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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저지…72시간 동안 끝장낼 것"

[현장-종합] 새벽까지 이어진 'MB탄핵' 외침, 경찰 無대응…8일까지 지속

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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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5 [18:10]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인 100만 촛불대행진에 대한 동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 CBS노컷뉴스

[현장-종합 : 6일 오전 6시] 새벽 녘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의 외침

72시간 중 12시간에 불과 했지만, 광화문 사거리에서의 시민들 함성은 날이 밝는 순간 까지도 계속됐다. 체력 저하와 급격히 낮아진 새벽 기온 속에서 "이명박 탄핵"을 외친 시민들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그들 스스로 '당당히' 새벽 녘 이슬을 맞이했다.

자유발언자들은 10대 소년·소녀 부터 기말고사를 앞둔 여대생, 이명박 대통령과 소위 '인연'이 있다고 밝힌 기업체 사장, 인근 도로에서 '한잔 걸친' 노인 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현 정부를 향한 분노가 어느정도인가를 실감케 했다.

사실상 5일 오후 7시 부터 시작된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는 6일 새벽 7시까지 이어진 시민들의 '광화문 축제'를 시작으로, '쇠고기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6.10 100만 범국민대회'에 대한 희망의 동력을 명확히 보여줬다.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번 촛불문화제를 오는 8일 까지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6일과 7일에는 오후 4시 부터 대학로를 출발해 서울시청 광장 까지 이르는 이른바 '대낮 가두행진'이 예정돼 있다.

아울러 이기간 동안 매일 저녁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최측의 이러한 '강행군'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 의지도 담겨 있지만, 오는 10일 '100만 촛불대행진'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5일 '덕수궁 촛불문화제' 시작 전 부터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전의경 135개 중대 1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한 경찰은 사회적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날이 밝는 순간 까지도 일체의 진압 작전 및 경고 방송, 병력 전면 배치 등을 펴지 않았다.

하지만 광화문 사거리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 휴일임에도 인근 직장에 출근하려는 시민들 까지 원천 봉쇄했다. 한 시민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현장 지휘관은 "한 사람이 지나가게 되면, 모든 시위대가 몰려올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함성은 날이 밝는 순간 까지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경찰도 전경 버스만 배치한 채, 아무런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 대자보

새벽 4시 이후 지친 기색 역력, 하지만 '이명박 탄핵' 만큼은…

이에 앞서 5일 저녁 11시 이후 부터 '광화문 집회'에 돌입한 5만 여 시민들은 6일 새벽 4시가 넘어가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는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드러눕는가 하면, 다른 시민들은 몰려드는 잠을 쫓기라도 하듯,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새벽 녘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흥겨운 기타소리로 추운 몸을 녹였으며, '아리랑'과 '고향의 봄', 나아가 흥겨운 락음악 등을 부르며 광화문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왕복 8차선 도로, 그 한 복판을 가로막은 8대의 전경 버스 앞에서 율동을 가미한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박수와 환호로 차량 주변에 감돌았던 '위기감'을 스스로 해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의 함성은 날이 밝는 순간 까지도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대오를 형성하며 광화문 한 복판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던 시민들은 쉴세없이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강하게 촉구했다.

▲한 어린이가 전경 버스에 이명박 대통령을 햔한 '초등학생의 바람'을 적고 있다. © 대자보

자신을 '13세 소년'이라고 밝힌 한 중학생은 "제가 대통령을 해야 할까요. 제발 미친소 수입을 막아주세요"라고 호소하는가 하면, 3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서울시청 광장의 북파공작원 유족동지회를 향해 "조금전에 가보니, 술마시고 잔듸에 누워있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2학년 여학생 역시 "기말고사 때문에 다수의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학도로서, 이 대통령이 얼만큼의 뇌용량을 갖고 주판을 튕기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힐난했다.

'날카로워진' 시민들 간 실랑이도…

이과정에서 시민들 간의 실랑이도 벌어졌다. 특히 예비군 복장 남성들에 대한 시민들의 원망 섞인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예비군' 남성들이 오히려 전경들을 감싸고, 시민들의 행진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른바 '시민들 간의 입싸움'이 발생했던 것.

▲새벽 4시가 넘어가자, 신경이 날카로워진 일부 시민들은 예비군들의 행동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 CBS노컷뉴스

실제로 새벽 4시 이후 시민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일부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아시아나 건물과 새문안 교회 사이의 도로를 통해 이동하려 하자, 예비군 복장 차림의 남성 30여 명이 이들을 앞질러 전경 버스 앞을 가로 막았다.

이에 진입을 시도하던 시민들은 "왜 예비군들이 막고 난리냐", "다음부터 나오지 마라", "혹시 이명박의 사주를 받고 나온 것 아니냐", "예비군들이 경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청에 태극기 꽃는 사람들과 뭐가 다르냐"는 등의 성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묵묵부답을 작정한 듯, 애초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예비군' 남성들은 시민들의 비난에 '유구무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과정에서 예비군 남성들을 칭찬한 시민들과 이를 비난한 시민들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예비군은 시민들 비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념도 없다. 찬반 양론도 없다. 단지 시민들과 전경들 간의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 뿐"이라며 "우리는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누가 선동하거나 배후가 있는 것도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장-3보 : 6일 오전 2시] 광화문은 '축제의 장'…전경버스 사이 팽팽한 긴장감
5만 시민, 축제의 장 만들어…전경 버스 사이 긴장감은 여전

▲5만여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집회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 CBS노컷뉴스

사흘 간 지속될 '72시간 촛불문화제'가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시민 5만 여명이 모인 가운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열린 덕수궁 행사가 '신호탄'을 알린 성격이었다면, 광화문 사거리에서의 '축제 함성'은 미국산 쇠고기 저지를 위한 본격 행군을 알린 셈.

광화문 사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가 하면, 일부는 즉석으로 난타공연을 실시, 새벽까지 이어질 집회의 피곤함을 달래기도 했다. 아울러 학생들은 다음날이 휴일인 터라, 귀가의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친구들과 집회를 이어갔다.

72시간의 대장정 중 불과 7시간이 지난 6일 오전 2시 현재, 5만 여 시민들은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위한 동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부는 '기나긴 여정'을 예상한 듯 2인용 텐트를 가져와 교보 빌딩 앞에 설치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광야에서', '아침이슬', '님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광화문 사거리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사거리가 시민들에 의해 통제됐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시간 이후 경찰의 '전면 재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겉으로는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지만, 전경 버스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오가는 양상이다.

▲일부 시민들은 각자 텐트를 준비해온 뒤,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 설치하고 연좌 농성을 이어가기도 했다. © 대자보

3천 여 학생들, 서대문 거쳐 경찰청으로…일부는 청와대 향하기도

이에 앞서 이날 저녁 8시 30분 촛불문화제를 마친 5만 여 시민들은 한 손에 촛불을 든 채, 남대문과 명동을 거쳐 광화문 까지 이동하는 가두행진을 펼쳤고, 이과정에서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의 동참이 이어져 참가자 수가 7만(주최측 추산)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밖에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과 달리,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3천여명의 시위대는 서대문을 거쳐 경찰청을 향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어청수는 물러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강제 진압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 3일과 마찬가지로 전경 버스를 동원해 이들의 이동을 완전 봉쇄, 더이상의 '경찰청 앞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병력을 전면 배치하고, 긴장감을 높이는 등의 '과잉 대응'도 하지 않았다.

결국 3천 여 학생들은 6일 오전 0시 30분 께 광화문 사거리로 돌아왔고, 현장의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과정에서 학생들 중 일부는 "청와대로 가자"며 사직터널 앞으로 재이동, 전경 버스 앞에서 대치국면을 보였으나 곧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진풍경' 연출…일부 학생들, 경찰에게 간식 나눠줘

이전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연출됐다. 일부 학생들이 광화문 인근 골목에 배치돼 있던 몇몇 전경들에게 생수와 빵을 건네주는 장면이 포착됐던 것. 경찰은 웃음으로 '선의의 거절'을 보냈으며, 학생들은 경찰 모자에 '강제로' 간식을 넣어주기도 했다.

한편 자정을 넘기고 시민들의 체력이 서서히 소진될 무렵, 한 승합차가 현장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나눠줄 담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동화면세점 앞에선 시민들에게 건네줄 빵과 커피가 마련되기도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위 관계자는 담요와 간식 출처를 묻는 질문에 "지난 며칠 간 서울시청 광장에서 밤을 지샌 시민들의 담요를 한번에 모아 가져온 것"이라며 "빵과 커피 등의 경우도 시민들이 국민대책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후원금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요를 실은 차량이 도착하자,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 대자보

국회의원은 '머슴', 대통령은 '큰 머슴'…머슴들이 잘못 한다면?

즉석에서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40대 남성은 "국민을 마님이라고 친다면 국회의원은 머슴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큰머슴'이 될 것"이라며 "과거 머슴이 못하면 어떻게 했는가. 멍석에 말아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에서 올라온 50대 남성 역시 "나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우리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미국에) 팔아먹으라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며 "물가인상과 고유가 때문에 너무 살기 힘들다.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은 특히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아직 전문지식이 부족하지만, 운하 강행시 수질 오염 등으로 인해 경제적 가치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깎으려는 산들은 우리의 이익 때문이 아닌,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업적을 위해 위대한 유산을 훼손하고 있다. 이렇게 늦은시간에 목소리를 높이는데 전혀 듣지 않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여대생(24)은 "이명박 대 한사람의 싸움은 불가능 하겠지만, 이명박 대 국민들의 싸움은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뭉치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소중한 인생을 이명박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 '일자리가 없어서' 이곳에 나온 것도 절대 아니다"고 개탄했다.

이 여대생은 경찰 폭력과 관련, "전경들도 전역하고 나면, 모두 시민이고 서민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하길 바란다"고 비난한 뒤,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시민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이다. 절대 촛불을 꺼지게 하면 안된다"고 독려했다.

[현장-2보 : 5일 22시 30분] "미친소 저지…72시간 동안 끝장낼 것"
5만 시민, 릴레이 촛불문화제 돌입…광화문 가두시위 진행

▲5만여 시민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갖고, 72시간 릴레이 행동에 돌입했다. © CBS노컷뉴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7시10분 5만여 시민들의 촛불 함성으로 성대한 막을 올렸다. 한달 넘게 지속돼온 '광우병 정국'이 이번 주말과 내주 10일을 거쳐 최대 분수령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총파업을 예고한 노동계의 대규모 동참과, 서울대-부산대 등 전국 대학들의 '동맹휴업'까지 촉발되면서 이날 시작된 '72시간 촛불문화제'의 동력이 오는 10일로 예정된 '6.10 100만 범국민대회'로 이어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행사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날 촛불문화제는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전남, 충북 등 전국 42곳에서 3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

이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당초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키로 예정돼 있었으나, 북파공작원 유족동지회(HID) 모임인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가 현충일 행사를 열면서 촛불문화제 시작 2시간 30분 전에 장소가 급히 변경되기도 했다.

아울러 "촛불문화제를 저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가 있었던 터라 시민들과의 '충돌'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경찰이 방어막을 구축하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평화적 집회를 갖기로해 우려했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가 현충일 저녁 늦게 까지 서울시청 광장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고,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도 동일한 장소를 중심으로 사흘 간 계속될 예정이어서 만일의 사태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의경 135개 중대 1만여 명의 병력을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가 하면, 시민들의 '청와대행'을 막기 위해 물셀틈 없는 봉쇄 작전에 돌입했다.

'동맹휴업' 대학생들 "MB, 국민들과 싸우자는 얘기"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특히 '동맹휴업'을 실시한 대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당초 본 행사가 시작된 7시 10분 경에는 참가자의 수가 2만 여명에 달했지만, 오후 8시 이후 가두행진을 진행해 시청 앞까지 온 대학생들이 합류하면서 총 인원은 5만 여명으로 늘어났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유승현 회장은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서울대, 고려대 등이 결의를 모으고 있다. 이젠 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특히 경찰의 '군홧발 폭행' 사건을 지적, "경찰은 오늘 서울대 여학생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해당 전경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어청수 청장의 사퇴와 전면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촉구했다.

자신을 '서울대생, 고대생도 아닌 공부 못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경찰이 힘없는 여학생을 발로 차고, 노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것은 싸우자는 얘기"라며 "맞아줄 생각으로 이자리에 나왔다"고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실업자 발언' 이상득에 성난 시민들 "그 형에 그 동생"

이날 시민들은 특히 이전 촛불문화제에 등장하지 않았던 한 인물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다름아닌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이틀 전 이른바 '촛불문화제 실업자 참석' 발언으로 국민적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는 문창현 씨는 "이상득 의원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들이 국민 외침의 무서움을 알고 항복을 외칠때까지 절대 촛불을 꺼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 씨는 18대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도 "국민 자존심과 목숨을 버린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악법'만 만들 것"이라며 "야당은 국회에 절대 등원해서는 안된다. 이밖에도 의원들 모두 쇠고기 사태가 완결될때까지 국민들의 세비를 받아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현장에는 이른바 '양심고백'을 통해 졸속적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폭로한 농림부 이진 노조지부장과 전국공무원노조 중앙부처 소속 지부장 6명이 참석, 공무원으로서 광우병 사태를 바라보는 소견과 정부의 쇠고기 수입 방침을 강하게 규탄했다.

한 지부장은 "대한민국은 엄연한 주권국가다.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이 상식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공무원인 우리가 봐도 너무 명확하다"며 "문제는 이를 고쳐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이 고쳐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중동 기자님들, 제 소속은 딱 두 곳, 대한민국과 학교 뿐 입니다"

한편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서동진 씨(31)는 "그간 대형교회 목사와 교인들은 '광우병 사태'를 '마귀의 꼬임'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아왔다. 뉴라이트 계열은 친북좌파로 몰아왔다"며 "교인으로서 이러한 기독교인의 발언에 사과하고 싶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서 씨는 "성경은 절대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 뒤, "한 미치광이가 차를 갖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진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 시민이 몸으로 맞서야 한다. 재협상을 절실히 요구한다. 이마저도 협상다운 협상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대골 생명교회 원로목사가 '바통'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문 목사는 이날 오후 6시 부터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독교 단체와 비상시국회의를 가진 뒤, 촛불문화제에 동참해 시민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목사는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하고 있는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의 발언에 대해 '기독교인'으로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교회는 역사의 해답이 될 수 없지만, 예수는 그것이 될 수 있다. 국민 생명과 검역 주권을 당장 찾아오자"고 호소했다.

"부모님께 도서관에 간다고 말한 뒤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고 밝힌 '고3' 김유진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 뿐 아니라, 조중동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조금함 속에서도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이 숨어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숱한 만행이 있어왔죠? 특히 교육정책에 있어선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의 건강과 나라를 말아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중동 기자님들, 제가 소속된 단체는 딱 두 곳입니다. 대한민국과 학교 뿐 입니다.

한편 이날 저녁 8시 30분 본 행사를 마친 4만 여 시민들은 남대문과 명동, 종로를 거쳐 광화문 사거리로 이어지는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저녁 10시 현재 경찰과의 충돌은 없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장-1보 : 5일 18시 10분] 북파공작원, 시청광장 점령…긴장고조
'72H 촛불문화제' 장소 급 변경…노동계, 대학생, 종교계 대거 참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 오후 7시10분 현재, 북파공작원 유족회원들이 현장을 점거하고 있다. 이때문에 당초 시청광장에서 진행키로 했던 촛불문화제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 대자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장소가 북파공작원 유족동지회(HID) 모임의 현충일 추모 행사로 인해 당초 서울시청광장에서 덕수궁 앞 대한문으로 변경됐다.

촛불문화제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긴급 공지를 통해 "북파공작원(HID)들이 시청앞 광장에 진을 친 뒤, 우리의 돌출행동을 기다리고 있다"며 "긴급하게 덕수궁 앞 대한문으로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오후 5시를 전후 해 북파공작(HID)원들은 이미 시청앞 광장에 비석을 꽂아놓고 촛불문화제와 대행진을 방해할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며 "시민 여러분이 집결하면 바로 태평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앞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는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날 저녁 7부터 6일 오후 5시까지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 특수임무 전사자 합동위령제'을 연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서울광장 대부분의 공간에 8천 여명의 위폐와 태극기를 꼽고 소규모의 현충원을 만드는 등 이날 낮 12시부터 행사를 준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촛불문화제를 저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

유족동호회 측은 그러나 이번 행사가 촛불집회와 무관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이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제 장소를 급히 수정하는 방법을 동원했으나, 만일의 사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도 전면에 나설 듯…한국노총 마저 '촛불집회' 참가 독려

한편 이날을 시작으로 72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일반 시민들 뿐 아니라, 노동계, 대학생, 종교계 등 여러 단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6.4 재보궐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당초 여론 추이를 살피며 몸을 움츠리고 있던 노동계도 이날 만큼은 시민들과 한마음으로 촛불문화제 '전면'에 나선다. 아울러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오는 10일 열리는 '100만 촛불문화제'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오는 10일 10만 여명의 조합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는가 하면, 현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고 궤를 같이해온 한국노총 마저 금속노조,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6.10 대규모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0일부터 14일동안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과반 이상의 조합원 찬성을 얻어 6월 중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전면 재협상을 촉구, '자율적 촛불문화제 참가'를 위해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특히 이날 오전 미대사관을 방문, 재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달했다.

서울대-고려대 등 동맹휴업…가두행진 거쳐 서울시청 집결

대학가의 '동맹휴업' 바람도 서울시청 광장의 촛불 만큼이나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 지난3일 부터 서울, 전남 지역 일부 대학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동맹휴업이 '72시간 릴레이 집회'를 기점으로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지역 대학들의 동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부산대와 동의대 등 부산지역 5개 대학과 성공회대가 지난 4일 부터 동맹휴업에 돌입했으며, 당초 '비운동권'을 표방해온 서울대 마저 5일 각 대학들의 동맹휴업에 뜻을 같이했다. 아울러 고려대는 이날 동맹휴업을 위한 찬반 총투표를 실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한 서울대 총학생회는 10명 중 9명이 찬성입장(89.25％)을 밝힘에 따라 5일 하루 동안 동맹휴업을 실시했다. 그간 서울대는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해왔으나, 이른바 '군홧발 동영상'이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교내 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촉구와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의미로 서울대 입구를 출발해 서울광장 까지 이르는 가두행진을 실시했다. 이들은 이후 촛불문화제에 합류했다.

이밖에도 고려대, 단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등의 총학생회는 6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광우병 파동'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번 토론회는 학생들이 먼저 요청했으며, 한 총리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미로 이를 받아들였다.

오는10일 '100만 촛불집회' 정점 이를 듯…경찰과의 충돌도 배제 못해

한편 이날 오후 7시 부터 시작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은 오는 8일 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특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6일 현충일과 7일에는 오후 4시 부터 대학로에서 집회를 가진 뒤 서울시청 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기간 동안 매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됨과 동시, △협상 백지화를 위한 백 개 현수막 달기 △'6.10 100만 촛불대행진'을 알리는 풀팅 △릴레이 문화공연 및 자유발언 등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은 대학로에서 서울시청 까지 이어지는 '대낮 가두행진'은 교통 체증과 도로 점거 등의 이유로 허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만일의 사태 발생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경찰청은 5일 "서울 주요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대책회의의 낮 시간 집회는 교통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며 "야간 가두행진은 퇴근 시간 이후여서 조금 나은 편이지만 낮에 행진을 하면 길이 막히기 때문에 일반인 통행권 등을 고려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연대, 이대, 홍대, 서강대 등 신촌지역 대학생이 5일 오후 7시 이화여대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등록금 상한제 촉구, 대학 상업화를 규탄하며 가칭 '신촌지역 대학생 문화제'를 개최했다.

종교계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광우병 기독교 대책위'는 5일 오후 6시 이후 부터 성공회대성당 입구에서 기독교 촛불기도회를 연뒤, 가두행진을 거쳐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촛불문화제에 합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