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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봉쇄 속 시민들 외침 '이명박 OUT'
[현장] 1만 시민, 경찰의 시청광창 원천봉쇄 맞서 '게릴라' 가두행진 펼쳐
 
이석주   기사입력  2008/07/12 [22:34]
▲경찰은 이날 오후 부터 전경버스 100여대를 동원해 서울시청 광장의 진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때문에 시민들의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대자보
 
▲특히 경찰은 시청역 5번 출구와 프레스센터 일대에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들의 이동까지 차단했다.     © 대자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말집회에 동력을 집중키로 방침을 정한 이후, 대책회의 주최의 66차 촛불집회가 경찰의 원천 봉쇄와 궂은 날씨 속에서도 1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오후 종로와 안국동 등 서울 중구 일대에서 '가두행진' 형태로 진행됐다.

당초 이날 집회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서울 광화문 일대에 170여 중대 1만 5천 여 병력을 배치한 경찰은 무려 100여대가 넘는 전경버스를 시청광장과 세종로에 배치, 시민들이 광장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를 막아서고 나섰다.

경찰은 특히 1호선 시청역 5번 출구 안까지 진입, 지하철을 이용해 촛불집회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을 철저히 봉쇄했다. 또한 광화문 사거리 동화면세점과 태평로 프레스센터 인근에도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이동을 차단했다.

이때문에 촛불집회 참가자들 및 일반시민들의 원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으며, 일부는 경찰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붇기도 했다. 또한 프레스센터로 들어가려는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기도 했다.
  
▲프레스센터 앞 경찰의 원천봉쇄 모습. 경찰은 특히 프레스센터로 들어가려던 일부 기자들의 이동까지 차단했다.     © 대자보
 
▲동아일보 앞에 배치된 전경 버스.     © 대자보

게릴라성 가두행진…조계사 앞에선 행진 여부 놓고 시민들 간 마찰 일기도

경찰의 물셀틈 없는 봉쇄에 서울시청 광장으로 진입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오후 7시 10분 경 청계광장 인근을 배회하다 국가인권위 주변에서 '촛불 기도회'를 마친 광우병기독교대책회의 및 학생, 시민들과 합류, 7시 30분 부터 을지로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과 학생들은 "이명박은 물러나라", "어청수는 사퇴하라", "촛불들이 승리한다", "시청광장을 돌려달라", "촛불행진 못막는다", "공안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긴호흡, 강한걸음, 5년내내 촛불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차량에서 행진 대오를 이끈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강하게 비판, "국민들의 외침을 괴담으로 모는 이명박 이야말로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을지로입구 방향으로 이동 중인 시민들. 이들은 이후 종각 보신각을 거쳐 조계사 앞으로 행진했다.     © 대자보
 
▲조계사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 이들은 경찰의 수배에 맞서 지난5일 이후 일주일째 칩거중이다.     © 대자보

행진에 참가한 김진희(29) 씨는 서울시청 봉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귀를 막고 있는 정부가 이젠 시민들의 혈세로 만든 광장 까지 막아섰다"며 "이런 방침 때문에 시민들의 촛불은 더욱 타오를 수 밖에 없다. 이대통령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가두행진을 진행한 시민들은 보신각을 거쳐 저녁 8시20분 경 조계사에 도착,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과 조우했다. 박원석 상황실장 등 6명의 수배자들은 조계사 정문 앞에 나와 촛불을 들고 시민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천영세 의원과 박승흡 대변인 등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시민들의 구호에 맞춰 주먹을 쥔 채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힘내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조계사 앞 촛불집회를 놓고 시민들과 대책회의 간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수의 시민들이 국민대책회의 계획에 반대, "계속 전진해야 한다"며 청와대로 가자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 한 시민은 "이러한 모습은 경찰이 원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부는 국민대책회의 측을 강하게 비난, "대책위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면 안된다. 이름만 대책회의지,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경찰이 막고 있더라도 계속해서 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실랑이 끝에 8시 50분 경 가두행진이 다시 시작됐고, 시민들의 행렬은 구 한국일보 건물로 향했다. 그러나 이마저 전경버스로 시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봉쇄한 경찰에 막혀 더이상의 전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향해 "행진을 이어가지 않는다"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 대자보

이때문에 시민들은 반대쪽인 안국역 방향으로 이동했고, 집회 대오는 청계천 낙원상가를 거쳐 종로3가 방향으로 향했다. 이후 이들은 각각 보신각과 동대문 방향으로 나뉘어졌으며, 비가내리는 와중에도 서울 중구를 중심으로 '게릴라성' 가두시위를 펼쳤다.

현재까지 경찰은 해산 경고나 병력 투입 등의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저녁 10시 30분 현재 시민들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 또한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정을 넘겨 시민들이 계속해서 산발적 시위를 이어갈 경우 강제연행과 같은 불상사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교조, 종교계 사전 행사 진행…"전면 재협상 실시하고 국민탄압 중단하라"

한편 이에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3시 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조합원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규탄하는 동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자율형 사립고 등을 통해 공교육 말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의 교육정책을 즉각 개정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학교급식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과 한국 남자수도회 등은 오후 4시 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서울시청 광장에 있던 시민들과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달 진행했던 시국미사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의 뜻을 전하는 자리가 됐다"며 "촛불 바람이 다시 살아나길 염원한다. 정부는 촛불집회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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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2 [22: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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