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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촛불행렬…경찰, 돌연 강경진압
[현장-종합] 광화문 격렬 대치, 소화기 분사…경찰, 다수 귀가후 돌변
 
이석주   기사입력  2008/06/06 [21:26]
▲시민들이 대부분 귀가하고 1천 여명만 남은 7일 오전 7시. 경찰은 이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며 강경진압에 나섰다.     ©CBS노컷뉴스
 
[현장-종합 : 7일 08시 10분] 경찰, 시민 대부분 귀가 후 '강경 모드' 돌입

 
미국산 쇠고시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7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6일 저녁 20만 명이 모인 2일 차 집회에서 알 수 있듯,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와 함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6일 불교 지도자들과의 오찬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쇠고기 전면 재협상의 백지화'를 못박은 상황이라, 광우병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6.10 100만 촛불대행진'에 시민들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7일 오전 7시 까지 약 12시간 동안 진행된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은 "재협상을 하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 대통령이 사태 해결 대신, 성날대로 성난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에서 표출된 시민들의 격한 분노는 사태 해결과 관련한 정부의 독선 및 경찰의 강경 진압 방침과 맞물리면서, 오는 10일로 예정된 '6.10 100만 촛불문화제'에 고스라니 베어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2일 차 집회에선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광화문 곳곳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고 격렬한 대치국면을 이어가는 등 전날과 다른 양상의 대응을 펼치기도 했다.
 
경찰은 6일 오후 부터 전경 135개 중대 1만 여명의 병력을 서울 광화문 일대 및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 배치했으며, 집회가 진행된 12시간 동안 경찰과 시민들 간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7일 오전 경찰이 광화문 사거리에 남은 일부 시민들에 대해 강제 진압에 나서자 한 시민이 때리지말라며 울부짖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런 상황은 7일 새벽 6시 께 시민들 대부분이 자진해산 하면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마지막 까지 광화문을 '사수'했던 시민들도 1천 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7일 오후 4시 부터 '국민무시 고시강행 이명박 정부 심판 범국민대회'를 대학로에서 개최한 뒤,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해 서울시청 광장까지 이르는 가두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7시 부터는 시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갖는다.
 
새문안교회 인근 가장 격렬…일부 시민들, 전경 버스 끌어내리기도
 
이에 앞서 7일 새벽 발생한 '충돌' 가운데, 경찰과의 몸싸움이 가장 격렬했던 장소는 광화문 중심이 아닌, 금호 아시아나 건물 뒷 골목. 이곳에선 200여 시민들과 경찰이 새벽 1시 부터 아침 7시 경 까지 극심한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경찰도 강경 진압에 따른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무리한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 였지만, 새벽 4시가 넘어가도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자, 방송 차량을 통해 "자진해산 하지 않을 경우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며 이른바 '마지막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 건물 인근의 골목에선 경찰과 시민 200여명이 7일 새벽 1시 부터 4시 까지 격렬한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 대자보
 
▲이곳에서 시민들은 경찰과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CBS노컷뉴스

이에 시민들은 "어청수를 구속하라"는 구호에서 부터, 경찰을 햔한 야유성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나아가 시민들은 자체 구호를 외친 경찰을 향해 '앵콜', '중대장 노래해'라는 말을 하며 현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민들은 새벽 1시 부터 4시 까지 금강제화 도로와 새문안교회 도로에 배치된 전경버스 4대를 대형 밧줄을 이용해 끌어내리기도 했다. 전경 버스가 전봇대에 부딪치는 아찔한 순간이 발생하는가 하면, 밀려오는 차량에 시민들이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이과정에서 전경 버스 유리창을 깨려는 시민과 이를 말리려는 시민들 사이에 격렬한 말싸움이 이어지기도 했으며, 전경 버스를 끌어내리는 것에 대한 찬반 양론도 분분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은 이날 총 4대의 전경버스를 거리로 끌어냈다. 이과정에서 시민들 간 찬반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 대자보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시위가 폭력으로 변질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바라는 것이다. 논질이 폭력과 비폭력으로 변질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전경 차량을 계속해서 끌어낸다면, 경찰들이 밀고 나올 것이다. 부상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다른 시민은 "어짜피 청와대 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민들의 분노를 알려야 한다"며 "전경들의 무력 진압에 맞서야 한다. 여기에 있는 시민들의 박수 소리로 찬반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경찰은 시민들의 이같은 과열 행동과 관련,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전의경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귀가하시기 바랍니다"고 말하는는 등 자진 해산을 유도했다.

 

[현장-2보 : 7일 02시20분] 경찰 소화기 분사, 학생들도 과열 양상…위기감 고조
 
▲시민들이 전경버스를 끌어내리려 하자, 경찰은 그간 자제해왔던 소화기를 분사했다.     © CBS노컷뉴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6일 자정을 넘어 7일 새벽으로 접어들면서, 광화문 주변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이 일부 시민들을 연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분노한 일부 시민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전날과 마찬가지로 경찰은 전경 병력을 전면에 배치해 시민들을 자극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골목에서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6일 새벽 상황과는 분명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때문에 이날 20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2일 차 집회는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학생들의 행동도 점차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사고' 가능성 또한 잠재돼 있는 분위기다.
 
"경찰이 시민들 연행했다"에 시민들 일제히 전경 버스 앞으로
 
앞서 8시 30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20만명의 시민들은 남대문, 인사동, 서대문 등 총 세 갈래를 이용해 청와대 까지 가두행진을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의 원천 봉쇄에 막힌 시민들은 6일 밤 11시 경 부터 속속 광화문 사거리로 집결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세워져 있는 '혜정교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 대자보

이과정에서 시민들에 따르면, 안국동을 통해 청와대 행을 선택한 3천 여 시민들은 경찰과 격렬한 대치국면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 학생들이었으며, 인터넷 카페 모임 회원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려했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광화문에서 연좌농성을 진행 중인 시민들은 노래와 즉석 난타 공연 등을 진행하며 평온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후 6일 자정이 되면서 청와대로 향했던 시민들이 속속 광화문에 모였고, 가족단위의 시민들은 귀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7일 새벽 1시 경, 연좌 농성 사회자가 방송차량에 올라 "지금 경찰이 시민들 중 일부를 연행해 갔다"고 알리자, 시민들은 일제히 새문안 교회 방향으로 향했다. 현장의 시민 중 한명은 "경찰이 이곳에서 시민 3명을 연행했고, 현재 전경 버스 안에 있다"고 밝혔다.
 
▲광화문 사거리에 삼삼오오 앉아있던 시민들은 난타공연을 진행하며 축제의 장을 펼쳤다.     © 대자보
 
▲학생들은 7일 새벽 1시 30분 경 밧줄을 이용해 전경버스를 끌어내렸다.     © 대자보

한편 학생들은 밧줄을 이용해 아시아나 건물과 새문안 교회 도로에 배치돼 있던 전경차를 끌어내리려 했으며, 이러한 상황은 7일 오전 2시 까지도 계속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병력을 배치하지는 않았지만, 차벽 사이와 버스 지붕 위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50여명의 시민들은 7일 새벽 1시 경 "길이 뚫렸다"며 아시아나 건물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며 현장 봉쇄에 나선 전경들과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이과정에서 시민들은 밀리지 않으려는 경찰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이에 경찰 지휘관은 "(시민들을) 밀지말고 버티기만 하라"고 말하는 동시, 방송차를 통해 "전경들을 밀면 여러분 안전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전경들과 여러분들의 안전 모두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라고 극단적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줄을 잇는 자유발언…"MB와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한편 이에 앞서 광화문 사거리에선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전날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광화문 한 복판에 세워진 무대 차량을 중심으로 시민, 학생들의 발언 신청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쇠고기 관련 업종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조영현 씨는 "미국은 자신들이 처분할 수 없는 30~4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우리나라에 팔려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은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는 9일과 10일 대구지역 대학 최초로 동맹휴업에 돌입하는 대구교육대 변영민 총학생회장은 "(한나라당의 표밭인) 대구에서 80%이상의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 너무나 창피하다"며 "이명박 대통령과는 더이상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기아자동차 노동자라고 밝힌 김 모 씨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서민들은 미칠 것 같은데, 정부는 재벌만을 위한 정책들을 펴나가고 있다"며 "비정규직, 교육문제, 서민말살 정책 등이 쌓여서 시민들의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개탄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 중인 21세 남학생은 "바뀌지 않는 정부 태도에 분노해 거리로 나오게됐다. 정말 안전한 밥을 먹고 싶다"며 "4년 동안 4천 만원의 등록금으로는 쪽방도 얻을 수 있다"고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장-1보 : 6일 21시 26분] 사상최대 20만…"촛불들고 청와대로"
촛불문화제 이래 최대 인원…'재협상 없다' 청와대로 향해
 
▲촛불문화제 종료 후 시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CBS노컷뉴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20만 촛불의 함성이 서울 세종로 일대에 울려퍼졌다. 이는 촛불문화제 시작 이후 가장 많은 인파로,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정도로 높은가를 실감케 하기 충분했다.
 
특히 20만 시민들의 분노는 사실상 미국과의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표명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기름을 붙는 역할을 담당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대표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난 시민들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중 이날 오후 7시 부터 시작된 2일 차 행사를 마치고 오후 8시 30분 부터 가두행진을 시작, "촛불을 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하자", "이명박 탄핵", "고시철회 협상 무효" 등을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다.
 
20만 시민들은 각각 명동과 을지로, 종로5가를 거쳐 '청와대행'을 시작하는가 하면, 다른 대오는 서울역과 서대문을 통과해 청와대로 향했으며, 나머지는 안국동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함성을 청와대에 표출할 예정이다.
 
이날 촛불문화제 사회를 맡은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위' 상황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재협상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촛불의 호소를 끝까지 외면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이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20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행사 시작 전 부터 덕수궁 앞에 자리를 잡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 대자보

한편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5일 오후 부터 전의경 135중대 1만 여명의 병력을 서울 광화문과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 배치한 경찰은 이날도 물셀틈 없는 경비를 펼치며 시민들의 청와대 행진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상황.
 
이밖에도 경찰은 이날의 가두시위가 하나의 대오가 아닌, 최소 3개 이상의 행렬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다수의 경찰 병력을 서울 세종로 일대 뿐 아니라, 명동과 남대문, 종로, 안국동 등 서울 중심가 곳곳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전경 버스에 의한 이동 통제를 제외하곤 병력 배치 등과 같은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전날 부터 시작된 촛불문화제가 사실상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24시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경찰의 '적극적 진압'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만 촛불 행렬 장관 이뤄…현 정부에 대한 성토의 장
 
이에 앞서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찼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 공공부문 민영화, 경찰의 폭력 진압 까지. 이미 한달 넘게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현 정부에 대한 '분노의 종합세트'로 바뀐지 오래였다.
 
시민들은 본 행사 시작 전 부터 서울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분노 표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이 행렬은 덕수궁 앞 부터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까지 이어지는 등 하나의 카메라 안에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들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대자보

특히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의 촛불 행렬이 늘었고, 이들은 삼삼오오 돗자리를 준비해 자리를 잡는 등 평화적 촛불문화제를 한편의 축제로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아울러 서울시청 광장 주변에는 피곤에 지친 시민들을 위한 임시 텐트도 마련돼 있었으며,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한 조중동 평생 구독 거부 운동, 참여연대가 추진 중인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서명운동도 활발히 진행됐다.
 
'광야에서' 안치환, 촛불문화제 절정 이르게 해
 
이날 촛불문화제의 백미는 '민중가수' 안치환 씨의 공연이었다. 안 씨는 "한 나라의 권력과 주권은 보잘 것 없는 위정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 부터 나온다"며 "내 노래가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씨는 '광야에서'를 시작으로 '유언',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며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끝어냈다. 나아가 시민들은 촛불을 좌우로 흔들며 세종로 일대를 한편의 아름다운 '촛불 행렬'로 수놓았다. 촛불문화제의 절정을 보여줬던 것이다.
 
특히 한 시민의 피켓을 보고 영감을 얻은 뒤 작곡했다고 밝힌 '유언'에는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외치고 있는 분노의 함성이 고스라니 담겨있었다. 현 정부 정책들에 대한 실랄한 풍자와 함께 원망 섞인 비난을 담아냈던 것.
 
'내가 광우병 걸려 병원가면 건강 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받고 죽을 수 밖에 없는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나를) 화장해서 대운하에 묻어다오…'
 
안 씨는 "20년 전 바로 이곳에서 울려퍼진 노래들은 독재 정권을 타도하자는 무기였다. 오늘의 노래를 '무기'로 표현하는 것이 다소 격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래하는 나로서의 작은 바람"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시민들의 촛불은 안치환 씨의 공연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 CBS노컷뉴스

구수한 사투리 '대구 아줌마', "명박아, 지금 당장 방 빼거라"
 
한편 누리꾼들의 분노를 자아낸 '경찰 폭행 동영상'의 당사자 김태성 씨는 경찰의 강제 진압과 관련, "당하고 나니, 이 정권이 제대로된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됐다"며 "지금의 촛불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될때까지 모여보자"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향인 대구를 떠나 9년 전 부터 서울 종로구에 살고 있다고 밝힌 김춘환(43·여) 씨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시민들의 환호와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김 씨의 발언 속에는 현 정부를 향한 분노가 숨어있었다.
 
"저는 고려대도 못나오고, 소망교회도 못다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맞짱 한번 뜹시다. 청와대에서 나와 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정책들이 진정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국민들 갖고 '실험' 하나요? 명박아 지금 당장 방 빼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화 위원장은 정부의 교육정책과 관련, "학생들을 24시간 경쟁으로 내모는 미친교육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며 "지금의 교육현실이 힘들고 암울하지만, 진실과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강하게 성토하며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CBS노컷뉴스

서울대 이나래 "경찰 폭행은 조직적, 군홧발 전경 용서할 것"
 
이날 행사에는 민변 소속 '인권침해감시단' 변호인단이 얼마전 경찰 군홧발에 의해 머리를 짓밟힌 서울대 이나래 학생의 자필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 속에는 경찰 수뇌부에 대한 분노와 함께, 해당 전경을 '용서'하는 여대생의 '측은지심'이 여실히 묻어났다.
 
"폭행 당사자만 사법 처리한 것은 진실을 호도한 행위입니다. 그날의 경찰 폭력은 우발적이 아닌,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어린 전경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아직까지 분노가 남아있지만, 그 전경을 용서할 것입니다"
 
민변 소속 원민경 변호사는 "어제(5일) 12시 헌법재판소에 장관 고시 무효화 국민소송 헌법소원을 완료했다"며 "헌재도 국민들 함성에 귀기울여서 장관 고시를 무효화 하고 헌법에 위반한다는 결청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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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06 [21: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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