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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평신도들, 교회개혁 주체로 나서야
[한국교회 개혁 제안6] 교회·성서 벗어나 '배타적인 교리' 개혁해야
 
류상태   기사입력  2011/03/08 [11:14]
이번 글로 개신교 교회개혁에 관한 연재를 마치고자 합니다. 그 동안 제가 이 주제로 글을 쓰면서 제안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목회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2) 재정문제 특히 십일조 헌금과 목회자 납세 문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 3) 성서의 재해석과 성서에 관한 교리 수정, 4) 예수에 대한 교리 재해석 특히 구원의 유일성에 관한 교리의 수정 5) 배타적 원시 유일신 신앙을 극복하여 이웃종교와 상생하기.

1.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에는 현대 신학의 다양한 주장들을 수용하거나 그 흐름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신학자나 목회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독교의 배타적인 교리에 회의를 품고, 이웃종교의 문화적 가치 뿐 아니라 영성의 심오함을 긍정하지만, 정작 자신이 몸담고 있는 목회 현장에서는 그것을 정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대부분의 교단이 그들로 하여금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며, 혹 교단이 용납한다 하더라도 교회의 현실이 양심에 따라 목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에 깨어있는 목사들이 적지 않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접어놓은 채, 한국 교회의 분위기에 맞추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맙니다. 그래야 한국에서 목회를 할 수 있고, 살아가는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적인 신학자나 목회자들의 견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틀릴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이 이익인가?’보다 ‘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할 때,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2. 평신도들이 깨어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상기한 현안 문제들을 극복하고 한국 교회가 제대로 개혁되어 복음의 원형을 되찾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교회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목회자들은 자기가 속한 구조 속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하더라도, 이미 형성된 구조 속에 안주하려는 자신의 본능적 욕구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며,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또한 가정을 갖고 있는 생활인으로서,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순수하게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며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소수의 깨어있는 목회자들이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개혁을 외칠지라도 다수의 동료들에 의해 저항을 받게 됩니다. 피아가 확연히 구분된 전장에서 적과 싸우는 일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삶의 자리를 함께 하는 동료들의 저항을 극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치인들의 개혁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도 바로 그런 점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목회자들이 주체가 되는 개혁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평신도 교우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한국 교회 교우들은 주체적으로 개혁에 나설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직업 목회자들이 대대로, 자신의 기득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교우들을 철저히 세뇌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평신도 교우들의 각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3. 총체적 결론 : 교리개혁 없는 교회개혁은 상한 물건을 감추는 재포장 작업에 불과하다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목회자와 신학자와 평신도를 가릴 것 없이 개신교인들 거의 대부분이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교인들이 생각하는 교회개혁은 교회 재정의 투명성 확보나 목회자들이 권위적 태도를 버리고 검소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보이는 것 등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선에서 머뭅니다. 하지만 진정한 교회개혁은 ‘복음의 원형 회복’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한국의 주류 개신교회는 교리와 전통, 성서절대주의를 복음의 원형과 혼동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원형이란, 예수님의 가르침이 교리화되기 이전의 상태, 다시 말씀드리면, 조직화된 교회의 입맛에 맞게 걸러진 예수상과 교리가 아니라, 교회가 태동되기 이전에 역사적으로 ‘그 때, 거기서’ 실제로 발생했다고 추정되는 예수사건과 사상의 원래 모습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복음의 원형을 되찾자”는 운동은 기독교의 교리와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며, 성서의 문자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기독교 교리와 전통에 의해 왜곡된 예수 이해, 교회의 입김이 작용된 성서의 기록, 그에 따라 잘못 전해졌을 지도 모르는 초대교회에 대한 맹목적 환상에서 벗어나 실제 예수의 가르침과 삶의 모습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제도와 윤리를 고치자는 개혁운동은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없는 겉포장 작업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가끔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포장을 바꾸어 다시 내놓는 비양심적인 상인들에 대한 내용을 매스컴을 통해 듣습니다. 내용물을 개선하지 않은 채 포장을 바꾸면 그 폐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교회가 복음의 원형을 되찾으려면, 지난 2천 년 간 간직해 온 모든 교리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기독교의 교리를 내려놓지 않고는, 교리화된 하나님, 교리화된 예수를 재해석하지 않고는, 진정한 기독교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그걸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한국 교회가 하나님에 대한 기독교의 인식은 부분적이며 불완전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기독교의 신인식이 말하는 배타적 유일신 개념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예수만이 유일한 구원자라는 교리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한 문제이며, 따라서 의식이 깨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모든 개혁 논의는 표피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독교의 근본 문제는 윤리성에 있는 것도 체제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교리 자체에 있으며, 그것이 중심 문제이고 나머지는 모두 껍질에 불과합니다.

교리 개혁 없는 ‘윤리 개혁’이나 ‘체제 개혁’은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만 천하에 드러난 상한 음식은 아무도 먹지 않지만 고급 식품으로 위장되고 포장된 상한 음식은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만일 교회가 배타적이고 독소적인 교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세상에 갈등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차라리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교회 개혁의 궁극점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회가 살아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교회가 죽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을 예수님은 진정 원하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문자 그대로 그리스도(한자어로 기독<基督>이 바로 그리스도라는 말의 음역입니다)의 삶과 가르침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삶과 가르침이 기독교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그의 가르침과 삶은 경천애인(敬天愛人), 즉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살고, 이웃끼리는 서로 사랑하며 살라’는 가르침에 다 담겨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이 진정 회복해야 할 복음의 원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회개혁은 예수의 가르침을 벗어나 인간세상에 갈등을 심는 모든 배타적 교리와 그로 인한 억누름을 돌파하고 깨뜨리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격월간지 <공동선> 2011년 3+4월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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