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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진보신당, '비례대표 차별 전략' 성공할까
양측, 비례후보 '소수자' 배정…보수 맞설 대안세력 발판 마련에 이목 집중
 
이석주   기사입력  2008/03/12 [19:07]
제18대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민생안정을 최우선 기치로 내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비례대표 후보를 '사회적 소수자'로 정하고 본격적인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양측 모두 '반 이명박' 정서를 내세우며 한나라당 견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
 
비록 내제됐던 진보진영의 갈등이 곪을대로 곪은 상황인데다가, 진보진영을 향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진보세력의 양 축을 담당하는 두 정당이 보수진영을 넘어설 진보의 대안세력으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노-진보신당, 비례대표 1-2번에 '간판급' 아닌 '소수자' 배치
 
이미 '1% 대 99%'를 강조하며 서민야당의 이미지를 총선기치로 내건 민주노동당과 심상정-노회찬 의원을 중심으로 생태, 여성,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조한 진보신당은 18대 총선에 나설 비례대표 1, 2번에 각각 여성장애인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정했다.
 
▲ 심상정-노회찬 의원 중심의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모두 비례대표 후보 1번과 2번에 여성장애인과 비정규 노동자를 배치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

양측 공히 정당 득표수에 따라 선출되는 비례대표, 그 중에서도 전략공천으로 꼽히는 1번과 2번에 '간판급'이 아닌, 이른바 '사회적 소수자'를 배치한 것이다.
 
앞서 민주노동당은 지난3일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곽정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 상임대표를, 2번에는 환경미화원 출신인 홍희덕 전국민주연합노조 전 위원장을 확정 발표했다.
 
진보신당도 11일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 1번에 박김영희 공동대표를, 2번 후보로는 지난해 이랜드 사태 당시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던 이남신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내정했다.
 
물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례대표 1, 2번에 '소수자'를 배치한 것은 총선을 통해 진보의 위기를 타파하고 서민을 위한 민생정당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정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엔 비례대표 1, 2번에 각각 금속노조 사무처장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인사를 내세웠었다. 
 
이와 관련, 민노당 선거대책본부 정성희 상임본부장은 지난10일 총선전략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민생과 혁신이라는 전략적 기조를 중심으로 총선에 임할 것"이라며 "'서민경제를 책임질 강력한 진보야당'의 구호 아래, 민생우선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상임대표 역시 지난9일 서울시당 창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요구는 이명박 정권에 맞설 믿음직한 견제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진보신당을 실력있는 민생정당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중심야당 교체의 복판에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정당, 총선 승리 다짐하지만…국민들 지지율은 '냉담' 
 
비록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소수자 배려'를 통한 민생 제일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현실적인 정당 지지율이 이들의 '실험' 의지를 발목잡고 있는 것도 사실.
 
새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이 보수진영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이들의 실험 전략에 힘을 실어주기엔 여론 지지율이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8일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선이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정당 지지율은 각각 4.2%와 0.7%에 머물렀다.
 
비록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가 10명 중 3명에 달하는 29.7%로 조사됐으나,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부터 시작된 18대 총선 구도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소수정당에게 미치는 국민들의 관심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양상이다.
 
▲ 진보진영의 여론지지율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단결을 통해 이명박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

설상가상으로, 이제껏 잠재됐던 민노당 내의 갈등이 대선 이후 '당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게 되자, 대선에서 '3% 지지율'의 성적표를 안겨준 국민들의 평가는 공천 과정에서의 당 지도력에 까지 '물음표'를 남기고 있는 상황.
 
<SBS>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당이 공천 작업을 가장 잘하고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민주노동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조사대상자 중 2.6%에 불과했다. 진보신당의 경우 0.6%만이 "잘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의 변을 밝힌 진보신당 이남신 후보는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절박한 심정으로 비례후보로 출마했다"며 "하지만 노동자, 서민이 외면당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진정으로 약자들을 대변할 강력한 진보정당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념노선 피한다면, 보수세력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그러나 진보정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지지율이 지극히 미미한 상황이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 소속 당원들 사이에서는 "총선에서 '진보세력'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 내에서 조차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공천 잡음을 둘러싸고 이명박-박근혜 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른바 '틈새'를 파고 든다면 이들에 맞설 대안세력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노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당원은 "진보세력의 분열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당분열을 극복해 서민들을 위한 진보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념을 뛰어넘는 결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당원 역시 "(진보신당) 시작부터 위기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한편으론 진보진영의 단결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설레기도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기적을 이뤄내고 군소정당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선 계파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18대 총선을 한달도 남겨놓지 않고 한나라당 내에서 조차 공천과 관련한 '파열음'이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보수 중심의 주도세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총선 운동에 이목이 집중된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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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12 [19: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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