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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세요'하면서 쪽박차게 하는 신용카드
신용불량자 대량 양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시급해
 
배정원   기사입력  2003/08/14 [14:24]

신용카드 시대를 맞아 카드수요가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카드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불상사가 자주 발생한다.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거래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경제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중대한 사회문제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익광고 중 
 
©한국방송광고공사홈페이지

이미 한국은 신용불량자가 35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경제활동인구를 약2,000만명 정도로 보면 1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한국에서 아직 여성의 취업률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경제활동인구 5명당 1명이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금융거래와 각종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신용불량자의 양산은 결국 카드발급회사의 결손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므로 조만간 카드업체의 도산이 줄을 이을지모른다. 무모한 카드발급이 자초한 부메랑효과인 것이다. 신용불량자의 60% 이상이 카드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신용카드회사가 당면한 자금사정의 어려움과 카드채 문제 및 소비침체에 의한 경제불안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DJ정권시절 회심의 경제회생정책이었던 신용카드 사용촉진으로 유발된 ‘플라스틱 버블’의 후유증과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슴 아픈 상황 속에서 이러한 실질국민총소득(GNI)의 마이너스 성장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성장엔진을 식힐 우려가 있다.

참여 정부가 들어서자 신용카드 문제는 폭발하고 말았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로 촉발된 회사채 시장의 환매사태는 그 동안 잘 나간다고 방심하였던 카드사의 잠재된 문제를 표면화 시켜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 삼사년 전부터 도를 넘는 회원모집과 마케팅활동의 부작용에 대해 여러 번의 경고음이 울렸지만 그때마다 확실한 대책없이 표류하더니 드디어 경제 전체적인 문제로 터지고 만 것이다.

신용카드는 원래 1949년 이곳 시카고에서 사업하던 프랭크 맥나마라가 식당에서 식사 후 현금이 없어 큰 곤경을 겪은 후 저녁을 먹다 현금이 없어 곤경을 당한 사람들의 모임(diner)이라는 기치 아래 만든 다이너스카드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967년 신세계백화점의 백화점카드로 처음 등장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근 한국에서만 발행매수가 1억장을 넘었다고 한다. 가히 '카드나라'라고 할 만하다.

제 3의 화폐로 불리고 있는 신용카드는 여러가지 편리성을 가진 새로운 결제 수단이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큰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즉 소비욕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능력이상으로 사용할 경우 부채의 늪에 빠지게 되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신용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무슨 공짜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고 신용불량자가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작금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 같아 답답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전체 신용불량자 280여만명 중 60% 정도가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것과 10대 와 20대 신용불량자 50여만명 대부분이 카드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것은 경제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한 소비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막가파식 회원모집과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도 없는 마케팅활동을 방조한 정책당국의 과오가 크다.

▲카드사별 신용불량자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     ©YTN
신용카드가 대학사회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빚더미에 휘청거리는 대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손쉽게 만든 신용카드로 과소비를 즐기다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들이 연체료를 갚아주긴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카드빚 때문에 가출하거나 유흥업소·공사판 등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카드사들은 수입 증명이나 부모동의조차 없이 대학생들에게 카드를 발급해주고 연체가 생기면 부모들에게 대납을 독촉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비존에 의하면 전국의 대학생 500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대학생의 61%(305명)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연체경험이 있는 학생이 29.5%에 달했다. 3개 이상의 카드를 가진 학생도 4명에 1명꼴(25.6%)이었다. 이는 대학생 카드 소지자가 40.8%에 이르고, 이 중 연체경험이 있는 학생이 20.8%에 달한다는 일전의 서울 YMCA의 조사 결과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또 ‘카드 소지 후 소비가 늘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91%(‘많이 늘었다’ 35.8%, ‘약간 늘었다’55.2%)였으며, ‘줄었다’고 답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연체대금을 갚는 방법은 ‘본인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한다’(53.6%)가 다수였으며, 다른 신용카드로 돌려막거나(22.4%), 부모가 대신 갚아준다(17.5%),‘사채(私債)를 이용한다’(3.8%) 등이 뒤를 이었다. 심지어 부모들이 군생활 중인 사병이나 10대 청소년에게 카드를 지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학사회가 카드빚에 허덕이는 것은 소득 없는 대학생들에게 카드가 남발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고객’인 대학생 고객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수입이 갑자기 끊기면 이미 씀씀이가 커진 대학생들은 자기 절제력을 잃기 쉽다. 손쉬운 카드 발급과 소비 아르바이트(수입) 중단 여전한 과소비 카드 대금연체의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광고물량도 이동통신에 이어 업계 두 번째이다. 광고업계는 올해 신용카드 광고규모를 지난해 800억원보다 250% 증가한 2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광고비 3700억원에 이은 2위이다. 

‘부자되세요.’ ‘세상을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카드.’ ‘능력있는 남자.’  신문·방송 등을 장식하는 각종 신용카드 광고도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40) 교수는 “광고 속에서 신용카드는 소비자를 왕자와 공주로 만드는 ‘도깨비 방망이’로 묘사된다”며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젊은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찬호·이영애·배용준·정우성·고소영·김정은 등 수퍼스타들이 총동원된 카드 광고는 젊은이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감각적인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능력있는 선남선녀(善男善女)가 신용카드로 헬스나 여행을 즐기고 카페에서 멋진 연주를 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대학생이 자기 명의의 신용카드를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18세 미만)는 ‘가족 카드’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때도 부모와 협의해 사용한도를 엄격히 제한한다. 소득이 있는 대학생도 통장 잔액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직불카드’(debit card)를 이용하게 해 신용카드(credit card)를 마구 긁어 ‘빚의 늪’에 빠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일본에서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나 가정주부,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발급시 반드시 세대주나 친권자(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소득이 없는 사람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을 엄격히 규제하고, 카드 신청자의 개인 신용정보도 철저히 확인하기 때문에 대학생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도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먼저 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하고, 이 계좌를 통해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카드를 사용하는 당사자나 미성년자의 부모들 역시 손쉽게 대금을 결제 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카드를 남용하지 말고 변제능력의 범위 내에서 쓰도록 생활화하고 어릴 때 부터 경제교육을 시켜야할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자가 일정액의 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게 되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다. 그렇게 되면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고 연체금을 갚은 후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3년까지 금융거래를 제한당하는 수모를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선 업체들의 과열경쟁부터 진정시켜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사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해외교포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한가지가 아마 신용카드 회사들이 길거리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것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무에게나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신용구매한도와 현금서비스한도는 왜 그렇게 처음부터 높은지. 경기부양을 소비를 부추겨 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가.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업체들은 신규 카드회원을 확보하기위해 길거리에서 선물까지 주어가며 경쟁적으로 행인들을 가입시켰다. 회원 모집 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미성년자건, 결제능력이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카드를 내주었다.

정부는  신용카드의 문제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신용카드 발급시 본인이나 보호자의 소득여부와 변제능력을 확인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신용카드회사와 감독을 소홀히 한 관계기관을 엄중 문책하여 신용사회를 유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영국 웨일즈난민협회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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