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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심판은 ‘국민 없는 국정 쇄신하라’이다
[김영호 칼럼] 국민이 원하는 쇄신이지 인위적 세대교체는 정답 아니다
 
김영호   기사입력  2010/06/24 [17:33]

 6·2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처음 전국단위로 치러진 선거이라는 점에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사실은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그런데 집권세력이 패배의 충격에 빠져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시간이 약이라는 듯이 월드컵 열기를 틈타 그 의미를 희석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7·28 재보선의 결과를 봐서 세대교체라는 말로 당-정-청 요직의 나이를 몇 살 낮추는 방식으로 국면전환을 꾀할 조짐이다. 국정기조를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패인을 분석하지 못하니 이런 결론이 나온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에는 국민이 없다. 다만 청와대만 있을 뿐이다.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세종시 수정, 언론장악, 남북긴장, 기본권 탄압을 밀어붙이는 강공이 그것을 말한다. 집권세력의 강압통치 뒤에는 방송사업에 진출하려고 안달하는 친여신문들이 있다. 집권세력은 친여매체의 보도-논평을 여론으로 잘못 알고 밀어붙이지만 국민은 거짓여론의 실체를 잘 알고 표로 심판했다. 영리한 유권자들은 다양한 뉴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취사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휴대전화 등 모바일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쇄신은 인적청산을 통한 국정운영의 전반적 변화를 의미한다. 단순한 인위적 세대교체는 국민적 호응을 얻지도 못하고 성공할 수도 없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의 연령을 몇 살 낮추었다고 해서 당대표를 젊은 얼굴로 바꾸었다고 해서 국민적 지지를 얻기에는 국정운영이 너무 난맥상이다.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연판장까지 돌리던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이 청와대에서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오자 게눈 감추듯이 쏙 들어갔다. 그리곤 요직을 서로 맡겠다고 저요, 저요 하는 모습이다. 국정쇄신이 무엇인지 모르고 설쳤다는 소리다.

 집권세력이 세대교체를 제기하는 논거는 판단 자체가 틀렸다. 선거패배의 원인을 20, 30대의 투표율이 높아진 데서 잘못 찾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20, 30대에 대한 모독이다. 20, 30대가 정치의식이 부족해서 한나라당은 노인당, 민주당은 청년당이라는 인식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국가적 사안을 국민적 논의를 생략한 채 비민주적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강압통치에 대한 집단적 반란이다. 국정쇄신을 외면하는 집권세력의 오판은 앞으로 실시될 선거결과도 예고한다.        

 김영삼의 ‘깜짝 놀랄 젊은 후보론’도, 김대중의 ‘젊은 피 수혈론’도 실패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노무현도 집권중반 들어 민심이반이 가속화되자 ‘40대 장관론’을 들고 나왔다. 40대 장관을 과감하게 발탁해서 공직사회에 세대교체를 단행한다는 방안이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란이 있었다. 여기에 'OECD국가 지도자 분석'이란 보고서를 올렸다. 한국의 장관 평균연령이 OECD 회원국에 비해 높은 편이니 40대 장관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는 단순논리였다. 내부논의에서 논란이 있었는지 몰라도 뒷소식이 없었다.

 웬만한 직장에서 50대는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존재 같다. IMF 사태 이후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해서 정리해고가 상시화됐다. 연령순에 따른 퇴출기준이 정착화되어 민간분야에서는 40대도 쫓겨나는 처지다. 연소화의 바람은 공공분야에도 옮겨 붙었다. 2002년 12월 대선에서 대통령 노무현의 탄생도 그 바람에 힘입은 바 크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일단의 386세대의 의사당 입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세대간의 갈등을 빚더니 2008년 4월 총선에서는 386세대의 쇠락을 가져왔다.  

 재계는 경기변동이나 시장변화보다는 권력이동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재계는 집권세력의 구성특성에 맞춰 변신하는 습성을 가졌다. 정계-관계-금융계에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 그 인맥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대부분 재벌기업의 사장단이 한층 더 젊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고소영’이라는 학연-지연-혈연에 따라 정계-재계-관계가 상당부분 재편됐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섰지만 정계-관계에서 이른바 세대교체 단행된다면 또 한 차례 인적개편이 예고된다. 

 의술발달-소득향상에 따라 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IMF 사태 이후 고용정책의 변화가 중년층의 퇴출을 촉진시키면서 고용구조의 연소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50대이지만 직장에서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균수명은 80대로 늘어나는데 앞으로 30년을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생활비,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는데 소득원은 없고 사회안전망은 협소하다. 사회의 주역이 바뀌면서 연령적 소외계층이 빠른 속도로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보격차가 연령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휴대전화의 기능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송-수화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나왔다. 인터넷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겨우 전자우편이나 보내는데 트위터가 나왔다.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세대를 압도하면서 노령층의 거세감, 무력감이 커져 정치적 불만세력으로 태동하고 있다. 노령층의 급격한 우경화가 그것을 말한다. 진보성향의 집회현장에 활동무대를 잃은 노령층이 나타나 세대간 충돌양상을 자주 빚는다. 고용구조의 연소화와 디지털 기술이 연출하는 세대갈등의 한 단면이다.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노령층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사회저류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장차 노령층의 정치적 발언권은 필연적으로 강화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거꾸로 능력, 자격, 자질과 상관없이 연령 중심의 인위적 세대교체를 단행한다면 스스로 지지세력마저 포기하는 꼴이 된다. 무엇보다도 세대간의 간극을 더욱 벌린다. 지방선거 결과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소명이다. 국민이 바라는 대로 국정을 바로 잡으면 나라가 편안하다. 인위적 세대교체 따위는 정답이 아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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