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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인제, 노무현 공격으로 선회?
 
장신기   기사입력  2002/03/19 [14:37]
{IMAGE2_LEFT}이인제 후보가 드디어 대세론을 스스로 걷어 젖히고 노무현 후보와의 이념적 차별성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노무현 후보의 돌풍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추동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인제 진영은 분명 대세론을 앞세우면서 처음부터 여유로운 리드를 주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인제 진영의 입장 선회가 현재의 이인제 위기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파악하며 이에 관한 전략적인 접근과 대응이 요구됨을 밝히려고 한다.

  이인제 진영은 스스로 영남에서의 안정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이인제 진영은 호남에서의 방어와 충청에서의 압승을 통해서 영남에서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려고 한다. 그래서 4월 하순에 있는 경기 서울 지역에서의 우세를 통해 승리하겠다는 것이 이인제 진영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적 판단에 근거하여 이인제 진영은 '온건한 개혁' 대 '파괴적 개혁'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의 안정 지향적인 중산층에게 자신이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후보임을 선전하여 노무현후보에 대한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대약진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갈망하는 양심적인 소시민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근거한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nosamo.org)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은 과거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보편적 민주화에 대한 순수한 희망의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한 변화와 쇄신의 바람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었으며 이 동력은 광주에서의 승리로 절정을 향해 치닺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민주화 투쟁의 열기를 식히고 꺾기 위해서 취한 논리가 바로 안정 속의 개혁이다. 이 논리는 변화를 바라되, 기본적인 틀에 대한 변화는 꺼려하는 한국 중산층의 이중적인 속성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 변화의 바람과 돌풍이 불어오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진영이 들고나온 이 '온건한 개혁'과 '파괴적 개혁'의 논리는 과거 군사 독재 정권에서 취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인제 진영이 이분법적 대립각을 내세운 것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기본적으로 이인제는 중도 우파적, 온건 보수적 정치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 고문의 중도 좌파적, 혹은 비판적 자유주의적 정치 성향과는 다른 면이 있다.

{IMAGE1_RIGHT}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지향점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논쟁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이인제 진영이 노무현 고문의 정치 지향점에 '파괴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현재의 위기에 너무 조급한 나머지 전략적 실수를 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오랜 기간 맹목적인 색깔론에 시달려 온 것을 민주당 지지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노무현 고문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정동영 고문이 노무현 고문에게 색깔론적 정치 공세를 폈다가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된 것은 이러한 공세가 당 내의 정서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색깔론은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것이지 민주당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인제 진영이 노선 투쟁을 선언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상대방을 '파괴적 개혁'이라고 규정한 것은 전략적 실수이며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날라올 것이다. '파괴적 개혁'이라고 민주당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세력은 한나라당이나 일부 수구 언론이지 민주당 내부여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인제 진영의 공세에 방심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대응 논리를 통한 담론 투쟁을 전개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유리하게 조성된 현 정세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판단한다.

[관련기사]노무현·이인제, 달라진 경선전략, 한겨레신문(2002.3. 18)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 필자는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 노무현 필승론](거름, 2002)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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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19 [14: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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