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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난독증에 걸린 집권세력
[김영호 칼럼]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면 정권의 운명은 이미 예견된 것
 
김영호   기사입력  2010/06/23 [09:29]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노무현 정권이 참패했다. 그 이전 2005년 4월 30일 재-보선에서도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0:23으로 전멸했다. 이어 10:26 재-보선에서도 0:4로 영패했다. 이것은 국민의 엄중한 경고였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은 권력중독에 빠졌는지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와 무관하다는 따위의 말로 국민을 희롱했다. 국가적 중대사안을 국민적 논의를 생략한 채 독단적으로 몰아붙이기를 능사로 알았다. 많은 국민들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벼르다 지방선거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던 것이다.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치른 전국단위의 선거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21.2%였다. 한나라당이 52.8%를 얻어 530만표 차이로 압승했다. 이것은 17대 대통령 선거의 예고편이었다. 2007년 12월 19일 대선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후보는 26.1%를 얻었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은 48.7%였다. 지방선거 득표율과 근접한 수치로서 표차는 530만표로 똑같았다. 양당에서 누가 나와도 이미 결정난 선거판세였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권은 그 의미의 중대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오기정치에 몰입해 재집권의 기회를 저버렸다.

4년이 지나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했고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했다. 한나라당이 본거지인 경남도, 전통적 여당지역인 강원도, 인천시에서 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패배를 넘어 참패를 의미한다. 만약 민주당이 서울시, 경기도 후보를 정책검증과 경선을 통해 결정했다면 승산이 컸을 것이다. 민주당의 패배는 단순히 반한나라당 정서에 편승해 급조한 후보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표심을 말한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아무나 공천한다고 해서 찍지 않겠다는 경고이다. 그 대신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의 견제장치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은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민주당이 감지조차 못한 영리한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권 행사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06년 5-31일 지방선거는 큰 상이점이 있다. 4년 전에는 선거결과가 여론조사대로 예측됐지만 이번에는 여론조사와 판이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숨은 표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없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집회-결사-언론자유 탄압에 대한 항거이다. 촛불을 들었다고 인터넷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고 얻어맞거나 잡혀가는 것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보고 들었다. 그 까닭에 촛불과 네티즌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정치적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며 표로 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민심이 비치는 거울로 알고 한나라당이 신이 나서 전쟁불사론을 소리치며 선거를 치를 셈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 정권의 선거패배 원인을 대체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원안수정으로 한정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패인은 국정전반에 걸쳐 광범위하다. 언론장악도 큰 패착이다. 언론장악을 노려 방송사마다 관제사장을 심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무더기로 해고-징계했다. 친여신문들에게 방송사를 하나씩 나눠 주려고 언론관련법을 국회에서 재표결, 대리투표를 통해 불법적으로 날치기 처리했다. 국민은 이 모두 잘 안다. 친여매체들이 천안함 사태를 지렛대로 삼아 북풍이 불라고 그토록 풀무질했지만 허사였다. 국민이 친여매체의 보도-논평을 액면대로 믿고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집권세력이 모른다는 뜻이다.

북풍 못지않게 색깔론도 집권세력의 주효한 선거전략이다. 집권세력은 평소 전가의 보도처럼 정치적 반대자-비판자를 무조건 좌빨로 몰아 착색한다. 특히 명단공개 등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노골적이다. 그런데 서울시, 경기도를 비롯한 6곳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했다. 입으로는 사교육비 절감을 말하면서 뒤로는 일제고사, 자립형 자사고 등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반기다. 무엇보다도 이제 색깔론은 선거전략으로서 약효가 다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집권세력이 예상치 못한 선거결과에 잠시 충격을 먹고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20여일이 지나자 빠른 복원력을 발휘하며 국정쇄신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엉뚱하게도 세대교체로 응답하며 독선, 독주, 독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 심판을 아랑곳 않고 정면돌파한다는 소리다. 4년 전 노무현 정권처럼 표심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dyslexia)에 걸렸으니 정권의 운명은 이미 예견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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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23 [09: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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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용석 2010/06/23 [16:43] 수정 | 삭제
  • 김영호님 잘 읽고 갑니다.
    언론개혁에 종사하시는 분답게 이번 선거 최대의 비밀, "노무현은 용서해도 노무현 장사치는 용납못한다"는 저 자신 주장에 대한 세부적 근거로 읽어냈습니다.
    노무현 때 언론자유 확보된 상황과 지금 이명박 때 언론자유 제약하는 저넘들의 작지않은 차이로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으로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똑같은 자들입니다. 악마는 항상 원칙의 전체가 아니라 세부적으로 스며든다는 어느 철학자의 지적이 불현 생각납니다.
    소위 노명박 시대를 넘어서는 큰 언론인의 지혜를 기다립니다. 아직은 자칭 인민경제학자로서 한 언론인의 지적에서 배움의 기회를 가짐에 감사드리면서.. 오용석 두손 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