지요.
    행정병이라는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보직이었지만, 실상은 낮에는 매일 같이 부대 현대화 공사에 동원되고, 밤에는 타이핑하느라 잠 설치고, 군생활 동안 4시간 이상 제대로 자 본적이라곤 거의 없었죠. 그리고, 노가다 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제대해서 검사해보니, 허리뼈가 이래저래 상했는데, 군대가기전에 이 정도였으면 면제감이라고, 그런 소리를 들었더랬습니다.

    군필하고, 복학하고, 대학원가고, IMF 땜에 취직도 못하고, 간신히 해외 유학 나와서 박사겨우 마치고 이제 한국 기업체 알아보니...

    군대 갔다온 것은 아무런 혜택도 안준다더군요. 그게 뭐 여성 지원자들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자기들도 주고 싶어도 못준다더군요..

    쩝...저는 가끔 내가 왜 군대를 갔나 싶어요.
    어떻게든 빼서 방위산업체를 가서 5년을 있었으면 그게 다 경력이 되고, 경험이 되는 건데, 저의 경력은 그저 노가다와 타이핑이고, 경험은 기껏해야 한국 군대 분위기 인데...

    여성 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군대를 갔다온 사람에 대해서 너무 대접해주는게 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손해라는 느낌만 들게 만드네요. 뭘 더 바라는게 아닙니다. 그저 29개월동안 허송하지 않았다는 것만 되면 될텐데요.

    한국 회사로부터 군대경력이고 뭐고 없다는 얘기 들은게 불과 한달도 안되었네요. 얼마나 섭하고 찌리던지... 인터뷰랍시고 이래저래 저의 과거를 물어보는데.. 결론처럼 모이는 것이 왜 군대를 갔냐는 겁니다.

    비참하더군요.

    내 몸 상해가면서까지 군대 갔다왔는데.... 그게 12년도 전인데...
    왜 지금왜 와서까지 비참함을 느껴야만 하는거죠?

    참..
    한국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냥 미국국적 가지고,
    미국 회사에서, 나이 안 따지면서 내 능력 닿는 데까지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지금도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가 아픕니다.
    좋아하던 농구, 축구 등은 이젠 못합니다. 허리가 끊어지듯 하거든요.

    저는 묻고 싶습니다.

    애국을 애기하는 당신들.. 의무를 얘기하는 당신들...
    최소한 손해봤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그런 사회를 먼저 만드는 얘기를 하면 안되는가?

    국적포기하는 사람들 얄미워 보여도...
    '저럴만 하다' 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방법은 두가지겠지요.
    홍준표 의원 등이 움직이고 있다지요?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포기 자에게 엄청난 불이익을 준다고요.

    또한가지는,
    병역 필 한사람들에게 뭔가 좀 주면 안 되나요?
    그럼 여성 운동 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뭔가 방법이 없겠습니까?

    내몸 상해가면서 의무 다했던 나라입니다.
    지금도 어디 하나 찌르면 아픈 느낌이 드는 내 조국입니다.

    근데.. 한달전 입사 인터뷰하다가...
    속으로 눈물이 나는 걸 참고 있었습니다.

    염증이 납니다.

    젠장.


  • 미친이반 2005/05/13 [16:55] 수정 | 삭제
  • 노블에스 오블리쥬니 사회지도층의 도덕성이니 선비정신이니 그딴거 바라지도 않는다 이 시바것들아!!
    그저 남들 하는만큼이라도 제대로해라!!
    이 버러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