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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4대강’ 반대 소리
[김영호 칼럼] 언론이 참말을 마다하니 종교계 인사와 신도까지 나서
 
김영호   기사입력  2010/03/24 [03:26]

방송이든 신문이든 주류매체는 4대강 살리기가 죽이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이보다 더 큰 환경파괴사건이 없건만 말이다. 자연훼손, 수질악화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론분열, 예산낭비 또한 막심하나 본 척도 하지 않는다. 기사가치를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판단하여 언론의 사명을 방기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다만 소수의 비주류매체가 그 심각성을 고발하나 영향력이 미약해 거의 들리지 않는 형국이다. 언론이 거짓말을 능사로 알고 참말을 마다하니 종교인들이 나섰다.

그 동안 종교를 달리하는 많은 성직자, 신도들이 4대강을 찾아가 죽어가는 강의 아픔을 달래려고 숱한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강의 신음은 위정자들이 귀에 가닿지 않는지 굴삭기의 굉음만이 점점 요란해진다. 강바닥을 파헤쳐 준설토사가 산더미를 이룬다. 퇴적물을 걷어내니 악취가 진동하고 그 일대가 중금속 오염으로 중병을 앓을 판이다. 파일을 박고 강줄기를 틀어막으니 흙탕물이 넘쳐난다. 둔치를 갈아엎는 바람에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던 많은 농민들이 쫓겨나는 판이다. 강을 끼고 인류의 문명이 발상했으니 매장문화재가 쏟아지나 덮기에 바쁘다.

인간의 젓줄인 강은 태고 적부터 흐른다. 보를 쌓아 물을 가두면 흐름이 막혀 강은 썩는다. 고인 물이 썩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그 물을 걸러서 마실 수 있을지 큰 일이다. 어패류와 수초의 서식지를 파헤치니 생물다양성이 파괴된다. 16곳에 보를 만들어 거대한 저수지가 생기면 주변지역이 침수피해를 입고 그 일대에 기상변화가 일어난다.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질 테니 일조시간이 줄어 농작물 피해 또한 심각할 것이다. 안동댐, 소양댐이 그것을 말하고도 남는다.

종교계가 아무리 자연재앙을 말해도 듣지 않자 생명의 강을 구하려 행동에 나설 태세다. 지난 8일 천주교 사제 1,104명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반대서명운동을 펴는 한편 6월 지방선거에서 강을 살리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정치적 목적이 아닌 생명에 대한 사제적 양심의 선택이라고 비장한 결의를 보였다. 하지만 주류언론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던 침묵의 카르텔이 되살아난 꼴이다. 

뒤이어 12일 천주교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온 나라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당마다 생명위원회를 운영하고 500만명 신자들에게 4대강 사업의 반생명성을 전파할 계획이다. 천주교는 역사의 고비마다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고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심장하다. 그런데 언필칭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는 단신으로 처리했고 주류신문은 그나마도 외면했다.
 
▲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사제들이 어린 모종과 선언문을 들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지고 있다     © 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불교계는 불교환경연대가 앞장서 4대강 반대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한강 여주보 공사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선원을 차리고 4대강 사업으로 고통받는 뭇 생명을 위로하는 성찰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한 단체와 사찰들은 지난 2월 23일 1,500여명이 동참한 연합 방생법회를 봉행했다. 또 다음달 17일에는 조계사에서 신도 1만여명이 참석하는 환경법회를 연다고 한다. 

개신교에서도 4대강 사업 반대의 소리가 번지고 있다.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이 중심적 활동을 펴고 있다. 이 단체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감리교, 예장통합교단과 함께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기독교행동은 지난 달 17일부터 매일 팔당 유기농단지에서 생명의 강 살리기 사순절 금식기도회를 열고 있다. 기독교행동은 부활절 연합예배를 북한강변에서 이 지역 농민들과 함께 올릴 예정이다. 

지난 15일에는 낙동강 상주보 공사현장에서 3km 떨어진 모래밭에서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로 꾸려진 종교환경회의가 생명의 강을 위한 공동기도회가 열렸다. 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생명-평화의 수호는 종교적 의무라며 전국의 사찰, 성당, 교회, 교당에서 국민들과 힘을 모아 4대강 사업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회의 기자회견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주류언론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인위적 복원이 불가능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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