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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권 출신 법조인의 시집 눈길
[책동네] 변호사 이원호 시인의 시집 '새들을 태우고 바람이 난다'
 
김철관
▲ 표지     © 김철관


한 법조인이 자신이 경험한 과거 그리고 그 이전의 과거의 회환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시집이 눈길을 끈다.

 

변호사인 이원호 시인의 시집 <새들을 태우고 바람이 난다>(파란, 2016년 11월)는 과거의 심미적 경험을 진화적·미학화함으로써 삶을 좀 더 갱생하려는 의지를 엿보이게 한다.

 

현재 40대 후반인 이 시인은 90년대 대학을 다닌 동안 학생운동권이었고, 군대를 다녀온 후 노동운동을 했다.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그가 시집을 통해 과거 20대 거친 삶의 회상과 현재 자신의 철학을 은연 중 시어로 표현했다.

 

시인의 짧은 시집의 서문은 의미심장하다.

 

“사방이 온통 벽이다. 담쟁이가 벽을 짚고 벽과 더불어 자신의 국경을 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경계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태블릿 pc가 발견 폭로됨으로써 지난해 10월 29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첫 촛불을 들고 모였다. 이 시점에서 시집은 열흘 후쯤인 지난해 11월 10일 첫 출판됐기 때문에 서문의 의미가 남달리 해석됐다. 지난 8년 동안 이명박근혜 보수정권이 들어선 후 캄캄했던 현실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고개를 들고 전진하는 촛불 시민이 기억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지몽매한 권력에 갇혀 산 삶에 대한 회환을 담았다고나할까.

 

사법고시 준비하던 깡말랐던 시절 가뭄 뒤 단비 같은

 생맥주 한 잔에 감격하면서 침 튀기며 외치던 그 목마른

 정의는 올챙이처럼 불쑥 튀어나온 배 어디에 개기름으로

 끼어있는지  –시집 ‘악의 꽃’ 중-

 

최루탄 지랄탄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꽃병을 나누며 민중이네

 통일이네 목 터져라 외치고 나면 저물녘 그냥 돌아가기

 허전해 왠지 배가 고파 선후배 친구들과 감자탕 하나

 시켜놓고 밤새 소주잔 기울이며 혁명을 얘기하던 그 시절

 그곳이 남루하나 아름다운 청춘이다  -시집 ‘술자리’ 중-

 

바로 ‘악의 꽃’이나 ‘술자리’의 시구를 보면 시인이 자신의 운동권적 과거를 호의적으로 받아 드리지 않고 있다. 이런 과거를, 비겁하고 졸렬하고 비루하고 참담한 현실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89학번 70년생이니 그의 20대는 90년대이다. 참으로 혼란한 시대였다. 유럽의 사회주의권이 붕괴됐고, 우리는 군사정권이 엄존하고 있었다. 당시 대학생들은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비판적인 삶을 살았다. 91년 고 강경대 열사의 죽음으로 이어진 10여명의 분신과 죽음으로 혼란한 정국이 계속됐다. 바로 시인의 20대는 혼란한 시국이었다.

 

시인의 90년대는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다녀와 노동현장을 지켰고, 사법시험을 준비한 시대였다. 1부에 실린 시의 대부분은 20대 처절한 경험들을 담고 있다. 2부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제주도 4.3민중항쟁 등 한국사의 어느 특정 지점을 여러 편의 시로 묶었다.

 

1949년 1월

 성산포 앞마당 터진목

 바다에 명줄 대던 수백의 생이들

 호드득거릴 새도 없이 사냥은 끝났다

 숨죽인 일출봉 해는 성산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빛나지 않는 바다

 성산포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 시집 ‘성산포에 서면’ 중 -

 

이 시를 두고 채상우 시인은 “4.3 민중항쟁 때 억울하게 죽어간 수백의 생목숨에 대한 곡진한 진혼곡”이라고 표현했다. 생이는 새의 제주말이다. 3부는 자연을, 4부는 인생을, 5부 생활과 시간을 시로 남긴 듯하다.

 

특히 시집 중 '중년', '우산', '대척점', '골무', '선풍기', '그늘' 등 주옥같은 시는 시인의 시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원호 시인은 70년대 전남 장성에서 출생했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학생운동, 노동운동이후 사법고시를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우주 대표변호사이다.


기사입력: 2017/01/26 [22:1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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