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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뽑아든 <조선일보>, MBC '융단폭격'
MBC 내부문건 내용 공개, 민영화 노림수?…자료 입수 배경에 의혹 증폭
 
이석주   기사입력  2008/07/10 [17:40]
두번에 걸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 검찰이 방송사에 대한 압수수색 까지 암시하며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10일 각각 신문지면과 기자회견을 통해 MBC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양 측 모두 "<PD수첩>이 광우병을 과장 왜곡 보도 했으며, 나아가 MBC 전체가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진실은폐 기도에 나섰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조선>과 한나라당 진성호, 김용태 의원 모두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MBC 내부문건을 들고 나왔다.
 
즉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PD수첩>에 날을 세웠던 <조선일보> 출신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이날 <조선> 보도에 의해 공개된 'PD수첩 상황실 회의자료'를 배포했던 것이다. MBC를 향한 <조선>과 한나라당의 '정조준'이 시작된 양상이다.
 
▲이날 진성호 의원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MBC 내부문건. A4용지 10장으로 구성됐으며, 조선일보는 이를 토대로 이날 기사를 통해 MBC를 강하게 비난했다.     © 대자보

조선 "본지가 입수했다"…MBC 내부문건 토대로 맹공 퍼부어
 
<조선>은 이날 자 1면 'PD연합회·언론노조 등 외부 힘 빌려 MBC, 방통심의委 압박방안 등 논의'의 기사를 통해 MBC측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사설을 통해선 <PD수첩>과 관련한 MBC 대책회의를 '범죄집단'으로 비유하고 나섰다. 가히 '융단폭격'을 가했던 것이다.
 
특히 <조선>은 "본지가 입수했다"며 MBC 내부문건을 거론, "'오역(誤譯) 등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가자'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관련 시민단체나 노조 등 외부 단체를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려 했던 사실이 MBC 내부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 내부문건을 토대로 <조선>은 "MBC의 이같은 대응이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의 잘못을 충분히 알면서도 외부로는 끝까지 부인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상당한 도덕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조선>은 "범죄집단 회의만도 못한 'PD수첩 대책회의'"라는 사설에서도 "PD수첩은 양심의 흔적이라곤 범죄집단 대책회의보다 찾기 어려운 이런 대책회의를 벌였다"며 "검찰이 심판할 일이 아니다. 농락당한 국민들이 PD수첩을 심판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 출신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도 기자들에게 문건 배포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C 전체가 정부 기능 및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PD수첩>과 관련한 MBC의 대응에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진 의원과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장소에서 <조선>이 기사의 근거로 삼은 'PD수첩 상황실 회의자료' 전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한 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나갔다. 
 
▲한나라당 초선의원인 진성호, 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C 내부문건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 대자보

<조선> 기사가 최소한 전날 작성됐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공교롭게도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조선>과 <조선> 출신 현역의원에게서 공개된 셈이다. 물론 MBC입장에서 이날 배포된 문건은 검찰 수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들은 "본 자료는 MBC측의 진실은폐 기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자료에 따르면, MBC측은 <PD수첩>등의 보도가 과장 왜곡 보도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MBC가 사태를 호도하고 시간을 끌어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지난달 27일과 29일, 30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 MBC 내부의 회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참석자들은 정책기획팀장과 총괄데스크, <PD수첩> CP, 홍보부장, 법무저작권 부장, 변호사 등 10여 명 안팎이 참석한 것으로 기록됐다.
 
내용에 있어선, 이날 조선이 보도한 그대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하면 MBC가 어쩔 수 없이 시인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PD연합회 등 직능단체나 언론노조가 나서는 것이 더 낫다"는 등 검찰 수사와 관련한 대응 방안 및 향후 계획 등이 기록됐다.
 
이와 관련, 두 의원은 "MBC노조나 PD연합회가 MBC측의 진실은폐 기도에 가담하고 있는가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진실을 땅에 묻을 수는 없다. MBC측은 손바닥으로 진실의 하늘을 가리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루 시간차 두고 동일한 자료 배포…진성호 "언론으로 부터 받은 것 아냐"
 
한편 대책회의 내용이 담긴 MBC 내부문건을 <조선>이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의 여부와 <조선일보> 출신인 진 의원과의 연관성 여부, <조선>이 진성호 의원의 기자회견에 앞서 미리 보도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진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료 입수 경위'를 묻는 질문에 "특정 언론으로부터 받은 게 아니라, 제보자에게서 받은 자료"라고 밝히긴 했지만, 조선의 보도시점과 기자회견 장소에서의 자료 배포가 시점상으로 절묘히 일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날 진 의원 측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대책회의 문건에서, 제3자에 의해 표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밑줄이 이날 <조선>이 보도한 기사내용과 일정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점도 문건 입수배경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조선>은 "MBC가 6월 30일 열린 상황실 3차 회의에서 PD수첩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에 대한 대책과 관련 '현재 회사 차원의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 'PD연합회 등 직능단체나 언론노조가 나서는 것이 더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문건에 기록된 'PD수첩 상황실 3차 회의 결과'중 방송통신 심의위원회 심의대책과 관련한 부분에는 "현재 회사차원의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음…"이라는 문구에 밑줄이 표시돼 있다. 
 
▲문건에는 누군가에 의해 표시된 것으로 보이는 밑줄이 그어져있다.     © 대자보

즉 특정언론으로 부터 받지 않았다는 진 의원의 설명을 반대로 해석해 보자면, 대책회의 문건 내용을 자세히 보도한 조선에게 진 의원 측이 미리 제공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한나라-보수언론의 MBC 압박은 민영화 때문?
 
한편 <PD수첩>과 관련, MBC에 대한 한나라당과 보수신문들의 전방위적 공세는 언론시민단체와 다수의 국민들로 부터 의혹을 사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공영방송의 민영화 조치에 따른 압박이라는 것.
 
실제로 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MBC와 같은) 공영방송이 국민들 감시를 받아야 하지만, MBC는 소유구조 등으로 인해 (국민들 감시가) 매우 힘들다"며 'MBC 민영화'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언론단체와 MBC 측은 <PD수첩>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을 명백한 '민영화 시도'로 보고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결의대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동력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산하 박성제 MBC노조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를 통해 "<PD수첩> 수사와 MBC 민영화 음모 등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투쟁해 나가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통해 "허구논리로 여론을 왜곡하고 선동하고 있는 것은 'PD수첩'이 아니라 바로 정부 여당과 조중동"이라며 "왜곡과 진실을 가릴 줄 아는 국민과 함께 'PD수첩' 지키기에 나설 것"이라고 정부의 언론탄압을 강하게 규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MBC 의견진술일 16일로 최종 결정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0일 MBC <PD수첩>의 의견 진술일을 오는 16일에 개최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른바 '광우병 보도'에 따른 방송심의규정 위반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MBC는 "위원회의 심의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의견 진술일을 현재 진행 중인 법원의 1심 판결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날 최종 날짜를 16일로 결론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위원회 심의가 법원 판단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MBC의 요청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의견 진술에 필요한 물리적인 준비시간을 감안해 일주일 후인 다음 주 16일로 의견 진술일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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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0 [17: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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