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죽은 사람을 또 죽이냐, 순수한 의도다
여중생범대위 고 윤금이씨 주검사진 게재해 논란
 
김주영   기사입력  2003/06/17 [13:04]

▲사진출처: 여중생범대위 홈페이지 http://www.antimigun.org/    
촛불시위를 전후해 여중생 범대위에서 고 윤금이씨의 주검사진을 선전홍보포스터를 이용할 것에 대해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중생 범대위에서는 '미군 바로 알기 10종 포스터'란 제목으로 여러 가지 미군관련 사진을 게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1992년 10월 28일 동두천에서 미군에 의해 살해당한 고 윤금이씨도 포함됐던 것이다. 사진게재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피해자의 몸을 선정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범대위 측에 고 윤금이씨의 사진을 이용한 포스터의 폐기와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범대위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효순이 미선이 추모 1주기가 지나면서, 사체사진 게재 논란은 범대위의 추모방식에 대해 지적된 시민참여방식이나 운영방식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더불어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고 윤금이씨의 사진게재는 선동자료일 뿐

반대측의 입장은 사진의 처참함과 잔인성을 이용해 대중을 선동하려는 자료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범대위측의 의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고인의 참혹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며, 이는 죽은 사람을 또 한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윤금이 사진게재 반대 1인시위 현장     
여성네트워크는 성명서를 통해 "여중생 범대위는 한국의 반전운동이 시작된 시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단체와 개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 윤금이 씨의 주검사진을 게재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런 범대위의 모습에 대해 "여중생 범대위의 몰 성적인 반미 반전 운동의 한계와 남성 중심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며, 외부의 비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민족주의 운동 진영 특유의 폐쇄성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여성네트워크는 5월 17일 여중생 범대위의 故윤금이씨 주검사진 게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개인적 자발적인 모임이다.

[관련기사] 가부장적 반전운동 자성해야 / 여성주의웹진 일다(http://ildaro.com)

아마도 그것은 미국에 반대하고, 한국 민족이 미 제국주의의 희생자임을 드러내는 선전 도구, 자극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고 윤금이씨의 주검사진은 그 처참함을 이루 말할 수 없는 데다가, 희생당한 자국민 여성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가부장적 지지를 받기에도 충분한, 한마디로 너무나 적절한 도구였던 것입니다. 그 사진을 게재함에 있어 사진의 주인공이 잔인한 성폭력 사건의 희생자이고, 그 권리를 인정받아야한다는 것은 그들의 위대한 대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조건임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윤금이씨의 주검사진은 무려 11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반미에 어울리는 좋은 선동자료로써 전시되고 있습니다.(성명서)

윤금이씨의 사진게재에 대한 반대의 의견은 여중생 범대위게시판 외에도 찾아볼 수 있다. 진보누리(http://www.jinbonuri.com/)에 칼럼을 싣고 있는 진중권씨는 '시간(屍姦) '이라는 글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다.

[관련기사] 진중권, 시간(屍姦), 진보누리

"이 두 사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그 사진들은 아무런 논리적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그 사진이 발휘하는 힘은 어떤 비논리적인 것, 즉 인간의 피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원시적인 감정의 선동이다."
"생각해 보라. 미선이, 효순이가 자기들의 딸이라면, 저들이 그 끔찍한 사체 사진을 버젓이 지하철역에 내붙였겠는가? 윤금이씨가 자기들의 누이라면, 그 참혹하게 유린당한 사체 사진을 버젓이 구경거리로 길거리에 늘어놓겠는가? 또 죽은 자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의 소녀가 과연 자기들의 사체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겠는가? 한 많은 삶을 살았을 윤금이씨. 그가 과연 자신의 처참한 최후를 백주 대낮에 남들에게 내보이고 싶어하겠는가? 저들은 왜 죽은 자들을 또 한 번 죽이려 하는 걸까? 대체 저들은 무슨 권리로 버젓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진보누리의 한 네티즌은 "고인의 시신, 그것도 '곱게' 죽지 못한 시신의 모습은 함부로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그런 시신의 모습을 공중에 노출시키겠다면,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게시하는 측의 설득력있는 게재를 요구했다.

의도는 순수했다?!

사진게재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여중생범대위측이 이 사진을 선동의 목적이나 여성의 몸을 이용한 것이 아닌 미군범죄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 일반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게재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여중생범대위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여중생사건으로 인해 사진을 게재한 이유는 소파개정과 미군범죄에 대한 재발방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파개정과 미군범죄를 위해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그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그 사진을 게재한 의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의도의 순수성을 이야기했다.

진보누리의 게시판에서 유민호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건 논리적 판단이 아닌 정서적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금이씨의 동료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라면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진게재가 윤금이씨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녀가 그토록 무참히 살해되었는데도 만인이 공분하지 않는 이땅의 현실만큼 그녀에 대한 더한 모욕은 없다" 라며 사진게재는 정당함을 주장했다.

운동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진보누리에서의 한 네티즌은 선전의 도구로서 잔인한 사진을 게재하는데 대한 전반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포스터를 만들어 지하철역에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아니면 주한미군은 이렇게 잔인한 놈들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런 포스터를 제작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공공장소에 게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의도를 읽기에 충분한 것이다. 대중들을 상대로 차분하고 냉철하게 사건에 접근해서 책임 있게 문제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강렬한 충격과 분노를 촉발시키고 감정을 자극하고 선동해서 정치문제화 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인 것이다.(진보누리게시판)

'충격과 분노'의 작전이 아닌 좀더 사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

'여중생 범대위의 고 윤금이씨 주검사진 게재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 네트워크'는 '여중생 범대위 홈페이지 게시판에 윤금이씨 주검사진 게재'에 대해 '미군장갑차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와 '여중생 범대위의 고 윤금이씨 주검사진 게재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 네트워크의 의견을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토론회를 제안한 상태이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사진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억울하게 그리고 참혹하게 죽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보여줘야할 필요성은 없다. 처참한 사진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은 그것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오해만 불어일으킬 뿐이다. 선정적인 사진을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아닌 좀더 냉철한 이성에서의 운동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촛불시위는 소중한 역사적 사건이며, 이것의 의미는 무엇으로도 축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중생추모 1주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목적에만 급급하다 보니, 방법상에서의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는 것이다. 이제는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제까지의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어떠한 것이 평화운동의 방법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의 시기이다. 촛불은 평화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한 평화운동 속에서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이런 과정을 통해 촛불을 좀더 밝게 밝힐 수 있는 그런 촛불이 되기를 빌어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6/17 [13:0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닉네임 2016/08/04 [15:44] 수정 | 삭제
  • 얼마나 아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