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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이 없는 이상한 논쟁, '된장녀'를 넘어서
[논단] 당당함을 위해, 여성들이 '된장녀' 논쟁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
 
이태경   기사입력  2006/08/13 [20:12]
이른바 ‘된장녀’ 논쟁이 장안의 화제다. ‘된장녀’ 논쟁의 불길은 급기야 재벌가의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발표한 여자 아나운서에게까지 옮겨 붙었다.

그 어원조차 불분명한 ‘된장녀’는 흔히 명품이나 비싼 물건을 탐하고 다른 남자들에 기대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며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자로 규정된다.

‘된장녀’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논쟁도 점입가경이다. ‘된장녀’를 공격하는 측에서는-물론 이들 대부분이 남자들이다-적지 않은 미혼여성들이 허영심에 빠져 명품소비에 탐닉하고, 남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문화생활을 즐기며, 결혼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한다.

꽤 많은 미혼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봉건적 관습을 그대로 승인하고 불리할 때는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비판도 빠지지 않는다.

반면 ‘된장녀’에 대한 공격이 부당하다는 진영에서는 만만치 않은 숫자의 남성들도 ‘된장남’의 범주에 해당된다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여성파워의 급격한 신장에 위기감과 질투심을 느낀 마초들의 지능적 공격이라는 해석이 더해지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된장녀’에 대한 공격이 부당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모든 미혼 여성들이 ‘된장녀’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혼여성 전체를 '된장녀‘로 일반화시키려는 징후가 강해지고 있는 것과 ’된장녀‘에 대한 비판의 잣대는 미혼 남성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 부당함의 앞 머리에 꼽힌다.

기실 비판받고 있는 ‘된장녀’의 악덕(惡德)-허영심, 물욕, 신분상승에의 욕구 등-은 여성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닌 보편적 속성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당한 평가일 성 싶다.

‘된장녀’에 버금가는 수효(數爻)의 ‘된장남’이 한국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데다 ‘된장녀’가 지녔다고 손가락질 받는 악덕이 따지고 보면 인류의 보편적 속성이라는 지적에 이르면 ‘된장녀’논쟁에 발끈하는 여성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마초적 심성에 물든 남성들의 악의적 공격이라며 분기탱천하는 여성들의 태도가 터무니없게만 여기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된장녀’ 논쟁을 통해 젊은 미혼 여성들도 반성하고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세계에 대한 일체의 관심을 끊고, 자신의 육체를 꾸미고 소비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20~ 30대 미혼 여성들이 흔해졌다.

이들이 자신을 치장하고 관리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은 놀랄만한 수준이며, 쇼핑에 관한 지식은 전문가를 부끄럽게 한다. 취미생활, 직업, 연애 등에 있어서 이들은 신인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의 관심은 거의 언제나 사적인 영역에만 머무른다.

또한 여전히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때는 관습적 여성상에 기대고, 의무를 다해야 할 때는 급진적이고도 전투적인 페미니스트가 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된장녀’ 논쟁을 위와 같이 소비지향적이고 사적인 영역에만 매몰된 여성들에 대한 질 낮은 비판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독립된 정신을 소유한 채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공동체와 세계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여성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위에서 말한 여성이 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데이트 비용을 남성과 대등하게 분담하고, 직장에서 여성이 아닌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며, 작전통제권 환수와 레바논 사태의 본질이 무언지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면 족한 것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미혼여성들이 많아진다면 ‘된장녀’라는 말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식의 반응은 여성 스스로를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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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13 [20: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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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z 2006/10/17 [18:46] 수정 | 삭제
  • 설명을 된장스럽게 잘 해주셨네요.
  • 오잉? 2006/08/24 [07:08] 수정 | 삭제
  • 붉은 글씨로 강조한 마지막 문구...
    참으로 계몽적입니다.

    그래서,
    역시 붉은 글씨로 강조한 처음 문구가
    두번째를 말하기 위한 포석처럼 보이는 것을...

    님 역시
    다수의 젊은 여성을 머리 빈 바비 인형쯤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 독자 2006/08/17 [17:16] 수정 | 삭제
  • 이 기사조차도 된장녀 논쟁처럼 쟁점이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