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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는 남북의 지도자들 보다 아름답다
북방한계선(NLL)의 남북한 공동어로화 통해 분쟁을 없애야
 
김주영   기사입력  2003/06/04 [18:18]
해마다 6월이면 서해 연평도 앞에는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게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생계의 바다'가 '전쟁의 피바다'로 변할 수 있는 시한폭탄들이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에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북한 민간선박인 어선에 사상 최초로 함포 경고사격을 가한 사건은 그 시한폭탄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남한 군당국은 북한 어선의 잇따른 NLL 월선이 북한군 당국의 묵인아래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유사사태 발생시 강력 대응할 계획임을 밝힌 상황이다. 이는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가능성만이 아닌 확전의 위험성까지 안고 있다.

해마다 6월이면 서해 연평도 앞에서는 북방한계선(NLL)에 월선하는 북한어선 때문에 북한군과 우리해군의 교전이 벌어진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북핵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대대적인 증강과 재배치 등 냉전기류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꽃게 잡다가 사람잡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3일 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평화네트워크의 주최로 '북방한계선의 평화적 관리방안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두차례의 교전사태를 되돌아보면서, 3차 서해교전을 예방하고 NLL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모인 자리였다.  

NLL 남북한 공동어로화 시급하다
▲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
이번 토론회에서 NLL 자체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긴장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NLL지역의 남북한 공동어로화가 제시되었다.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대표는 발제문을 통해 "NLL의 법적 지위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협의해나가도록 하고, 우선 꽃게잡이철을 맞아 이 지역을 남북한 공동어로화함으로써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민족화합의의 계기로 만들자"는 안을 제안하였다. 정욱식 대표는 "어떠한 방식의 공동어로 구역활용 방식이더라도 남북한 합의이후 양측의 NLL관리 해군함을 비무장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는 군사적 신뢰구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군비통제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공동어로화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구역을 NLL 이남과 어로저지선 이북사이로 지정하는 것이 제안되었다. 또한 그 활용방식으로 특정기간동안 공동어로 구역에서 남북한 어선이 공동으로 조합하는 방식이나, 남북한 어선이 하루씩 교대로 조업하는 방식, 그리고 남한이 북한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공동어로 구역을 사는 방식 등을 제시되었다. 더불어 남북한 해운협력을 구체화, 현실화하기 위한 민간선박의 NLL통과를 허용해야 함도 주장하였다.

해마다 6월이면 NLL은 얼어붙는다
지난 99년 6월에 1차 서해교전이 일어났다. 그후 2002년 6월 29일 2차 서해교전이 발생하였다. 2차 서해교전 때 "군이 확전을 무서워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집중 공격을 당한 군당국은 교전규칙을 간소화해 사실상의 선제공격을 채택한 상황이다. 예전의 교전규칙은 총 5단계로 이뤄져있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의 무력충돌을 가급적 피하고, 무력충돌시 확전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줄여, 경고시간은 줄이고 공격시점을 빠르게 한 것이다.

이처럼 확전의 위험성은 늘었고, 더불어 미국의 개입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차서해교전 이후 한미군당국은 교전 사태 발생시 한미연합작전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이는 분쟁 발생시 미국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6월 중하순은 미국 주도의 대북한 경제제재 및 해상봉쇄, 그리고 주한미군 전력증강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NLL에 대한 잘못된 인식
▲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대표
토론회에서는 NLL에 대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대표(외국어대학교수)는 "NLL을 국제법적인 시각으로 검토해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한계선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를 4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첫째 NLL은 정전협정상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시 북한은 경기도와 황해도의 도계의 연장선을 주장했고, UNC는 서해 5도가 모두 포함되게 경계선 확정을 요구함으로서 서해해상 경계선 획정은 상반된 의견차이로 정전협정에서 규정하지 못하였다. 이후 UNC는 남측해군력의 북진한계를 내부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에서 NLL을 긋게된었던 것이고, 내부적 작전규칙의 일환으로 해군에만 전달하고 북측에는 정식으로 통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NLL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의서에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남측은 구역에 NLL이 포함될 것을 주장했고, 북측은 구역대신에 육상만을 의지하는 지역으로 주장해 해상 경계선을 제외시키려고 했다. 객관적으로 보아 남북한의 군사적 경계선이 되기 위한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이란 "쌍방이 합의하고 동의한 구역"이라야 남북 양측에 경계선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셋째 북한이 묵시적으로 1973년 이후 20년 동안 NLL을 인정했다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북한은 한국전쟁중이나 이후 강한 해군력을 보유하지 못한 채 그들이 주장하는 12해리 영해를 지킬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957년 초부터 북한경비정이 5개 도서의 연안을 순시하면서 종종 한국어선을 나포해갔다. 이런 움직임이 있었는데도 국제법상 실효성의 원칙(principle of effective control)과 응고의 원칙(principle of consolidation)에 의해 NLL을 북한이 묵시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장희 교수는 "실효성의 원칙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최소 5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북한에서의 어떠한 형태로던지 항의가 없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넷째로 UNC조차도 북한의 NLL월선 시에 영해침범이라 하지 않았고, 미국무성도 NLL 통과를 영해침범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양호 국방장관도 1996년 7월 16일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답변을 통해 "해상북방한계선은 우리 어선이 조업도중 잘못해 월북할 것을 우려해 우리가 임의로 설정한 북방한계선인만큼 북한에서 넘어와도 정전협정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답변을 한 바있다.

NLL은 합의된 선이 아닌 일방적인 남한의 주장에 불과
이처럼 NLL은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사이의 경계선이 될 수 있는 쌍방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이 20년 동안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도 아니며, UNC도 영해침범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NLL은 합의된 선이 아닌 일방적인 남한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북한측의 태도도 문제제기 되었다. 이장희 교수는 "지난해 서해교전에서 선제공격 행위나 이번 무단의 NLL 월선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 경비정이 선제무력공격과 같은 돌출 행동을 한 것은 명백히 북한이 도덕적으로 잘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NLL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포함한 서해5개도 주변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남한의 노력에 성실하게 동참해야함을 주장했다. 또한 북한이 NLL을 미국과 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NLL은 정전협정에 근거가 없기에 미국과의 협상은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1977년 경제수역 선포에 이어 국제법상 근거없는 50해리의 군사수역선포를 철회할 것과 국제해양법에 즉시 가입하여 무리하게 그은 직선기선을 국제해양법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것임을 주장하였다.

한겨레21의 정인환 기자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꽃게잡이는 생계의 문제"라면서 "취재차 방문하였을 때 주민들도 공동어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어로의 문제는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대단히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연평어민들이 긴장관계가 높아져 조업을 못하게 되는 것이 걱정이라고 한다. 어민들은 공동어로는 하던 안하던 간에 조업철에 조업을 할수만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우리가 더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나눠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꽃게잡이는 일정기간 동안 그물을 쳐놓고 기다렸다가 그물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장비도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이다. 그런데 긴장관계가 높아져 그물을 회수하지 못할 시 손실이 엄청나고, 일년에 한두달 정도 조업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못하게 된다면 어민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라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길이 없어서 못가는 것이 아니라 뜻이 없어서 못하는 것인데 이는 고양이목에 방울달기이다. 평화적으로 관리를 할 의사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여론몰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사고방식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평화군축센터와 평화네트워크 측은 NLL 공동어로화를 위해 뉴스레터 발송이나 성명서를 통해 일반시민들에게 알려나가고, 대정부 및 국회활동을 통해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재 이부영 위원이나 김근태위원 등 공동어로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언론이 올바른 여론형성을 해나가야 함을 주장했다.

NLL은 유엔사령부에 의한 일방적인 설정이라는 측면에서의 인식의 공유는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이다. 그러나 해결책은 나온 지 오래지만, 수구보수세력들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을 설득해나가고 같이 끌어안고 갈 수 있는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공동어로 설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약에서 서해5도 인근 수역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내건바 있다.

지금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꽃게잡이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서해를 꿈꿔본다. 공동어로에서 사이좋게 꽃게잡이를 하는 남과북의 어민들의 모습은 자그마한 통일일 것이다. 공동어로가 협상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를 형성해갈 수 있는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소중한 목숨의 희생이나 수구보수세력의 일방적인 기득권주장이 아닌 서로간의 협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한걸음을 내딛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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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04 [18: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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