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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김인규 교사의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국가검열반대공대위   기사입력  2002/12/31 [12:43]
{IMAGE1_LEFT}무엇이 음란인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아마도 인류 역사상 되풀이되어 왔을 이 질문에 누가 쉽게 답할 수 있을까. 반여성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옹호한다면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또다른 폭력이 될 것이며, 그렇다고 국가와 경찰이 제멋대로 표현의 자유의 '한도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검열'일 것이다. 무엇이 '음란'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적 과정이다. 이것은 지배적인 한 계층의 잣대에 의해 결정될 수 없으며, 다양한 사회 계층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로 함께 '만들어가는' 개념이다. 우리는 오늘 또다른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

12월 27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손차준)는 자신의 사이버아트 개인홈페이지에 본인과 아내의 누드 사진 작품을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던 김인규 교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년 6개월여만에 내려진 이번 선고에서 "인터넷에 올린 김씨의 미술작품과 사진들은 언뜻보면 포르노물처럼 보이지만 홈페이지 구성시 이들 작품을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제작했으며 게시물들이 선량한 일반인들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홈페이지를 구성하고 있는 사진·그림 등 미술작품의 상관관계 및 전체적 구성이 독특한 전개방식을 띠고있어 성(性) 상품화를 반대하는 피고인의 제작의도가 쉽사리 파악되고 호색적 흥미를 돋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이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음란인지에 대해 일방적이고 보수적인 윤리적 판단에 의해 재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는, 헌법이 보장하고 국제기구가 보호하고 있는 중대한 인권이며 이를 제한할 때에는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해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판부의 이번 선고는 표현의 자유의 이러한 무게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상기시켜준 것으로서 크게 환영받을 만 하다.

인터넷은, 과거 인류의 어떠한 매체보다도 쉽고 널리 미치는 민중적인 표현 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다양한 여러 사람들과, 그만큼의 다양한 견해들이 붐비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은 이 사회의 민주주의의 가늠쇠이자 훈련장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표현을 제재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자 이 사회의 민주주의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

{IMAGE2_RIGHT}안그래도 최근 인터넷의 힘이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떠들썩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 인터넷은 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동성애는 그 내용의 음란성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청소년유해매체물이며, 보기 나름인 '반사회적', '비윤리적', '국가안보'의 잣대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결정한다. 이 잣대는 단순히 '명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강제적인 적용 대상을 결정하며 많은 PC방에서 차단소프트웨어들에 의해 '실질적인' 검열을 구현한다. 당신이 대한민국의 인터넷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이 정도로 안주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표현의 자유는 싸우면서 진전한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인정하는 안전한 표현을 할 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도전하는 표현을 할 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도전하는 용기 속에서 지금껏 조금씩 진보할 수 있었다.

체포와 직위해제 등 김인규 교사가 개인적으로 겪은 고초는 무엇으로도 보상할 길이 없겠지만 그의 도전과 용기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큰 것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것은 개인적인 창작과 예술의 자유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용기는 대한민국의 인터넷에, 그리고 전체 민중의 표현의 자유를 한발짝 진전시킨 것임이 분명하다.

2002년 12월 30일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진관·홍근수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 NCC 인권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결혼 한국여성인권 운동본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의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불교 인권위원회, 사이버녹색연합, 사회당 문화위원회, 새사회연대, 서울대 이공대 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시민행동21, 영화인회의, 사)우리만화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의 꿈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대정보통신큰눈,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전북민중연대회의, 전북여성단체연합, 정보통신연대 INP,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하자센터 시민운동기획팀,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교네트워크,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가나다순, 총55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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