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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죽이기, 이인제 살리기
한나라당+이인제 '노풍' 저지 총공세ba.info/css.html'>
 
이준희(디지털말)   기사입력  2002/03/22 [20:53]
한나라당이 대선전략을 수정했다. 한나라당이 위기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 경선 전에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 사실을 거듭 거론하며 맹공을 퍼붓던 한나라당이 표적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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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노무현-청와대 음모론을 들먹이며 민주당 노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 한나라당홈페이지
  
새로운 표적은 노무현 후보이다. 사실상 '이인제 후보 구하기 작전'에 나선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9일부터 노 후보에 대해 '다시 도진 노무현 고문의 좌충우돌 증세'같은 논평 등을 통해 노 후보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에 대한 공격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 등을 들먹이며 청와대와 노 후보를 묶어 연신 공격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마치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통일전선을 구축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한나라당, '노풍' 타겟 대선전략 돌입

이같은 태도는 노 후보의 강한 바람에 내분까지 겹쳐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도뿐만 아니라 이회창 총재에 대한 지지도까지 급락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한나라당이 노 후보를 실질적인 위협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즉 대선전략을 수정했음을 말해주는 대목.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다시 도진 노무현 고문의 좌충우돌 증세'라는 논평을 내 "자신이 경선에서 승리하면 정계개편을 하고 대선후보를 다시 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요, 기지도 못하고 뛰려하는 격이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지금 진행중인 민주당 경선이 노고문에겐 정략중의 한 단계일 뿐이라니 놀랍기만 하다"며 "이같은 발언은 스스로가 「DJ식 음모정치의 계승자」임을 인정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날 한화갑 후보의 사퇴에 대해 "경선초기부터 민주당 안팎에서 '음모설' '사전 각본설'이 무성했던 점을 주시한다"며 "특정후보 죽이기'와 '특정후보 살리기'를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1일에도 다시 한번 '아예 '정계개편'을 입에 달고 다니나?'라는 논평을 내 "민주당 노무현후보가 좌충우돌식 언동을 계속하고 있어 말썽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갖가지 기회주의 세력을 끌어 모아 정권교체를 훼방놓겠다는 심사가 분명하다"며 "더 큰 문제는 노후보 마음대로 이처럼 중대한 발언을 자행했을리 없다는 것이다"며 노 후보를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정권핵심과의 사전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판단이다"며 "뭐니뭐니 해도 노후보가 DJ식 음모정치의 계승자이니 만큼 청와대와 짜고 벌이는 연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청와대 연계설, 음모론을 거론했다.

한나라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인물이 앞으로 얼마나 정치권을 혼탁하게 만들지 걱정스럽다"고 강렬히 비난했다.

이인제 후보의 노무현 죽이기

노 후보를 공격하는 데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 후보측이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사실은 한나라당보다 앞서 먼저 포문을 열었고, 이제는 서로간 동맹관계 또는 통일전선을 구축한 것처럼 보인다.

이 후보측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무현 후보가 "자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 정계개편을 한 뒤 새로 대선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민과 선거인단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 우려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으며, 심지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 후보측은 20일에도 노 후보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 논평 '노무현 고문에게 묻는다'를 통해 "95년 국민회의 창당은 반역사적 행위인가?, '반역사적인 黨'에 입당한 게 정체성인가?"라며 97년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 참여했던 사실을 비난했다.

이 후보측은 "자신이 매도했던 黨에 입당하여 정체성 운운하며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게 노무현 고문의 정체성인가"라며 "우군을 공격하여 적군을 이롭게 하는 것이 노무현 고문의 새천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승리 전략인가?"라고 묻고 있다.

같은 날, 이 후보 대선 캠프 윤재걸 언론특보는 프레시안 기고문 '노무현의 실체 검증은 이제부터다'를 통해 노 후보를 '반개혁적 후보'로 낙인찍었다.

"노무현은 가장 반개혁적 후보"

윤 특보는 "노 후보야말로 '영남후보가 아니면 영남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가장 원색적인 지역주의자다. 그래서 가장 반개혁적 후보이기도 하다"며 "지역정서 이외에 달리 기댈 언덕이 없는 절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생각할수록 그의 속보이는 술수와 수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윤 특보는 "그의 개혁은 아직까지 어디에서도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는 문자 그대로 정체불명의 개혁이다"며 "검증할 어떤 알맹이도 없었다. 더욱이 그의 자질과 도덕성은 더욱 베일에 싸여 있다"고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윤 특보는 "누군가 불량품을 과대포장해서 국민과 당원을 현혹시키려 한다면, 불량품은 물론 과대 포장의 범인까지도 폐기처분될 것이다"며 "불안하고 믿을 수 없는 국민들의 마음과 마음, 눈과 눈이 모여 `노무현의 본격검증`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측은 '우군을 공격하여 적군을 이롭게 하는 것이 노무현 후보의 대선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우군(민주당 대선후보)을 공격해 적군(한나라당)을 이롭게 하는 데 앞장서는 쪽은 노 후보가 아니라 이 후보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 후보가 배경은 다르지만 '노무현 강풍' 차단 측면에서 '노무현 공격'이라는 강수를 택해 연일 맹공을 폄으로써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대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청와대 음모론 들며 연일 흠집내기

한나라당은 21일에도 논평을 내 청와대 김심 음모론을 또다시 들먹였다. 남경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은 "노무현후보는 자신이 경선에서 승리하면 정계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며 "권력핵심과의 교감이 없이 이 같은 중대한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있나?"고 물었다.

남 대변인은 "이런 모든 상황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아귀가 너무나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경선과정 전반에 이른바 '金心'이 개입했으며 청와대 모실세가 이를 총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청와대가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 후보의 음모론을 다시금 부풀려 노 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민주당 경선 이전에는 노 후보에 대해 "별로 위협을 느끼지 못한다. 문제없다"는 입장에서 태도 변화가 확실하게 감지되고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노 후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 총재는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노 후보 상승세에 대해서 "이제 여당에서 매우 흥미롭게 경선이 진행되고 있어 지지도 변화와 (노무현 후보의) 상승이 있는 것 같다"며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기류변화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지지도 변화는 앞으로도 많은 곡절과 변화가 있을 것이다"며 "현재 약간의 변화는 저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애써 태연함을 보였다.

이회창 총재의 노무현에 대한 태도변화
이 총재는 20일 최근 노 후보의 급상승과 이에 비해 급락한 자신의 지지도에 대해서 "노무현의 인기는 구름이다. 구름에는 뭉게구름 먹구름 등이 있다"며 "나는 여론 조사결과에 관심없다"고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지만 속내까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의 이인제 후보 구하기를 풍자한 패러디 포스터
  

한나라당의 '이인제 구출작전' 성공할 것인가?

이처럼 각종 논평을 통해 노 후보에 대한 공격, 청와대 음모론 제기, 이 총재의 태도 변화 등을 종합해 볼 때 한나라당이 이인제 후보 중심의 대선전략에서 이미 노선을 수정해 노무현 후보와의 대결을 상정한 대선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구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여준 의원이 이미 노무현 후보를 상대로 한 대선전략을 이 총재에게 올렸다는 것이다.

김근태 후보의 사퇴와 광주 경선에서의 승리, 당내 개혁파 의원 및 인사의 지지선언, 각계, 지역민의 지지선언,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급상승세 등으로 강하게 불어닥친 '노풍'에 이제 한나라당은 사실상 노무현 후보를 민주당 대선후보로 상정한 대선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청와대 음모론, 노 후보에 대한 맹렬한 비난 등은 그 시작에 다름 아니다.

동시에 노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통해 노 후보를 경선에서 낙마시켜 본선에서의 대결을 피하고, 비교적 상대하기 수월한 것으로 보는 이 후보와의 대결을 원하고 있는 속내의 반증이다.

때마침 인터넷게시판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풍자하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인죄 일병 구하기' 사진이 유통되고 있어 네티즌들의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인제+한나라당이 노무현 협공하는 국민경선

과연, 한나라당의 이인제 후보 구출작전은 성공할 것인가? '노풍'을 차단하고,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하는 작전이 성공해 본선에서 이 후보와 이 총재가 대결해 재집권을 꿈꾸는 전략이 먹혀들어갈 것인가 주목된다.

또한 경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이인제 후보의 노무현 물어뜯기는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과 선거인단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켜 스스로 자신의 지지도 추락에 돌을 매다는 역풍을 만날 것인가?

결과가 어찌되었든 헌정사상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제에서 대파란을 일으키는 노무현 후보에 대해 민주당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협공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지금 벌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본 기사는 디지털말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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