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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여직원 감금?… 대선개입 의혹 법원에 길을 묻다
 
조근호   기사입력  2015/03/03 [15:37]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2년이 넘었지만 대선에 관한 시비는 여전하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아직 사법적으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관권선거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강기정·문병호·김현 의원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으로 알려진 김모씨를 감금했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12월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 김씨를 35시간 동안 감금했다는 것이 이들의 혐의이다.
 
그런데 이들의 혐의에는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이들은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인터넷에 선거 관련 댓글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김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선거개입의 증거물인 김씨의 노트북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했다. 감금이 아니라 김씨를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문병호 의원은 이날 재판에서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김씨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것이지 의원들이 감금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감금행위가 있었다면 당시 당의 이익에도 반하고, 당의 방향에도 어긋나는 중대한 해당행위였다”며 “왜 (대선이) 일주일 밖에 안남은 시기에 해당행위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재판 경과를 보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당초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들 4명의 의원을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판 절차에 의한 신중한 심리가 상당하다고 인정돼 약식명령을 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며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벌금 몇 백만원으로 마무리할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여기까지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비슷하다.
 
정 의원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같은해 12월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항소를 포기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장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이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투표를 닷새 앞둔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이라며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기도 했다.
 
NLL포기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어디에도 'NLL포기'는 없었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안보심리를 자극하려는 악선동으로 해석됐다. 대선이 끝나고 약 2년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여기에 법원이 일조를 한 셈인데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 재판에서 어떤 판단을 할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관권선거 의혹의 핵심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유무죄는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이다. 원 전 원장은 2심에서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 관권선거는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 된다.
 
원 전 원장의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가운데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의 1심 공판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권선거 시비는 임기 내내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궁극적인 정치행위인 투표가 공정한 환경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한 뒤 이같은 관권선거 시비는 전례가 없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직선제의 정당성이 박근혜정부에서 크게 훼손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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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03 [15: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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