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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돈 앞에서 당당한 시사저널 기자들
[언론비평] 삼성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도 살고 삼성 살리는 길
 
양문석   기사입력  2006/08/01 [15:37]
지난 6월 삼성출신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은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 비판기사'를 편집국장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인쇄 직전에 삭제해버리는 언론계에서 전무후무한 '만행'을 저지른다. 이로 인해 시사저널 기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지금까지 금창태 사장의 언론계 퇴출을 목표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출신 금사장보다는 삼성이다. 이학수 부회장 관련 취재가 들어가고 보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입수한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담당기자와 시사저널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기사를 빼 달라'는 '로비'를 강력하게 펼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로비와 더불어 금사장이 삼성출신으로 삼성에 '알아서 기기'가 보태지면서 '기사삭제'라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시사저널이 엄청난 공룡집단 삼성을 아주 적절한 시점에 예리하게 견제 감시해 온 몇 없는 언론이다. '돈'을 앞 세워 '국가권력마저 찬탈할 음모'를 세우고 실제 상당부분 집행했다는 증거로 밝혀진 '안기부X파일', 그 속에 등장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그룹 지배주주 등이 검사를 매수하고, 엄청난 돈을 뿌리며 대통령후보를 매수하는 내용이 상세히 드러난다. 심지어 언론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삼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했다고 광고료를 대폭 삭감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이 연간 2천억 이상의 광고비를 무기로 대부분의 언론을 제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와중에 시사저널은 삼성 앞에 당당했고, 삼성을 성역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았던 것. 지난 해 가을 통째로 삼성특집을 실어 삼성을 비판한 적도 있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하면 이런 기사다.
 
▲지난 2005년 추석합본호로 나온 시사저널 830.831호.한국 시사주간지에서 이정표를 세운 시사저널의 삼성특집호.     ©시사저널
2005년9월에 발간된 추석합병호를 보면, 삼성비판 기사가 탄생하기까지의 메커니즘을 4단계로 설명한다.
 
삼성은 문제기사가 터질 때 반짝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꾸준히 언론에 광고비와 협찬금을 대는 한편(1단계), 삼성그룹에 대한 비판적 취재에 들어간 기자들의 신상조사를 해 탐문전화를 건다(2단계). 또 기사를 막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될 때 기사 게재를 늦추거나 기사의 제목, 기사의 톤을 낮추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며(3단계), 천신만고 끝에 나간 기사도 타사에 다른 보도자료를 주어 물타기한다(4단계)는 것이다.
 
마지막 물타기 작업의 1등 공신은 일반인들에게 '세리(SER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사저널은 삼성의 '두뇌집단'으로 삼성경제연구소를 꼽으며 "보도 시점에 맞추어 삼성경제연구소가 보고서를 내고 '물타기용' 보도자료를 뿌리면 바쁘디 바쁜 기자들은 인용보도부터 하고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9월12일자 인터넷 미디어오늘은 <삼성 광고비율, 서울 경향 문화 한겨레 순>이라는 의미는 기사를 싣는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4위는 서울신문(17.1%, 59억8500만원), 경향신문(16.7%, 63억2900만원), 문화일보(15.1%, 40억8300만원), 한겨레(14.6%, 61억34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진보적인 매체로 알려진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삼성광고 의존도가 동아일보(5.6%)·중앙일보(5.0%)·조선일보(4.1%)의 광고의존도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비율이 아니라 실제 삼성그룹 광고액으로 따지면 결과는 달라진다. 중앙일보(124억5800만원), 조선일보(119억4400만원), 동아일보(117억8100만원) 한국일보(95억3800만원) 순이다.
 
최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삼성과 포스코 등 대형 광고주를 의식해 포항 건설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의견광고를 거절했다.
 
금속노조는 <포항 건설노동자들께>라는 제목으로 "포스코에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주5일제 실시' '1일 8시간 노동제'처럼 가장 밑바닥 노동자들의 처절한 절규가 이렇게까지 외면당하고 공격당하진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며 "포스코와 삼성에 산별노조의 깃발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내용의 의견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두 신문사 광고국에 연락했다. 그런데 한겨레 광고국에서 '포항 건설노동자 파업 기사로 포스코 광고가 많이 떨어졌는데 삼성까지 광고가 끊어지면 안된다'면서 '포스코와 삼성에 산별노조의 깃발을 세우겠다'는 문구를 '포스코 등 모든 사업장'으로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경향신문마저 삼성의 '돈'앞 종종 무릎을 꿇는 상황에서 시사저널이 그 동안 삼성을 감시 견제해 온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시사저널의 삼성광고비 의존율은 6%다. 결국 삼성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광고비에 의존하는 비율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철저하게 삼성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도 살고 삼성도 살리는 길임을 한국 언론이 알아야 할텐데...  

* 본 기사는 <시민의신문>(www.ngotimes.net)에도 게재됐습니다.

 

* [참고] 다음은 시사저널 합본호 '삼성 기획' 기사 목록이다.

△삼성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찬사·비판 함께 받는 '제국'의 두 얼굴 / '삼성' 전면특집 어떻게 기획했나
-"한국=삼성공화국에 공감한다" 48.8% /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공동여론조사
-인터뷰 / 우리는 삼성을 이렇게 본다
· "재벌보다 외국 투기 자본이 더 위험"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
·"우리 요구 무시한 기업은 삼성 뿐"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교수들은 왜 이건희 다루지 않나" '이건희 시대' 펴낸 강준만 교수
- 삼성·이건희 다룬 책들의 '세가지 특징' / 대박 없지만 기본은 한다
- 이건희 리더십: 사장들도 벌벌 떠는 제왕적 카리스마
- 후계자를 보는 눈: 겸손한 황태자? 안하무인?
- 삼성의 두뇌 집단
·구조적 지배의 산실 삼성 '구조본'
·'세리'(삼성경제연구소) 오지랖을 누가 막으리
- 닮은꼴 외국기업 / 발렌베리가(家)는 삼성의 이상형?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는가

-X파일과 비자금: '보이지 않는 손' 살짝 보였다
-정보력과 로비력: 귀신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
-삼성 출신 고위인사: 진대제, 경기도지사 출마하나
-광고전략: 철학없는 '이류광고', 그때그때 달라요
-무노조 경영의 비밀: '무조노 신화' 뒤에 '지대위' 있었다
-그는 왜 고소를 취하했을까 / "돈받고 노조탈퇴" 양심선언한 홍두하씨가 두번 죽은 까닭
-중소기업과의 관계: 고래가 새우 등을 쳤는가
-이재용과 '선데이 저널' / 지독한 음해냐, 대특종이냐
-법무팀의 힘: 철통 보안, 대단해요
-언론대책: 껄끄러운 기사 이렇게 막는다
-한 전직 홍보맨의 고백 / "중앙일보에는 떡값 안돌려"
-문화사업: 친절한 라희씨, 통도 크네
-문화재 갈등: 진귀한 보물 많이 가져도 걱정?
-조계종 총무부장 겸 문화재위원 현고 스님 인터뷰 / "입수 경위 떳떳이 밝혀라"
-영화계 삼성맨들: 버림받은 그들의 '화려한 부활'
-콩트: 우리가 너희를 이롭게 할지니…
-스포츠 영향력: 돈으로 정상 지키는 거대 스포츠 제국
-올림픽 메달 40% 따오다
-이건희의 힘, 아직은 미흡하네 / 국제 스포츠계에서 정몽준·김운용보다 영향력 떨어져
-대북사업: '대북 소심증' 언제쯤 벗어날까

△삼성 경제력의 실체

-주력계열사: 강하면서도 위태로운 '가문의 결속'
-부동산값만 수십조원
-지표로 본 경제력: 삼성이 웃으면 한국 경제도 웃는다
-글로벌 경영: 세계로 뻗는 삼성, 거칠 것이 없어라
-해외 위상:
·세계에 심은 '삼성' 브랜드
·"노키아보다 비싸도 삼성 핸드폰이 짱"
·"초우량 기업이여, 뭇매 두려워 말라" / 일본 언론인이 보내는 충고
·광고 퍼붓고, 자선활동 늘리고

△삼성을 이끄는 사람들

-'파워맨' 신상명세
·누가 삼성을 움직이는가/임원 1639명 입체 분석
·'패밀리' 아니면 법조인/30대 임원은 누구인가
·이공계 약진 눈에 띄네/CEO 51명 면면을 살펴보니…
·또다른 '왕족' 홍씨 일가 / 삼성과 인연 깊은 홍석현 형제들
·그들의 혼맥을 누가 앞서랴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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