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호주제를 폐지하면 남성들이 상실감을 느낀다?
가족을 소유물로 여기는 '호적제도'는 폐지해야
 
불꽃   기사입력  2003/05/20 [00:08]
호주제 폐지에 대한 법안이 마련된다는 말이 있자 호주제 폐지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호주제 폐지가 마치 남성에 대한 여성의 도전이고, 호주제 폐지로 인해 남성의 기득권이 상실될 듯 말하는 주장들을 들을 때마다 역으로 묻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당신의 가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지난 몇년간, 특히 IMF 이후 동반자살 기사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곤 했다. 생활고를 비관해서 자살하는 가장이 그 자식과 처를 죽이고 함께 죽거나, 자신은 죽지 못해 구속되는 경우를 보며 과연 그 가장에게 그 처와 자식이란 어떤 '존재'인가 묻게 된다.
 


자신의 부속품?
아니면 소유물?


어떻게 자신의 부속품이나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한 인격으로 존중한다면 자신의 자살욕구에 따라 자신의 가족도 함께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불 수 있겠는가?

언젠가 호주제 폐지에 관한 토론을 벌이다가 한 남성이 '호주제가 폐지되면 대부분 가장들이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고 올린글을 보고 반박한 적이 있었다.

상실감?'

그 단어속에 들어있는 '소유의 개념'은 결국 처자식은 남자의 소유물이란 무의식이 숨겨져 있는것이 아닌가?

얼마전 '호주제폐지반대운동'을 벌이는 사람이 라디오에서 하는 말을 들으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주장은 남자성씨가 자손에게 이어져 가야하는 이유는 몇십대 내려가도 그 남자성씨의 유전자는 비율상 높이 유전된단다. 부부의 다른쪽, 절반의 유전자를 물려주는 엄마의 유전자는 희석되지만.

얼핏 들으면 타당성이 있는듯 들리지만 그것이야 말로 얼마나 '성씨'에 얽매인 계산법인가? 그 반대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의 결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즉, 태어나는 아이들이 모두 엄마의 성씨를 물려받게 제도화 되어 있다면 몇십대 내려간 후손의 유전자에서는 엄마의 성씨의 유전자가 비율상 높게 유전될 것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늘어놓으며 호주제폐지는 유전학적으로 불가하다고 택도 없는 이론속에 존재하는 것은 바로 그 '소유욕'일 것이다.

'처와 자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오래된 소유욕.

그 그릇된 소유욕에 의해 절반에 가까운 아내들이 남편에 의한 구타경험이 있고, 보건복지부의 부녀상담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1.1%가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상습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하며, 그러한 아내에 대한 폭력이 존재하는 가정에서는 아동에 대한 폭력 또한 발생한다는 조사는 우리사회의 남성들의 의식일반을 보여주는 결과일 것이다.

이혼을 하고 호적초본을 떼어 본 여자라면 누구나 빨갛게 그어져 있는 호적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치 그 시간들은 유배되어진 시간들인양, 존재해서는 안될 시간인양 그어져 있는 호적. 그 호적을 보며 사회가 이혼녀에게 보내는 정신적 폭력을 느끼는 심정이었다.

빨간줄이 그어지지 않으려면 결혼생활이 어떠하던 꾹 참고 살면되지 왠 잔말이냐!라고 말하는듯...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어려선 아버지의 말씀을 순종하고,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늙어선 아들의 그늘하에 머물라 강요하던 그 시대가 아니다. 그러함에도 우리의 의식은 은연중 그런 강요를 하고, 당하고 있다.

가족을 소유물로 여기는 그 뿌리에 존재하는 '호적제도'

그 호적제도가 은연중에 여자를 남자의 부속물로, 소유물로 여기도록 강요하고 있는게 아닌가? 재혼에 따라 자녀의 성과 아버지의 성이 달라 아이들이 받게 되는 상처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그러기에 왜 이혼을 해!' '그러면 엄마가 재혼할때마다 아이들 성이 바뀌어야 해!'라 말한다.

같은 상황이 남자에게 벌어져도, 아무리 재혼을 여러번해도, 아이들 성씨가 바뀌지 않으니 남자가 양육하는 아이들에게는 드러나는 피해는 없다.

'성을 갈겠다'라는 말이 가장 큰 약속이고 '성을 갈아라'란 말이 욕인 사회에서, 아직도 이혼가정에 대해 '결손가정'이라 이름짓는 사회에서 아버지와 다른 성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누가 알 수 있을까?

호주제 때문에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여자들을 대할때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성씨'때문에 놀림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을 볼 때마다 누가 이런 폭력을 아이들에게 행사하는지 화가 난다.

갈수록 늘어난다는 이혼율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차라리 그렇게 더 많은 '한부모가정'이 생겨나 그 자녀들에게 '결손가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게 되길 바랄 정도이다.

이혼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닌 차선의 선택이라 생각하기에 선택조차 강요하려 하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제도들에 반대한다.

*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호주제 폐지에 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5/20 [00:0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