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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2.2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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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성폭력 조작 사건의 의혹을 제기한다.
 
변희재
사건개요
{IMAGE1_LEFT} 이 기사는 10월 14일에 올린 1차 기사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편의 상 피해 여성은 A, 증인은 B, 가해혐의자는 C라 칭한다.

  2001년 9월 24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3동 건물에는 <서울대성희롱성폭력상담소의 사건 조작 기도를 고발합니다>와 <서울대성폭력상담소의 편파성과 상근자 안OO 씨의'反성폭력학칙위반'을 실명 공개합니다>라는 두 편의 대자보가 붙었다. 1년 전인 2000년 10월 30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실명공개사과문을 붙였던 학생이 가해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공개사과문을 붙인 뒤 한 달 정도 후부터 이 사건의 처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사건을 처리한 인문대학 비대위는 자치규약(당시에는 자치규약을 확인해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을 어기며 구성되어 강압적인 분위기로 몰고 갔고 정황 대자보 역시 왜곡과 날조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비대위에서 사건을 처리하며 구타까지 행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다 그해 12월부터 비대위의 피해자 대리인 권OO씨는 그에게 3년 휴학 및 위로금 500만원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의 누나는 이 사실을 알고 그와 함께 권OO씨에게 이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다루어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 여성 A는 2001년 4월 24일 서울대성희롱성폭력 상담소에 C군을 고발한다. C군은 상담소의 조사위원도 아닌 상근자 안OO씨가 전적으로 피해자 측에서 일을 처리했다고 주장한다. 증인B의 진술을 피해자가 미리 받아 자신에게 유리하게 고쳐서 제출하는 것을 방기하고 비대위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도 상담소 측에 전혀 알리지 않아 비대위에서의 가해사실을 인정한 것이 판결 근거로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C는 상담소로부터 무기정학을 권고 받아 징계를 앞두고 있다.

C는 이러한 억울한 사실을 호소하기 위해 두 편의 대자보를 붙이게 된 것이다. C의 대자보가 붙은 후 서울대 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토론이 지속되었고,

여러 명이 반박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었다. 그 와중에 10월 14일 서울대성희성성폭력 상담소에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절차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니 C가 요구하는 전면 재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떻게 취재했는가?

  나는 현재 강화도에서 19세기 영국 근대사상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나는 이 사건을 2001년 9월 24일 서울대 인터넷 언론 SNUnow에 올라온 C군의 성폭력 조작 사건 고발 관련 대자보 원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SNUnow의 토론방에서는 연일 토론이 지속되었다. 이미 원고 마감이 닥쳐온 내가 이 골치아픈 사건에 끼어들게 된 계기는 토론의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여성주의적 담론과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직 성폭력 가해자로 판명이 난 한 평범한 학생이 호소하는 절차상의 의혹을 밝히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논의는 "가해자가 맞다. 아니다"로 번지게 되었고 서울대학교 내에 붙은 수많은 C군 비판 대자보 역시 모두 그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작 기도 의혹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않고 "어쨌거나 C군은 가해자가 확실하다!" 이런 대자보들이 물량공세로 나붙었던 것이다.

  토론의 방향을 잡으려 몇 편의 글을 올리는 도중 이 사건의 당사자들이 게시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의혹에 대한 궁금증으로 질문글을 올렸고 그들은 답했다. 그러면서 나도 예상치 못한 게시판 취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나의 주거지는 강화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취재는 이렇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취재는 서울대성희롱성폭력상담소의 조사위원장 및 조사위원 한 명을 직접 만난 것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래 글에서 인용하는 관련자들의 진술은 90% 이상 게시판에서 모든 사람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보 해석의 관점에 따라 내 주관이 많이 개입되었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C군 쪽에 유리한 기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게시판을 확인하면 알겠지만 C군은 시종일관 정확한 팩트에 바탕을 둔 주장을 하는 반면 조작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전혀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고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부디 의혹을 완전히 파헤쳐 주기를 바란다.

  특히 서울대학교 성폭력성희롱상담소의 공식 입장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해진 이상 이젠 이 사건은 학생들의 선을 넘어 교수 및 서울대 본부에까지 불이 번진 상황으로 치달았다.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관악여모와 인문대여모 출신 여성운동가 최소 6명이 사건의 조작에 가담했으며 상담소장 및 조사위원장인 서울대 교수 2명이 현재 이 사건의 은폐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부터 말하고자 싶었던 것은 딱 한 가지였다. 한 사람이 양심을 통해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면 우리는 그 양심을 지키기 위한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설사 그 사람의 진실이 틀렸다 해도, 그 틀린 진실을 바로 잡아주는 것 역시 그 사람의 양심을 지켜주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지성의 힘이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피해여성은 A, 사건 당일 날 술자리에 함께 했던 증인은 B, 가해자이자 피신고인은 C라 부르기로 한다.

또 다시 터진 성폭력 사건

  지난해, 2000년 10월 30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해방터 광장에는 "인문대 성폭력 사건을 공개합니다"라는 대자보가 게시되었다. 그 대자보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문대에서 또 하나의 성폭력 사건을 공개합니다. '또?' 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질문은 다시 우리 스스로에게 향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연 무엇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지, 혹시나 몇 차례의 공개를 통해 성폭력이라는 것을 으레 일어나기 마련인 그렇고 그런 일들로 생각해버리게 된 것은 아닌지."

  그렇다. 이미 99년도 이후 대학에서의 성폭력 사건은 실명공개자보를 통해 처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또 벌어졌어?' 이런 식상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독 바로 이 사건이 학생들의 머리에 깊이 기억에 남게 된 이유는 대자보에 묘사된 성폭력 행위가 너무나 선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농담조로 "나 술 더 마시면 성폭력 사건을 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순간적으로 불쾌감을 느꼈고 이후 가해자로부터 떨어져 가게에서 나온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집까지 갔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집에서 얘기를 더 나누다가 술자리를 마무리하며 같이 갔던 다른 한 명은 집으로 갔고, 가해자는 너무 피곤해서 방까지 갈 수 없다며 피해자의 방에서 자겠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피해자는 잠이 들었고 자다가 비몽사몽간에 피해자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목, 얼굴, 머리 등을 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가해자는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피해자의 상체 여기저기를 만지는 행위를 하였습니다. 계속하여 가해자는 피해자의 상의를 위로 올리고 브래지어를 벗긴 후, 가슴과 배 등을 입으로 애무하였고 피해자의 입술에 혀를 넣었습니다. 그런 행위들이 한동안 지속되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내려 피해자의 속옷과 같이 손으로 잡고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속옷을 내리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피해자가 잠이 든 상태에서 몸을 떨고 싫은 듯이 뒤척이자 가해자는 "왜? 싫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약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가해자는 피해자의 속옷과 상의 및 바지를 다시 입히고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피해자는 전날 밤의 상황을 생생한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싶었고, 어색한 태도를 보이는 가해자를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배웅하였습니다. 가해자가 집으로 간 후 피해자는 입 안 등에 이상한 느낌이 남아있었고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지만,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부정하고 있다가 몸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멍자국들과 남아있는 타액들, 브래지어 등의 속옷이 젖어있고 유두가 몹시 아프고 빨갛게 되어있음을 통해 성폭력 사실을 확인하고 아는 사람을 통해 비대위에 신고하였습니다."

  이 정황 자보의 선정성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의 인터넷 토론에 참여한 서울대 졸업생이 증언해주었다.

  "기억을 되새겨 보건데 내 대학시절에 있어서 무수한 성폭력 자보를 보았지만 머리속에 생생히 기억이 남아있는 것은 C군의 경우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느 성폭력보다 직접적인 (거의 준강간에 가까운) 추태가 행사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작년 가을에 저는 그 자보를 보고 "저건 검찰에 고소해야 한다"고 흥분했습니다."

  원칙과 절차도 없는 비대위의 성폭력 처리 과정

  이미 1년이 지난 선정적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은 다시금 토론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C군이 올해 2001년 9월 24일 <서울대성희롱성폭력상담소의 사건 조작 기도를 고발합니다>와 <서울대성폭력상담소의 편파성과 상근자 안OO 씨의'反성폭력학칙위반'을 실명 공개합니다>라는 두 편의 충격적인 대자보를 붙였기 때문이다.

  이 대자보가 붙은 후 서울대학교 인터넷 매체 SNUnow에서는 연일 토론이 계속되었다. 그 중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C에 대해서 가장 많이 쏟아진 비판은 왜 1년 전에는 성폭력 사실을 인정했다가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가해사실을 뒤집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그 1년의 과정을 설명하려고 한다. 왜 C는 1년 후에야 진실을 밝히려 나설 수밖에 없었는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서울대학교의 성폭력 사건의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다 짚어내야 한다. 내가 근 3주간에 걸쳐서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통해 취재한 내용도 모두 그와 관련이 있다.

  서울대학교 내의 성폭력 처리 과정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과대학마다 자치규약에 따라 실명공개대자보를 붙이는 것이 1단계이다. 여기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서울대성희롱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하게 된다. 이것이 2단계이다. 그리고 가해사실이 인정되면 징계위원회로 회부되어 서울대학교 총장령에 의거하여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징계를 내리게 된다. 현재 C는 바로 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무기정학을 받을 상황에 처해있다.

  다시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사건이 일어난 당일 아침에 피해자A는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어디에 신고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피해자가 아무 곳에나 신고할 수 있도록 자치규약에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제 6조 (신고방법과 신고기구) 신고자는 본인 스스로나 대리인에게 위임하여 서면이나 직접방문 등 기타 가능한 방법으로 과학생회, 동아리학생회, 단대 학생회 및 학내 여성관련 단체에 신고한다. 1차 신고접수자는 반드시 대책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

  하나의 고정된 성폭력 처리 전담기구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인문대학 내의 어느 자치 단체에다 신고를 해도 무방하고, 신고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를 소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국문과 학생이라면 국문과 학생회에 신고를 하고 국문과 학생회에서 알아서 비대위원을 뽑아 비대위를 소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도 규정을 모른다.

  이것이 사실 이번 사건이 조작되기 시작한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피해자가 자신의 친구들이 많은 자치 단체에 신고하면 피해자는 자신들의 친구들을 비대위원으로 모조리 뽑을 수 있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피해자가 철학과 학생이라고 치자. 그럼 그 피해자가 철학과 학생회에 신고하면 철학과 소속이자 다른 동아리 소속, 철학과 소속이자 다른 여성단체 소속원들로 비대위를 구성해도 자치규약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것은 비대위 구성 원리에 관한 조항 역시 너무나 조약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제 7조 (대책위원회)
1항 (구성) 사건 당시 쌍방이 속한 과학생회 혹은 동아리와 단대 학생회 담당자 및 관련 단위 여성단체에서 동수로 구성한다."

  논쟁의 초기 시절에 이 부분이 초점이 되었지만 내가 놀란 점은 이 규약을 만들어 여러 차례 성폭력 사건을 처리한 사람들조차도 도대체 이 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에게 어떻게 해석하면 좋겠냐는 문의가 올 정도였다. '동수'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가 있다. 비대위에 참여한 각 단체 대표들이 동수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과 가해자 피해자 양측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동수로 해야한다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처리한 비대위에는 조OO, 권OO, 권XX, 정OO, 이렇게 네 명이 참여했다. 조OO 씨는 가해자 C군의 소속 학생회 대표이자 가해자 대리인 자격으로, 정OO 씨는 인문대여성연대 대표로, 권OO 씨는 피해자 대리인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다 정OO 씨가 권XX 씨로 교체되면서 매우 복잡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권OO 씨가 다시 관악여성모임 대표로 변신하고 권XX 씨가 피해자 대리인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또 다시 권OO 씨가 피해자 대리인으로 재변신 하고 가해자 C는 물론 가해자 대리인 조OO 씨조차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비대위 구성에서 동수 규정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단체 대표를 다 떠나서 이미 권OO 씨와 권XX 씨가 피해자 대리인을 겸했기 때문에 쌍방 동수 규정을 어기게 되었고, 정OO 씨와 권XX 씨는 같은 인연 소속이므로 대표 동수 규정도 어기게 되었다. 또한 권OO 씨가 관악여성연대 대표로 참여했다 해도 그가 인문대학 소속이므로 인문대여성연대와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다. 한 단체에서 셋이 참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OO 씨는 C군에 대한 반박 대자보에서는 이런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치 규약에 명시된 비대위의 구성과 사건 처리는 사건 당사자들 간의 합의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러한 원칙은 지켜졌습니다."

  그러다 비대위 구성의 자치규약 위반에 대해서 집중 추궁을 당하자 말을 빙빙 돌리다 결국 게시판에서 이를 시인했다.

  "이는 분명히 자치규약을 준수하지 않은 것임에는 분명하므로 자치 규약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비대위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비대위 구성에 있어 자치규약을 무시한 점에 대해 인문대 학생회 구성원들께 사과드립니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가해자 대리인의 역할을 했던 조OO 씨는 C가 지정한 가해자 대리인이 아니었다. C는 이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사건이 있고 2주 정도가 지나서 10월 15일 저녁 7시경에 비대위가 처음 소집되었습니다. 조OO은 저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전화를 했고 저는 그 자리에 나갔습니다. 그 자리에 조OO을 포함하여 3명(조OO, 여학우 2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한 명은 '인연99' 한 명은 '관악여모'라 소개를 했고 조OO은 '가해자 대리인'이라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보고 '내일 모레까지 진술서를 써오라'고 관악여모대표가 말했습니다.

  나중에 호프집을 나서서 조OO은 '잠깐 어디 좀 가자'고 말했고 술집'채플린' 입구가 있는 골목에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없기를 기다렸다가 저에게 '너 몇 대만 맞아라. 누구 부탁도 있고'라는 말을 했구요. 그리고 주먹으로 복부를 3~4차례 가량 세게 구타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너는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가해자대리인 바꾸던지 마음대로 해라. 나도 감정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저는 당시, 가해자 대리인이 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단지 그 날 만난 자리에 조OO이 가해자 대리인이 되어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대위는 구성되었고, 구타를 당한 이후 조OO과는 단 한 마디도 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비대위를 통해 가해자 대리인이 지정되어 있었고, C는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가해자 대리인 조OO 씨는 자신이 대리해야 할 사람을 구타까지 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C의 진술에 따르면 조OO 씨는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구타를 행했다고 했고 조OO 씨도 이를 인정했다. 피해자의 사주를 받은 구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도대체 비대위에서의 가해자 대리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되었다. 그러자 조OO 씨는 가해자 대리인에 대해 이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의견을 충분히 대리(!)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과 같이 가해자 대리인(!)은 가해자의 변호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조OO 씨는 나중에 "가해자 대리인은 민법상 대리인도 아니고 변호인도 아니다"라는 진술을 또 다시 반복했다. 조OO 씨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가해자 대리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지난 달 성폭력 논쟁에 참여했던 법학과의 손제연 씨의 의견이다.

  "이들은 이미 비대위가 중립적인 공간임을 명시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대리인은 가해자의 변호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법대에서는 가해자의 대리인도 실질적으로 피해자 측 대변인의 일부일 뿐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바 있습니다. 가해자의 대리인이 비대위의 일부임도 분명하며, 단지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연락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C군의 사건을 처리한 비대위는 유사 단체 소속 3명과 가해자 대리인의 옷을 입은 피해자 대리인 등 4명의 피해자 측 사람들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변호사는 선임할 수 있었던 반면 서울대 인문대의 성폭력 처리 비대위는 가해자 하나를 피해자 측 인물 넷이서 몰아붙일 수 있는 구도를 짜놓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C군은 이들과 함께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입장이므로 대학 내의 성폭력 처리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가 신고하면 곧 성폭력이다."라는 신화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가 일단 신고를 했고 운동 선배들 중 아무도 거를 대변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비대위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치 규약을 위반했으며 이러한 위반은 보다 큰 문제를 발생시켰다.

  정황 자보도 에로 소설로 쓰는가?

  앞서 언급한 매우 선정적인 정황묘사에 대해서 C는 <조선일보>식 작문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왜곡과 과장을 지적하였다.

  "관악여모가 발표한 대자보에는 마치 제가 여성A의 성기를 만진 것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식의 선정적 묘사로 인해서 학우들의 반향이 더욱 크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나, 관악여모의 선정적 성기묘사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며 바지도 속옷도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이는 저와 A의 진술서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관악여모의 완전한 '작문'입니다. 30여분 상황이 지속됐고, 멍자국이 남았다는 둥, 관악여모의 상상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관악여모는 자신들이 비판하던 조선일보처럼 지레짐작으로 소설 쓰듯이 작문하였던 것입니다."

  C가 비대위를 관악여모라 표현한 이유는 비대위의 관악여모 대표 권OO 씨가 정황 자보를 썼다고 추측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추측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다시 비대위 측에서 작성한 정황자보를 상기해보자.

  "그런 행위들이 한동안 지속되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내려 피해자의 속옷과 같이 손으로 잡고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속옷을 내리려고 시도했습니다."

  이 부분이 가해자 측 진술서는 물론 피해자 측 진술서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을 통해 피해자 대리인이 공개한 피해자 진술서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손이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난 심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뒤척였다...(중략).. 바지 속에서 손이 빠져나왔다."

  이 부분이 어떻게 '성기'를 만졌다고 유추될 수 있겠는가? C의 진술에 따르면 양측의 진술서에는 물론 두 차례의 비대위 공식 모임에서도 전혀 나오지 않은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C는 바지 허리에 손을 잠시 걸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조OO 씨는 이에 대해 그가 쓴 공식 대자보에서는 전혀 해명을 하지 않다가 토론 게시판에서 두 번에 걸쳐 이렇게 말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서에 없던 '작문'이라는 부분에 대하여...
일년 전에 본 피해자 진술서와 가해자 진술서를 제가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진술서에 어떻게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비대위 테이블에서 분명히 이야기가 되었던 사항들입니다. 자보를 검토하기 전의 비대위 테이블에서요. 제 기억으로는 1차나 2차 테이블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조OO 씨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서를 1년 전에 봤다는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비대위의 이런 정황 자보 조작 문제 때문에 C는 2001년 4월 29일에 비대위의 조OO, 권OO 씨에게 합의 파기를 요구하였고 그 때 토론은 무려 6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미 그때 진술서를 확인했음은 물론, 그 뒤로도 2001년 5월 7일, 서울대성희롱성폭력상담소에 조OO 씨는 참고인으로 불려가 또다시 진술의 복습을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1년 전에 본 내용이라 기억이 안 나겠는가? 조OO 씨는 SNUnow와의 인터뷰에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정황자보의 일부 내용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서에 없는 내용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피해자 대리인이 피해자와 이야기한 내용이며, 날조한 것이 아니다. 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기는 어려운데, 자세히 말하면 피해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술서에도 없는 부분이 어디서 어떻게 첨가되었는지 답하는 게 어째서 피해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란 말인가? 결국 나중에 가서야 피해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무릅쓰고(?) 비대위의 공식적인 1차 모임에서 진술서에 없는 '성기' 부분이 언급되었다고 다시 진술을 하게 되었다.

  이것 말고도 '멍' 자국 문제도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약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가해자는 피해자의 속옷과 상의 및 바지를 다시 입히고 잠들었습니다. (중략)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지만,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부정하고 있다가 몸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멍자국들과 남아있는 타액들, 브래지어 등의 속옷이 젖어있고 유두가 몹시 아프고 빨갛게 되어있음...."

  이것이 구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대단한 육체적 충돌을 의미하지는 않겠는가? C는 정황 대자보가 공개된 이후 권OO 씨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권OO 씨가 A의 이런저런 건강 상태를 설명하면서 "온몸이 멍투성이거든요?"라는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로선 왜 그런지 알 수 없을 뿐더러, 그렇다고 그 때 제가 감히 어쩌다 멍들었나요라고 물어봤을리도 없으니 여튼 잘 모르는 얘깁니다. 이후에 권OO씨에게 자보의 그 멍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권OO 씨도 분명하게 기억을 못 하셨던 부분입니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라면 가벼운 애무로도 멍자국이 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영화 <피고인>에서의 조디 포스터의 이미지, 즉 무지막지한 구타가 병행된 강제 강간을 연상케 되지 않았을까? 앞서 서울대 졸업생이 증언해준 대로. 정황 자보의 왜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황 자보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피해자가 잠이 든 상태에서 몸을 떨고 싫은 듯이 뒤척이자 가해자는 "왜? 싫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약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가해자는 피해자의 속옷과 상의 및 바지를 다시 입히고 잠들었습니다."

  이 대목을 보면 마치 피해자가 몸짓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했음에도 30분 동안 가해자의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듯이 읽힌다. 그러나 C의 두 번째 대자보에 나온 진술을 보면 이와 다르다.

  "B가 돌아가고 A와 제가 불을 끄고 누워있을 때 제가 구역질이 나서 잠시 일어나 앉았고 여성 A는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저를 다시 눕혀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대화가 있은지 채 5분이 안되어서 A가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20여분동안 4~5차례에 걸쳐 왜 그러냐며 자리를 살펴주고 돌아오기를 반복했고, 여성 A는 '추워∼' '속쓰려∼' 등의 말을 하다가 제 손을 꼭 잡았습니다. 이런 반응에 이끌려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추었고, A는 상의를 올릴 때 몸을 지탱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A가 몸을 틀자, 더 이상의 접촉은 중단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A는 자신은 꿈인 줄 알았다며 신고한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저의 모든 행위는 암묵적 동의하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며 소극적 거부 이후 모든 행위를 중단하였습니다."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표시한 이후에도 억지로 행위가 지속되었는지 아니면 바로 그만두었는지는 성폭력의 여부를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A의 진술서를 봐도 C의 행위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시한 후 모든 행위는 중단되었다고 나온다. 그때까지는 표면적으로는 A가 손도 잡고 몸도 지탱해주는 등, 동의가 된 행위가 전개되었디 C는 주장하는 것이고, A가 신고한 근거는 술에 취해서 그 상황이 꿈인 줄 알 알고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덧붙여 A와 C는 그날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 C의 대자보에 따르면 A가 C에게 애정을 표현했지만 C가 그것을 거절하고 있던 사이였다. 그러니까 다음 날 배웅까지 해주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왜 이런 것까지 정황 자보에서는 조작을 해놓았단 말인가? 이러한 정황 자보의 왜곡과장에 대해서 합의 파기를 하는 4월 29일의 자리에서 조OO 씨와 권OO 씨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파기합의하던 날 왜 이 부분이 첨가되었느냐는 질문에 조OO, 권OO씨 모두 아무 답변 안하셨습니다. 그냥 턱만 만지면서, 당사자들도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나는 게시판에서 줄곧 "왜 4월 29일의 자리에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못하고 턱만 만졌습니까? 그때도 1차 모임에서 피해자 대리인에게 들었다고 해명했으면 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조OO 씨는 이에 대해 "저는 원래 턱을 만지며 이야기합니다"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2001년 4월 24일 성폭력 상담소에 제출된 피해자의 진술에서는 '성기'와 '멍' 그리고 "거부의사 표시 후 30분 간의 행위 지속" 부분이 완전히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번째 비대위에 제출된 진술서에도 없고 1년 뒤에 제출된 진술서에도 없는 것이 비대위원들이 작성한 정황자보에만 묘사되어 있는 셈이다. '성기'와 '멍' '행위 지속' 부분은 징계수위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피해자는 이 부분을 진술서에서는 항상 빼놓았을까? 특히 이미 정황자보에 묘사된 후에 진술한 상담소의 진술서에서조차 말이다. 이것이 비대위원들의 고의적인 <조선일보>식 작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C는 비대위 모임에서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했는데 비대위 참여자들은  '성기'와 '멍' 부분에 대해 분명히 피해자로부터 들었고 이를 C에게 알렸다고 한다. 그럼 결국 정황 자보 작성 당시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 나는 게시판에서 수 차례 경고했다. 그냥 여론 선동의 목적으로 없는 사실 지어냈다고 자백해야 될 것을 피해자에게 들었다고 위증을 해버리면 나중에 피해자의 진술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고. 그래도 그들 조사위원 4명은 피해자에게 들었다고 아직까지 입을 맞추고 있다.

  결국 비대위의 합의는 파기되었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C가 계속 지적하자 C와 비대위원 조OO, 권OO씨는 올 4월 29일에 비대위가 작성한 정황 자보는 물론 양측의 진술서 모두를 파기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인문대의 자치규약은 원래 합의가 파기되면 무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대위의 자료는 상담소에 일체 넘기지 않고 만약 성폭력 상담소 쪽에 자료가 넘어가게 된다면 다시 회수하기로 한다는 것까지 합의했다(C의 녹취록 확인).

  4월29일 이후 C는 권OO씨에게 당시의 합의는 비대위 구성의 자치규약 위반은 물론 정황자보의 날조, 가해자 대리인의 구타로 인한 것이니 무효라는 공식 대자보를 써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권OO씨는 4월 30일 이후 C의 모든 연락에 묵묵부답하다 8월 20일 경 영국으로 출국해버렸다. 그 이전에 피해자 A는 합의가 파기될 것을 예상하고 4월 24일 이미 성폭력 상담소에 신고를 해놓았다. 그러면서 C가 비대위에 요구한 것들은 일단 중단이 되었다. 상담소 측에서 C에게 일체 증인이나 참고인과의 접근을 금했기 때문이다.

  비대위의 문제점들이 비대위에서 끝났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비대위의 모든 문제들이 서울대성폭력성희롱 상담소로 이어졌다. 분명히 모든 자료를 파기하기로 합의를 해놓았지만 실제로 자료는 상담소의 상근자 안OO씨를 통해 모두 넘어갔다. C군은 4월 30일 안OO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밝혔다.

  "4월 29일 비대위는 진술서, 속기록, 사과문, 정황자보까지. 예전에 작성된 '모든' 자료의 파기에 합의했습니다.(조OO씨 목소리도 있군요). 관악여모 대표 권OO씨에게 파기사실을 상담소에 전해달라고 부탁했고, 30일 안OO씨와 권OO씨에게 전화로 확인하는데 이때 안OO씨는 참으로 여러가지 말을 한꺼번에 하셨습니다.

-> '상담소는 비대위와 독립하여 사건을 판단할 곳이며 비대위에서 무슨 합의를 했는진 알 바 아니다'
-> '비대위로부터 파기했다는 얘기 같은 거 들은 적 없다'
-> '실은 오후 4시에 피해자 대리인이 와서 예전에 제출한 자료들을 비대위가 아닌 피해자 개인 명의로 제출한 걸로 해달라고 했었다'
-> '피해자가 개인 명의로 제출했지만, 증거 능력이 없다고 예전 비대위가 파기에 합의한 자료라는 것을 조사위원회에 전달하겠다'

  안OO씨의 상담소 내 지위는 잡무나 보고 연락이나 해주는 상근자에 불과하다. 그건 자기 자신이 그렇게 밝혔다. 조사에 관련된 모든 것은 조사위원장 및 조사위원들이 담당해야 한다. 참고로 이번 사건의 조사위원으로는 조사위원장 김OO(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 조사위원 김OO(치과대학 교수), 진OO(심리학과 대학원생), 좌OO(교직원), 임OO(한국 성폭력 상담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C의 진술과 안OO씨의 진술은 여기서부터 어긋난다. 안OO씨는 공식 대자보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님은 첫 번째 면담 때 조사위원들을 모두 만났던 사실이 있으며, 이후에도 조사위원 2인 이상을 만난 사실이 있음에도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지' 알 길이 없다고 했더군요. 제가 마음대로 조사하고 결정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으셨겠지요."

  반면에 C군은 줄곧 이렇게 주장했다.

  "저는 '첫번째 면담 이후 조사위원 2인 이상 만난 적' 없습니다. 안OO정씨가 조사위원이었습니까? 안OO씨가 작성했다는 녹취록에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조사위원이 등장합니까?"

  나중에 가서야 안OO씨는 이를 시인했다.

  "기억을 잘못한 일은 있었고(조사위원 2인 말입니다), 요구하신다면 대자보 옆에 해명할 생각도 있습니다만, 그게 왜 중요하고 핵심인지 아직까지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

  이게 왜 핵심이 아니란 말인가? 조사위원도 아닌 안OO씨가 직접 조사를 해놓고도 전체 학생들이 다 볼 수 있는 공식 대자보에는 마치 조사위원 2명 이상이 같이 조사한 것처럼 써놓은 것이 그냥 단순한 실수란 말인가? 그리고 그게 어떻게 기억에 안 났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직접 조사해놓고도 누가 조사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니 이상한 일이다. 더군다나 안씨는 C군 한 명만 조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증인 및 참고인을 조사했으며, 특히 증인B를 조사할 때는 녹취록을 확인해본 결과 안OO씨의 목소리만 들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기억 못 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학생 조사위원 진OO씨이다. 진OO씨 역시 학부시절 안OO씨와 관악여모에서 같이 활동했던 사람이다.

  "조사위원회는 수 차례의 회의와 피신고인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 면담 때 분명 5명의 조사위원을 포함한 6명의 인원이 참석하였습니다. 그 뒤 면담에서는 전원이 다 참석하지 않고 조사위원장과 위원 1인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피해자와의 면담 역시 조사위원장과 위원 1인에게 위임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사위원 1인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조사위원도 아닌 일개 상근자 안OO씨가 면접 조사를 했다는 것 아닌가? 그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보는 건 그들이 왜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가이다. 나중에 진OO씨는 이렇게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므로 두 번, 혹은 세번의 면담에서 조사위원장과 함께 상근자가 참석하였고, 이는 조사위원들이 모두 합의한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입니다."

  그럼 처음부터 이렇게 진술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조사위원들이 공식적으로 조사위원 자격이 없는 안OO씨에게 조사를 전담시키기로 합의하는 회의까지 했다면서 그것조차 기억이 안 났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처음부터 진OO씨는 문제가 있는 조사위원이었다. 2001년 9월 24일 C군의 고발 자보가 붙은 다음 비대위의 조OO씨, 상담소의 안OO씨, 그리고 진OO씨의 반박자보는 9월 26일 새벽 1시 경 SNUnow 게시판에 동시에 올라왔다. 사전 합의 없이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을까? 진OO씨는 상담소 조사위원이므로 비대위의 조OO씨와는 형식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왜 이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며 움직이고 있는가? 특히 진OO씨는 조사위원이라면 당연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밝여야 함에도, "최소한 사건 처리 자체를 무효로 할 만큼 커다란 잘못은 비대위에게 없었다고 생각됩니다."라고 변호를 해주고,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관악여모 및 인문대 여모 학생들에 대해, "또한 제가 정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여모' 친구들이 이런 일로 어쩔 수 없이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것을 보면 너무나 속상합니다." 이렇게 사적 감정까지 드러내었다. 이것이 공적 위치에 있는 조사위원이 취할 태도란 말인가? 그러니 조사위원회의 공적 입장이 아닌 일개 학생 조사위원인 진OO씨의 증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뢰성을 부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진OO씨가 게시판에서 상근자 안OO씨의 막중한 역할에 대해 증언해주었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저는 제 글에서 '상근자'가 실무적인 업무'만'을 맡았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실무적인 업무는 모두 상근자가 했으며, 회의에도 참석하였고 피신고인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속기록을 정리하여 회의 때 보고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상근자 안OO씨가 조사위원 서너 명의 역할을 가뿐히 해냈다는 C군의 주장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비대위의 부정이 상담소의 부정으로

  권OO씨는 비대위의 사건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상담소 상근자 안OO씨는 이런 권OO씨와 인문대여성연대 및 관악여성연대에서 오랜 동안 같이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따라 파기된 자료가 넘어가고 비대위에서의 상식 이하의 처리과정이 상담소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었다. C가 상담소의 면담자리에서 만난 조사위원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소통한 사람은 안OO씨 뿐이었다. 모든 요구와 모든 이의제기는 안OO씨의 메일을 통해 간단하게, "이유 없습니다."라는 답으로 돌아왔다. C 입장에서는 과연 자신의 뜻이 조사위원들에게 전달이나 되었는지조차 의심하고 있다. 그럼 상담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상담소의 조사위원이 아닌 상근 연락책에 불과한 안OO씨는 신고인과 피신고인은 물론 증인과 참고인 등을 직접 조사하고 그의 개인 메일로 진술서를 받았다.

  둘째, 5월 9일 여성A는 증인B의 진술서를 안OO씨에게 email로 보냈다. 술자리에서의 상황에 대해 진술을 해줄 수 있는 증인B의 진술이 피해 여성A를 통해 안OO씨에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피해 여성 A는 증인B의 진술을 고쳐서 제출하기까지 했었다.

  그럼 과연 피해자 A는 증인B의 어떤 진술을 자의적으로 고쳤을까? C는 10월 5일 공개한 대자보에서 이렇게 밝혔다.

  "또한 여성 A와 저 그리고 남성 B는 그날 분명히 술을 먹었습니다.(왜냐하면 술자리였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술을 먹었느냐 말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의식을 상실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술을 약간 먹었다고 해서 곧바로 의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의아스럽게 만드는 것은 상담소로 사건을 신고한 뒤 여성 A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남성 B를 찾아가 진술서를 써줄 것을 부탁(!)했으며 이렇게 받은 남성 B의 진술서를 자신이 직접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성 A가 조작한 내용들입니다. '술에 취했다'를 마치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처럼 묘사하기 위해서 '만취'했다는 이미지로 수정, 첨가, 삭제하였습니다. 여성 A는 장시간의 토론 뒤인 B가 방을 떠나던 그 시점에 자신이 만취상태였다는, 상식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B를 배웅하다가 자신이 비틀거리며 털썩 쓰러졌다는 내용의 문장을 첨가하였고, 추측하는 문장들을 모두 단정적으로 '취했다'는 요지로 바꿨으며, 저에게 친근하게 '기대어 있었다'는 부분을 자신이 B에게 '부축받고 있었다'로 바꾸었습니다. 또한 제가 '성폭력범 되겠다'는 식의 성폭력 공지를 한 적이 없는데도 단 둘이 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자신의 주장과 B의 진술이 엇갈리게 되자 B 진술서의 해당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또한 그 이 전에 공개한 대자보에서 C는 이렇게 말했다.

  "또한 여성A는, 당시 제가 여성A의 방에 억지로 남기 위해 '드러누운 채 무작정 버텼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B가 이것을 증언해 준 적이 있다고 상담소에서 또 거짓된 사실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남성B를 통해서 직접 확인해본 결과, 남성B는 여성A에게 결코 그런 거짓 증언을 해준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뒤로 여성A는 더 이상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진술로 보면 여성A는 남성B의 진술을 자의적으로 바꾸고 있었는데도 C가 지적할 때까지 상근자 안OO씨는 이를 묵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는 안OO씨에게 5월 15일 증인B를 직접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안OO씨는 이미 직접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인B는 그때까지 상담소로부터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사건의 판단을 내린 조사위원회의 1차 의결 주문에서도 증인B에 대한 조사는 5월 21일에 실시되었다고 적혀 있으니 안OO씨의 거짓말은 드러난 셈이다.

  조사위원 진OO씨도 피해자A가 증인B의 진술서를 자의적으로 고쳤다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인정하였다.

"(피해자는) 취기가 상당히 오른 것 같았다. -> 취기가 상당히 올라 있었다.
(피신고인에게) 기대어 있었다 -> (피신고인의) 부축을 받고 있었으며.
원본에 없던 부분 : 피해자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진OO씨는 이게 별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피해자가 별 중요하지도 않은 진술을 무엇 때문에 고쳤다는 말인가? 이 부분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거부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피해자가 그것도 모르고 진술서를 고치는 위험을 감수했겠는가? 참고로 피해자 A 역시 인문대에서 여성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고친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충분히 알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안OO씨는 이 부분에서 또 다른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상담소 상근자 안OO씨는 26일 자보에 쓰기를, A가 B의 진술서를 고친 것은 "예전에 이야기했으나 진술서에는 넣지 않았던 내용을 첨가했을 뿐"이라는 해명 아닌 해명을 하였는데, 이러한 진술을 남성 B에게 받았으면 모르지만 여성 A에게 받았다는 것은 더더욱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작한 사람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고, 그것이 마치 남성 B가 한 말인 양 대자보에 썼던 것입니다. 조사를 받던 중, B로부터 진술서가 제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가 안OO에게 확인을 요청했을 때도 안OO은 B에게 직접 받았다고 저에게 누차 얘기하고 메일까지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안OO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B를 통해서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거짓말이 계속될 것인가요? 상근자 안OO의 성실한 해명을 촉구합니다."

  중요한 점은 안OO씨의 이런 월권 행위가 지속되는 동안 C는 이 사실을 조사위원들에게 알릴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C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점들은 어차피 안OO씨의 선에서 차단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상담소의 이런 모든 의혹들을 심의가 지속되는 동안 알 수도 없었다. 심의가 결정날 때까지 C는 도대체 상담소에서 누구를 불러서 뭘 조사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6월 11일 상담소 조사위원회의 의결주문(판결문)을 받게 된다.

  조작된 정보로 내린 판결

  상담소에서는 C의 진술서, 피해자 A의 진술서, 증인B의 진술서, 그리고 이미 파기하기로 합의한 비대위의 정황자보 및 진술서, 또한 참고인 두 명의 진술서를 통해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의 의견과 조사위원회의 판단을 고려하여, 가해자를 1년 이상의 무기정학에 처하고 교내에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재교육을 요구함. 가해자가 징계 과정을 성실히 이수했는가에 대해 일 년 후 소장이 구성한 회의에서 심사하고 복학을 허락할 것."

  그런데 다시 한번 차근차근 따져보자. 앞서 말한 대로 증인B의 진술서는 피해자가 고쳐서 제출하는 비상식적인 과정을 거쳐 작성된 진술이다. 그리고 피해자A의 진술서 역시 피해자가 증인B의 진술을 미리 받아보고 계속 번복되었던 진술서이다. 참고한 비대위의 자료는 이미 파기 합의되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참고인 두 명의 진술서였다. 참고인 두 명은 놀랍게도 바로 비대위 참여자였던 조OO씨와 권XX씨였다. 그들이 과연 어떠한 진술을 했을지는 뻔한 일 아닌가?

  나는 10월 4일 오전 9시 정각부터 9시 40분까지 또 다른 조사위원이었던 서울대 치대의 김OO 교수를 연건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는 나와의 인터뷰를 극구 거절하며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는 답만 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내가 분명히 들은 건 그가 비대위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그쪽에서 준 자료가 파기합의된 자료인지, 심지어 조OO씨와 권XX씨가 비대위 출신인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내가 직접 취재하여 얻은 진술이다. 파기합의된 자료가 버젓이 상담소에 제출되고 의결주문에 인용되고 그 자료를 작성한 당사자들이 참고인으로 조사되었는데도 교수급 조사위원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C는 안OO씨가 이 사실을 조사위원들에게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주장한다. 분명히 4월 30일의 전화통화에서 안OO씨에게 비대위에서의 합의파기 사실을 알렸음에도 이게 전달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C는 그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다.

  "첫 의결주문에 제가 성추행범임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예전에 사과한 적이 있다'는 황당한 근거가 인용되었는데, 저는 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항의했습니다. 안OO씨는 이 때 파기 합의라니 처음 듣는 소리라는 양 하시다가 곧 철회했습니다. 맞습니까?"

  실제로 내가 확인한 1차 의결주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대책위 분위기가 억압적이고 미숙하여 가해자가 당황한 이유로 성폭력이라 인정하고 공개사과했다고 하나, 일반적으로 볼 때 명백한 성관계였다면 성폭력이라 인정하기는 힘들었을 것임."

  인문대학의 자치규약은 구속력이 없다. 그러니 당사자가 강압에 의해 진술된 것이라 부인하고 있는데 사건 판단의 근거로 활용된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현행 민법과 형법에서는 강압적 분위기 하에서의 진술은 <원인무효>로 처리하고 있다. 강압적으로 했던 진술을 180도 뒤집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자료가 참고되고 비대위원들의 진술이 받아들여졌다면 안OO씨는 조사기간 내내 비대위의 문제점과 비대위에서 제출된 자료가 전혀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조사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황으로 볼 때 아마도 "C가 비대위에서의 합의를 번복했다." 이 정도만 알려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OO씨의 묵인 하에 고쳐지고 번복된 피해자A의 진술과 B의 증언, 파기된 비대위 자료, 그 자료를 작성한 비대위원들의 진술 등등 조사위원회에서는 공정한 법정이라면 전혀 증거로서의 가치도 없는 자료들을 갖고 판단을 내린 셈이다. 더군다나 서울대 反성폭력학칙 2조에 따르면 성폭력이란, "형법 및 성폭력 특별법"에 의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조사위원회의 판단은 학칙에 의거할 때 형법 및 성폭력 특별법이 그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법과 성폭력 특별법을 알만한 법률 전문가는 조사위원회에 단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C는 이에 최초 조사위원 구성 때부터 "법적 자문"을 구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으나 뚜렷한 설명없이 "필요없다"고 기각당했다. 결국 C는 서울대학교 성희롱·성폭력예방및처리에관한규정시행세칙에 의거하여 재심을 요청했다.

  "제10조(재심의) ① 당사자는 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이 있을 때에는 위원회의 결정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시 상근자 안OO씨로부터 간단한 메일을 통해 거절당하고 만다.

  "재심이란 (중략)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거나 부분적으로 의결에 오류가 있을 때 (중략) 그러므로 재판처럼 1심 2심 하는 과정이 아니며 조사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바뀔 필요가 없다는 것을 주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OO씨의 7월 10일 메일내용)"

  이번 사건처리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이토록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재심이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떠한 오류가 있을 때 재심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더구나 재심은 분명히 학칙에 명시된 규정이다. 재심이 1심, 2심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의 해석이란 말인가? 만약 재심이 전면 재조사의 개념이 아니라면 결국 이번처럼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똑같은 조사위원들이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똑같은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재심 조항은 무엇 때문에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안OO씨를 통해 들어간 정보,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조사위원들이 100번 재심을 해봐야 결과는 똑같지 않겠는가? 실제로 상담소의 기준이라면 재심이라 할 수 있는 8월 16일에 작성된 2차 의결주문에서는 이런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똑같은 판정을 내렸다. 그래서 C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상담소의 판단 근거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o신고인 진술서와 신고서 각 1부, 제출문 1부.
o신고인 면담 요약문 1부. 해명서 1부.
o피신고인 진술서 1부와 제출문 3부. 재심의 관련 제출 문서 7부.
o2000년 사건당시 참고자료(신고인·피신고인 진술서, 피신고인 공개사과문, 대책위 자보문).
o주변 증인 2인의 증언문 각 1부, 총 2부.
o참고인 1인과의 면담 요약문 1부.
o제 3자의 증언문 1부, 인터뷰와 면담 녹취록 2부.
o피신고인와의 면담 녹취록 4부.
o조사위원회 회의기록 5부. 회의문서 1부.

  놀랍게도 상담소 측에서는 이마저 거부했다. 내가 놀랍다고 표현한 이유는 스탈린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인민재판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C는 누구를 불러서 뭘 조사했는지도 모르고 조사위원들이 모여서 어떤 회의를 했는지도 모른 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이번 조작 사건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비대위의 조OO씨와 권XX씨의 증언이라면 반드시 C가 확인해야함에도 이조차도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확인 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과연 어느 시대의 조사기구란 말인가? 조사위원회에서 이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그 누가 이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 법정에 가면 어떠한 자료에 의해 어떠한 법적 판단 근거로 판결이 내려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있다. 인권의 선두에 서야할 대학이 법정만도 못하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서울대 내에서 워낙에 많은 오해가 있어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이번 성폭력 조작 사건 논란의 핵심은 C의 가해여부가 아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만약 내가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당한다면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가?" 때문이다. 이번 C의 예를 보면 학내 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법정으로 가는 게 인권적으로 봐도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자치규약을 지키지 않고 전적으로 피해자 측에 선 비대위원 4명이 구타를 행하고 정황 자보를 조작하며 일을 처리했고, 그나마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것 같았던 성폭력성희롱상담소마저도 비대위원들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 조사위원의 자격도 없이 마음대로 조사하며 정보를 차단시키고, 학칙에 명시된 재심 규정도 지키지 않고, 제3자도 아닌 처벌 당사자에게조차도 정보공개도 없이 징계를 줄 수도 있는 또 다른 인권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C의 누나는 이미 대자보를 통해 우선 조OO씨에 대해서 이런 경고를 해놓은 상태이다.

  "다만, 위의 질문들에 대한 정직하고 성실한 해명 또는 답변, 그리고 실명공개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에는 폭행죄(형법 260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강요죄(형법 324조; 5년 이하 징역), 명예훼손죄(형법 307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의 항목으로 정식 고소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민사상 책임 역시 물을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C가 현재 요구하는 것은 학칙에 의거하여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통한 재심이다. 이것이 안 받아들여졌을 때 그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다. 서울대 학생들과 성폭력 상담소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결국 법정으로 가야하는지는 바로 이 사건을 처리한 조사위원회의 문제 해결 의지에 달려있다. 사건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아직까지 위증을 거듭하며 정확한 답변을 주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성폭력 상담소장과 조사위원장의 사건 은폐 기도

  나는 이 기사를 당시 조사위원장이었던 서울대 서문과 김OO 교수에게 10월 7일 월요일에 메일로 보내주었다. 이미 나는 그와 10월 4일 금요일 오전 11시 20분부터 12시까지 만나서 내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확인을 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 당시 그는 아예 상황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제기한 의혹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충분히 사실확인을 해줄 수도 있었건만 묵묵히 내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심지어 "그랬어요?" 이런 질문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는 내 기사를 보내주며 사실 확인을 해줄 것과 의혹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OO 교수는 10월 7일 월요일 나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사건은 성폭력 상담소를 떠나 학생처에 넘어가 있으니 아무런 사실확인을 해줄 수 없습니다."

  라는 짤막한 답변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성폭력 상담소장인 김OO 교수(교육학)는 서울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담소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성폭력 상담소 입장

  이씨의 문제제기와 재심요청에 대해 상담소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사건을 조사했기 때문에 성폭력사건 성립여부에 영향을 줄 새로운 증거가 없으면 재심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술이 신고인에 의해 조작되지 않았는지 진술서를 직접 확인하게 해달라”는 이씨의 요청에도 상담소장 김OO교수(교육학)는 “성폭력 사건은 매우 미묘한 문제여서 서로 진술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면 감정싸움으로 왜곡된 진술이 나와 조사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비공개 원칙을 정했으며, 진술 내용을 참작하는 정도는 당사자가 아닌 상담소가 결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가해자 변론권 보장 요구에 대해 상담소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법기구가 아니라 사건 성격을 규정하는 조사기구라며 “가해자의 변론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중 피신고인이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상담을 강화하고, 교육을 통해 성폭력에 대한 인식차를 좁혀감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상담과 조사를 돕기 위한 전문인력 2명과 행정직원 1명을 본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나는 이런 김OO 교수의 발언은 성폭력 상담소의 권위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본다. 이 사건이 그 어떠한 의혹의 해명도 없이 "절차는 공정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서울대학교성희롱·성폭력예방과처리에관한 규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제 10 조 (조사와 상담) ①소장은 사건당사자가 자유스럽고 공정한 환경에서 조사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피신고인의 입장에서 누가 참고인으로 불려와서 어떤 증언을 했는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게 자유스럽고 공정한 환경이란 말인가? 또한 조사기구이므로 피신고인의 변론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학칙의 어떤 조항을 해석한 결과란 말인가?

  "제 5 조 (성희롱·성폭력상담소) ①서울대학교 총장은 성희롱행위를 조사하고 처리하며, 성희롱·성폭력행위의 근절을 위한 정책의 수립과 시행 및 성폭력 사건의 법적처리를 담당하는 서울대학교 성희롱·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라 한다)를 둔다."

  이미 학칙에 사건의 법적 처리를 담당한다고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데 상담소장이 자의적으로 상담소의 지위를 조사기구라 정하는 것은 학칙 위반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정말 상담소가 조사기구에 불과하다면 어째서 피신고인에게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피해자의 의견과 조사위원회의 판단을 고려하여, 가해자를 1년 이상의 무기정학에 처하고 교내에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재교육을 요구함. 가해자가 징계 과정을 성실히 이수했는가에 대해 일 년 후 소장이 구성한 회의에서 심사하고 복학을 허락할 것."

  비대위는 피해자 대리 기구라 그러고, 상담소는 일방적 조사기구라 그러고, 징계위는 처벌기구라 그러면 김OO교수가 말하는 사법기구는 서울대 안에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 곳에서 무슨 성폭력 범죄를 처리하고 처벌을 하려고 달려드는가? 서울대학교 성희롱성폭력상담소의 권위를 되찾고 그 동안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건설한 성폭력 처리 원칙을 지키는 길은 지금처럼 대충 사건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10월 14일 저녁 SNUnow에 올라온 상담소의 공식입장에서도 그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했음만 강조하고 있다.

1. 서울대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는 법령과 학칙에 의해 설치된 학내 공식 기관임. 따라서 비대위의 조사와 상담소의 절차는 전혀 별개임. 상담소는 비대위의 판단이나 결정을 받아들인 적이 없음.

  그러나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 판결문인, 1차 의결주문에,

"대책위 분위기가 억압적이고 미숙하여 가해자가 당황한 이유로 성폭력이라 인정하고 공개사과했다고 하나, 일반적으로 볼 때 명백한 성관계였다면 성폭력이라 인정하기는 힘들었을 것임."

이렇게 비대위의 판단을 근거로 적어놓았다.

2. 상담소 상근자의 업무 중에는 조사위원회의 지시를 받아서 조사위원의 조사활동을 조력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  
  
C군의 주장에 따르면 1차 모임 이후로 재심 면담까지 항상 안OO씨를 제외한 다른 조사위원은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이 조력인가 전담인가?

3. 상근자가 피해자와의 친분관계가 있었다거나 편파적으로 일했다는 것은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임

피해자는 상근자 안OO씨와 인문대 여모의 선후배 관계이다. 그리고 증인B의 진술이 피해자 A를 통해서 안OO씨에게 들어갔는데 이것이 편파적이지 않단 말인가?

4. 조사위원회는 제출된 자료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음.

그럼 왜 제 3자도 아닌 당사자에게조차 그 신빙성 있는 자료를 보여주지 않는가? 주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분 노출 때문에 자료공개를 꺼리긴 하지만 이미 피해자가 누구인지 아는 당사자에게도 자료를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5. 피신고인으로부터 재심의를 요청받았으며 이에 회의를 거쳐 검토한 결과,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재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내렸음.

이토록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재조사가 필요없다는 결정을 내린 근거는, 어차피 당사자의 진술만 참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인 의결주문에서조차 당사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본 사건은 성폭력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며, 객관적 정황으로 미루어 신고인이 피신고인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여 인격권과 성적 자율권을 침해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다른 참고인 및 증인의 진술이 조작되었어도 성폭력이 맞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바로 이 한 문장 뿐이라는 것이다. 상담소가 생각하는 객관적 정황이란 과연 무엇이란 마인가?

  C군의 누나는 조사위원 진OO씨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를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100여 년 전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던 유태인 드레퓌스에게 "진실의 편"이 되어주었던 실천적 지식인, 에밀 졸라 같은 사람 한 명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무척이나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하늘이 참 맑기만 합니다. 그래도 봄날은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 본 글은 대자보 66호(2001.10.3)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02/03/12 [15:0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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