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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등과 동급이다?
 
김주영   기사입력  2002/01/30 [16:20]
-<동성애자차별법 철폐>와 <인터넷내용등급제 폐지>를 위한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기자회견-

동성애자차별반대공동행동 기자회견 열어

지난 1월 9일 수요일 안국동에 위치한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는 동성애자차별반대 공동행동(이하 동차공) 주최로 <동성애자차별법 철폐>와 <인터넷내용등급제 폐지>를 위한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기자회견이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약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동성애자커뮤니티인 exzone(http://www.exzone.com)이 지난 2000년 8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고, 이어 다음(www.daum.net)에 동성애관련 카페들과 이반씨티(www.ivancity.com) 등의 동성애커뮤니티가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폐쇄 또는 음란물로 지정이 되자 이에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exzone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판정과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고시가 무효라는 소송이다.  

동차공은 exzone의 행정소송에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었다. 이번 exzone의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은 동성애운동에서 처음으로 행해지는 법적 소송이며, 인터넷내용등급제에서도 최초의 법적 소송이다.  

이상희 변호사는 "엑스존의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은 동성애라는 것의 심의기준에 대한 심의를 할 것이며, 심의기준 동성애 자체에 대한 판단이 있을 것이다.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명시가 나온다면 동성애를 이유로 권리제한을 하는 경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한편 동차공은 이번 exzone 행정소송에 패소할 경우에 유엔인권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며, 인터넷검열반대공동행동과 여러 가지 연대사업을 하면서 동성애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저울을 들고 법과 평등을 관장한다. 이번 행정소송은 동성애문제에 있어서 최초로 국가의 법의 기준에 의해 사회적 인식에 의해 차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던 동성애를 평가하게 된다. 과연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동성애자 차별반대 공동행동 성명서]

-동성애자 차별법 철폐와 인터넷 내용등급제 폐지를 위한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청구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국내 최초의 동성애자 웹커뮤너티인 엑스죤을 단지 동성애를 소재로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심의, 음란싸이트로 결정하였고, 그 심의결과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엑스죤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하였다. 인터넷 내용등급제 시행과 더불어 엑스죤은 이 제도가 요구하는 전자적 표시를 강요받았다. 홈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맥락을 도외시한 무리한 처분에 운영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응하지 않자,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벌칙조항을 명시한 협박성 공문까지 받게 되었다. 결국 엑스죤은 동성애 차별법 철폐와 강제 검열에 반대하는 구호를 내걸고 항의파업의 형태로 싸이트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이하 자유권조약)'의 조인국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장치를 앞세워 자유권조약 제19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자유권조약 제2조와 제26조에 명시된 제 평등권 중 유엔인권이사회(The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가 특별히 포함시킨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부터의 보호'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2항에서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보는 반면,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에서는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도 동성애에 관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한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국제조약에 서명한 조인국이면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통치권자까지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이러한 사실들은 “고등학교 시절 동성애자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았다”는 어느 동성애자의 고백처럼, 동성애에 대해 철저히 왜곡된 시각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오로지 검열과 통제, 그리고 차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청소년보호 논리로 위장한 반인권적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웹커뮤너티인 엑스죤에 적용되었다. 동성애 자체를 음란하며 변태적인 성행위라고 규정해 버리고 청소년의 정보접근을 제한하는 이같은 어이없는 사태는 시행기반법률 자체부터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시행과 그 파급효과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제가 지배하는 사회속에서, 무지로 방치되고 소외된 동성애자는 억압받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검열에 대한 국가의 무리한 욕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론과 소통을 무시해 가면서 졸속적으로 급조되고 시행된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합리적인 논의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엑스존에 처벌조항을 공지하는 등 암묵적인 압박을 가함으로써, 운영자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켰고, 동성애에 관한 알권리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동시에 청소년보호법과 통신질서확립법등 인터넷 내용등급제 시행과 관련된 각종 법률의 일부 조항들은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등을 위반하였다.

2. 동성애를 변태적성행위로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은 엄연한 성적지향 차별규정으로써 엑스죤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와 재심, 그리고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고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제도시행의 주체가 되는 두 기관들 간에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제도운영상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고, 그것은 곧 법률과 제도가 앞장서서 동성애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 인권을 유린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엑스죤과 동성애자 차별반대 공동행동에서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시행령과 정보통신부장관고시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2월 29일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엑스죤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청소년의 정보접근을 제한하려고 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결과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고시에 대해서는 오늘, 행정 소송을 제기한다.

장기간에 걸쳐 구호와 단식농성 등으로 검열과 차별에 반대하는 항의를 해 왔으나 관련기관과 제도의 형태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경계하며, 이제 우리는 우리가 검토하고 분석한 위의 여러가지 결론들을 바탕으로 동성애 차별법 철폐와 인터넷 내용등급제 폐지를 위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청구’라는 전면적인 법적대응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가?' 하는 원론적인 의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명확하고 현명한 해답을 기대한다. 또한 행정법원이 엑스죤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을 철회시킴으로써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허무맹랑한 규정을 폐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리는 동성애자의 차별 받지 않을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제인권단체들과 국내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과 함께 연대, 행동할 것이다.

2002년 1월 9일
동성애자 차별반대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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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1/30 [16: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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