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여야의 엇갈린 이해속에 굶어죽는 사할린 동포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쌀 지원을 요청했으나 철저히 외면당해
 
위드뉴스   기사입력  2007/06/12 [18:40]
러시아 사할린의 동포들이 쌀이 없어 굶주리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들의 기아는 더 극심한 상태다. 사할린 동포들은 그 이유를 “국내 쌀 농업 보호정책 차원에서 중국 쌀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굶주리는 사할린 동포들, 한국에 도움 요청

기아를 견디다 못한 사할린 한인단체들은 지난 4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쌀 지원 요청서’를 보냈고, 사할린 한국 외교부 출장소에 접수시켰다.

ⓒ사할린동포 지원사업소
나아가 사할린 한인이산가족회 등 5개 사할린 한인단체장들은 국내외 한인단체들의 긴급 지원을 받아 비행기 삯을 마련, 4월 26일 한국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이들 사할린 동포들은 외교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김원웅 의원), 적십자사, 재외동포재단 등을 찾아다니며 긴급 구호를 요청했다.

이러한 사할린 동포들의 절실한 쌀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는 아직도 묵묵부답.

20일 밥 먹고 10일 굶어야 해

위드뉴스는 사할린 동포 사랑의 쌀 지원과 관련되어 KIN(지구촌동포연대)의 배덕호 대표와 전화인터뷰를 하였다.

배 대표는 “내가 알기로는 중국산 쌀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러시아에서 수입 금지를 시킨 걸로 알고 있다”며 “쌀에 문제가 있는지,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쌀이 주식인 고령자 및 동포들이 굶주리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 동포들은 연금에 의존해 살고 있다. 제일 많은 받은 분은 3천루블이고, 보통 2만루블 수준이다. 3만루블은 한화로 12만원, 2만루블은 8만원밖에 안 된다. 이 돈으로 가격이 치솟은 쌀을 사먹으면 20일밖에 못 먹는다. 10일은 굶어야 한다는 것이다. 쌀 사먹고 나면 나머지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며 조급한 상황을 대신 전달했다.

“4월에 동포 다섯 분이 한국에 와서 외교부 관계자를 만났다. 외교부에서는 모스크바에 있는 대사관으로 쌀 지원 요청서를 다시 보내라고 했다. 한 시가 급한 상황이고 그래서 한국까지 직접 방문했는데, 모스크바까지 가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라고 한숨을 쉰 배 대표.

사할린 동포 외면하는 정부의 속셈이 뭘까?

“어제 국회 관계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러시아에서 중국산 쌀 수입을 재개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사할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았다.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며 답답해 한 배 대표는 “일제 때 강제징용 당한 동포들의 후손인 이들의 굶주림을 모른 채 하는 정부의 속셈을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사할린에는 4만3천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으로 스스로 생활하기 어렵거나, 고혈압과 암 등 각종 노인성 질환 및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10월과 12월 발의된 ‘사할린 한인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의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위드뉴스는 사할린 동포들이 작성한 ‘쌀 지원 요청서’ 전문을 실어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갖길 촉구한다.

쌀 지원 요청서

수 신 :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
발 신 : 사할린 한인단체들
일 시 : 2007년 4월 20일

한민족의 주식은 쌀입니다. 사할린 한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국어를 전혀 모르는 4세들도 하루도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작년 연말부터 쌀값이 지속적으로 올라 최근 1개월만에 쌀값이 kg당 30루불에서 100루불로 급등해 작년 연말에 비해 400%나 올랐습니다. 반면, 동기간 연금 상승액은 300루불에 불과합니다. 고령자들은 월 100달러 남짓한 연금으로 한 달 먹을 쌀을 구입하고 나면 아파트 관리비도 지불하지 못할 상황입니다. 이제 연금 생활자들은 밥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사할린동포들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쌀을 구입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정부가 국내 쌀 농업 보호정책 차원에서 중국 쌀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사할린에서 멀리 떨어진 크라스노다르와 같은 서남부 온난지역에서만 쌀 농사가 가능합니다. 그곳에서 생산된 쌀을 사할린까지 운반하자면 물류비가 엄청납니다.

원가도 물류비도 적게 드는 중국 쌀 수입을 금지하고 국내 쌀 구매를 강요하는 현 정부의 정책으로 사할린 한인들은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에게는 생존의 위기입니다.

지금 사할린 동포들은 러시아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하는 진정서 제출 및 항의데모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인들의 생필수품인 빵 가격은 정부의 개입으로 일정한 금액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에게는 빵과 다름없는 쌀 가격의 안정을 강경하게 요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정부 및 인도단체에 쌀 지원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방의 한인동포들 그리고 고령의 연금생활자들이 밥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우리 동포들은 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이제는 주식인 쌀 값 부담 때문에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 간에도 밥 한끼 나누어 먹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부디 모국이 이러한 사할린동포들의 어려움에 등을 돌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사할린 주 한인이산가족협회 회장 이수진
사할린 주 한인여성 회장 최정순
사할린 정의복권재단 회장 김복곤
사할린 한인 청춘 예술단장 김부자
사할린 잔류한인 영주귀국 촉진회장 김수영
유즈노 사할린스크 시 한인노인회장 김기남
사할린 한인 유자녀 영주귀국 추진회장 김웨철
2007. 4. 20. 러시아 사할린에서.
위드뉴스 (www.withnews.com) / 대자보 제휴사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6/12 [18:4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