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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국경제의 과제
 
석진욱   기사입력  2002/03/12 [16:21]
{IMAGE1_LEFT}우려했던 대우사태의 파장은 1999년 11월 현재 거의 사라져버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대우관련 채권 및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측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한 정부 금융관련 정책당국자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주어도 될 것입니다.

솔직히 정말 잘한 것입니다. 500억달러가 넘는 세계사상 최대규모의 채무조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하이일드 펀드"라 이름을 기막히게 지은 "배드펀드"의 설정으로 대우채권을 시장에서 분리, 동시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채권과 혼합, 상품가치를 높인 금융상품개발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로서 시장은 안정을 되 찾았습니다.

물론 현재의 안정세는 2000년 1월 중순이 고비가 될 것입니다. 2월부터는 이러한 안정세는 다시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게다가 시기가 좋지 않지 않습니다. 두가지 상황이 동시에 도래하므로 의외로 위기가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재벌의 충격적인 부도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급격한 금융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금융의 경쟁력및 안정성은 세계 최하위급입니다.

또한 대우사태의 영향으로 막대한 공적자금및 재정적자의 확대로 이에대한 대비 역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바 대로이죠,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든 언론이든 민간이든 한국경제의 위험성에 대하여 정확히 흐름을 짚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 특히 재벌 관련 위험성이 그 중에서도 가장 큽니다.

일단,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는 지금 2000년에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한국경제의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금융감독위원회 및 정부 금융-경제 관계부처의 위상정립

이제 비상시국은 거의 수습단계에 왔습니다. 따라서 2000년에는 정부의 경제-금융관계 부처의 위상정립 및 교통정리가 가장 시급히 그리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금융감독위원회는 1997년 금융공황의 와중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그것은 과거 재정경제부의 업보 및 한국은행의 권한이 아직 미약한 상태, 게다가 재정경제부의 권한확대로 인한 산업자원부의 상대적 비중 약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위상정립이 필요합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제부터 금융구조조정부분과 본연의 임무인 통합적 금융감독 업무를 무엇보다 한국은행과 긴밀한 협조아래 행하여야 합니다. 쉽게말해 기업구조조정 및 정부구조조정, 민간 구조조정 분야에서 행사했던 많은 권한을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전부 이관하고 오직, 금융구조조정과 금융감독업무만을 전담하는 부서로 권한을 스스로 축소 시켜야 합니다.

이 와중에서 구조조정 특별/연례 회의라는 한시적 기구를 설치하여 재경부/산자부/한국은행과 금감원이 기업구조조정및 금융구조조정에 관련된 정보 및 사업이관, 구조조정의 통합적 시행을 위한 상호 협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IMAGE2_RIGHT}다시말해 금감원은 점차 기업구조조정 사업으로부터 손을 떼고 해당 사업을 산업자원부나 재경부에 이관시켜야 합니다. 이 와중에 들어가는 금융권의 협조를 위해 금감원이 한시기구를 통해 개입하지만, 기업구조조정 사업의 주도권은 재경부및 산자부로 넘겨야 하며 금감원은 매우 제한적인 협조만을 금융권에 요청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민간 금융기관의 권한을 더욱 키워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자율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인위적인 워크아웃의 남발이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이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회사의 청산을 과감히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그것이 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간다해도 말이지요, 그런 권한이 민간 금융기관이 가잘 수 있으려면 금감원은 손을 떼고 가급적 기업구조조정을 산자부로 넘기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이렇게해서 민간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타게팅 목표달성을 위해 2000년부터는 보다 목소리가 커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분기별 인플레이션 타겟과 금리결정에 대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합니다.

다시말해, 시장에 한은총재의 발언형태로 금리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어떤 상황이 도래하면 자동적으로 금리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은총재의 발언은 반드시 "이러 이러한 상황이 되면 금리를 몇 % 조절하겠다.."는 식으로 예측 가능성을 보다 강화하는 형태로 나와야 합니다.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니 금리를 올려야 할 것같다는 식이 아닌, 물가 상승률이 몇 %가 되면 또는 고용지수가 몇 %가 되면, M2 증가속도가 어떻게 되면...이런식의 발언이 되어야 합니다. 2000년에는 재정경제부 - 산업자원부 - 금융감독원 - 한국은행 의 위상정립과 업무분담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기는 이제 많이 지나갔습니다.

2. 서울은행등 부실 금융기관의 해외매각 가속화

제일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하도 욕을 먹은 때문인지, 부실금융기관의 매각에 정부는 전에 없이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의 해외매각은 보다 가속화 시켜야 합니다.

현재 수많은 민간경제 관계자의 불만은 한국금융이 개혁되었다고는 하나 1997년과 비교할 때 영업면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고 금융상품 개발 및 신용평가능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Y2K문제가 겹쳐 대부분의 한국금융기관은 단기자금 운용에만 열을 올리지 장기자금 운용에 대해서는 지극히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회복기의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금융의 취약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이래서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의 확대를 피할 수 없으며 게다가 주식시장등 금융시장의 확대로 인해 단기자금 운용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게 된 한국금융계가 2000년 이후에도 활발한 장기자금 대부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합니다.

따라서, 해외 금융기관의 진출은 한국금융 및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지극히 필요한 사안입니다. 특히 HSBC의 서울은행 인수좌절은 정말 뼈아픈 손실입니다.

HSBC의 서울은행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한국 금융기관의 로비역시 매우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HSBC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면 한국 금융기관 다 망한다는 이유입니다. HSBC의 선진 금융기법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소극적이고 겁장이적인 태도로는 한국 금융의 경쟁력 강화는 정말 요원한 일 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금융개혁이 이루어지려면 강력한 금융기법을 가진 선진 금융기관의 진출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그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금융개혁은 죽어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추가적인 금융기관간 합병 및 선진 금융기법의 개발은 "필요"가 없다면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생존이냐 죽음이냐를 강제하는 강력한 "필요성"이 주어지지 않으면 한국 금융의 발전은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HSBC 혹은 강력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국진출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욕 먹을 것 각오하고서라도 부실 금융기관의 해외매각은 가속화 되어야 합니다.

또 그 길만이 막대한 공적자금을 그나마 조기에 제 값 받고 회수하는 길입니다. (매각대금 얼마 올려 봤자입니다, 워낙에나 많이 투하했기 때문이죠...차라리 정부 출자분을 5~10배 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원매자에게 매각하여 이후 적정가격이 되었을 때 시장을 통해 매각하는 것이 진짜 옳은 길입니다. S 증권이 해외매각되어 G 증권이 된 지금, S 증권은 98년 9월 900원이던 것이 현재는 9000원입니다.)

3. 대 재벌의 유동성 체크 - 면밀한 금융감독

여전히 대 재벌의 갑작스런 위기상황 도래는 가능한 시점입니다. 대우가 1998년 12월 위기설을 넘긴 후 끝내 1999년 7월 무너졌듯이 고비를 넘겼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루머의 근원에 있는 재벌은 2000년에도 공격적인 경영은 금물이며 계속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재계에서 부채비율 200%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200%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즉시로 해당 기업에 대한 엄청난 자금위기 상황이 도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그 같은 상황이 감지 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동향은 부채비율 200%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200%를 했느냐 안했느냐에 따라 엄청난 위기가 올 것인가 아니면 엄청난 기회가 올것인가에 대한 갈림길에 있습니다. 달성한 기업은 2000년을 맞아 새로운 대출붐의 최대 수혜자가 될것이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시장 도태라는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어렵다고 피해가려 하다가는 남은 길은 죽음이 될 것입니다.

4. 금융 및 경제 전반에 대한 모델개발 및 제어 프로그램 개발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분야입니다. 선진각국의 금융기관 및 금융 정책 당국자들은 단순한 회귀분석 혹은 통계적 분석에 의존하는 금융 및 경제 모델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얼마전 모 경제부처에서 나온 보고서는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이 그 효과가 없어지고 있다는 식의 보고서를 내었는데요 그런 바보같은 보고서는 당장에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부의 시장개입 예를 들어 금리정책과 환율정책과 같은 것은 한국경제가 개방화 된 지금에는 당연히 이전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해야 합니다. 정부의 동향은 그 즉시, 거의 실시간(Real time)으로 시장에 반응을 초래하고 그에따라 시장 참가자들 역시 실시간으로 그에대한 대응을 마련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타겟목표는 언제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다른 값을 나타냅니다.

시장 Feed Back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이런 생각이 주요 보고서로서 언론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한국정부의 신뢰성을 크게 해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시장 Feed Back은 또한 반드시 금융지표상에 Over Shoot와 같은 Transition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또 그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다가는 거시적 시장균형달성에 반드시 실패합니다.

따라서, 정부 및 금융기관은 시장 Feed Back을 고려하는 공개시장 조작 제어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선진 각국의 금융 경쟁력입니다.

이러한 모델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중 또 하나는 재정적자의 확대로 인해 지난 1998~1999년처럼 국채발행을 통한 공적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아졌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아니지만 더 이상의 국채발행은 임계상태에 달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채공급 과잉에 의한 거시적 국채가격 폭락 -> 금리상승에 의한 이른바 재정위기에 의한 금융공황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가능한한 최적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 pool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만일, 제어 프로그램이 개발 되어 있다면 가능한 적은 금액으로도 금융시장 안정이 가능해집니다. 현재상태는 이른바 Large State Feed back에 의해 필요금액의 3배수 이상의 자금투입에 의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가장 원시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모델링이 개발되면 3배수가 아닌 가장 최소의 자금투입에 의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지난 1997년 금융공황에 의해 비로소 알려지게 된 이른바 "헤지펀드"들의 "Rocket Fund Manager"들의 기법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명년에는 이러한 정책목표들이 수립되어 달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는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실은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 본 글은 대자보 24호(1999.1.23)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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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12 [16: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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