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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아닌 '양심적 대체복무'로 부르자
[주장] 양심에 따른 군복무 거부, '대체복무'로 호명함이 마땅하다
 
예외석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26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현행 병역의무와 조화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애매한 단어 때문에 매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 신념과 양심은 인간의 내면세계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누구나 피할 수 있으면 피해가고 싶은 것이 병역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 때문에 국민의 4대 의무인 병역의무는 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개인의 존엄성 보다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킨다는 안보논리가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뭐가 옳고 그런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애매한 논리에 빠지고 만다.
 
국가를 위해서는 개인의 존엄성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기존의 국가안보 논리와 헌법에 명시된 종교 및 양심의 자유가 현재 충돌지점에 와 있다. 현재와 같은 분단상황 하에서 분명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도 튼튼한 국가안보의 보호 속에서 영위할 수 있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사항을 들어 "누구는 종교적 양심을 내세워 군대가지 않고 누구는 현역으로 최전방에 배치되어 젊은 청춘을 보내야 하는가?" 라는 반박을 하는데 이것 또한 전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자유는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 이러한 형평성에 완전히 위배되기 때문이다.
 
물론 군대 가는 사람들도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 갖다 오지 않으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 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데 때로는 사회생활 하면서 군대에 갖다 왔기 때문에 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도 벌어진다.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가지기 위해 교묘히 병역을 회피하고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 직장에서 병역특례를 받으면서 대체복무를 한 것으로 승진이나 승급에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총을 드는 자체는 공격과 방어를 수행해야 하는 전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쟁이란 적에게 강제로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야만의 폭력 행위이다. 총을 드는 행위는 곧 폭력임무를 수해하기 위한 준비 태세인 것이다. 우리의 적은 과연 누구인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던 주적 개념도 사라졌지만, 예비군이나 민방위 교육장에서는 여전히 북한을 북괴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금 혼란과 혼돈 속에 살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양심의 자유를 인정해 주길 원하면서도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얽히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대 갖다 온 사람들과 갖다 오지 않은 사람들, 가기 싫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를 한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뭐가 '병역거부'이고 뭐가 '대체복무'인지. '병역거부'는 말 그대로 어떤 이유에서던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저항하거나 도피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복무'는 종교 또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직접 군대나 관련 기관에서 복무하는 대신에 그에 준하는 어려움을 가진 사회적 활동에 참가함으로써 대체하는 제도이다. 주로 군복무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사회복지요원, 사회공익요원, 재난구호요원 등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대체복무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미 제도화되어 정착되고 있다. 현역병 자원수요에 따라 때로는 건강상태에 관계없이 공익요원으로 복무하기도 한다. 원칙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현역복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하여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진 제도이다. 건강이 좋지 못해서 수행토록 하는 '대체복무제'와 개인의 종교적 양심 때문에 권고되는 '대체복무제'는 엄연히 그 성질이 틀린다.
 
서로가 인정 할 것은 인정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이기주의가 넘쳐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주의라면 차라리 나을 것인데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은 좀 신중하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 건강상 이유로 하는 '대체복무'와 양심의 이유로 저항하는 '병역거부'가 곧 그것이다.
 
여기서 국가인권위가 내어놓은 대안이 종교적신념 때문에 현역복무를 하지 못하겠다면 그에 상응한 기간만큼 '대체복무'로 사회에 봉사하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에 관계없이 어차피 국민의 4대의무인 군복무는 하면서도 기분 좋게 하라는 것이다. 총을 잡기 싫으면 굳이 총을 잡지 않고도 군복무를 하라는 뜻이다. 
 
군복무가 굳이 꼭 집총을 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향군단체 원로들이 집단으로 국방부장관을 찾아가 "양심적 병역거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항의를 표한 것은 상식의 선을 넘어선 행위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총을 잡지 않겠다는 일부 젊은이들을 위해서 총을 잡지 않고서도 그에 상응한 군복무를 수행하게끔 하겠다는 데도 굳이 "병역거부"라는 꼬리표를 달아서 범죄자 취급을 하겠다는 전근대적인 발상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추방해야 할 의식이다. 그리고 훈련병 시절에 잠깐동안 집총을 한 이후에 특기별로 취사병이나 여타 비전투병으로 복무를 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런 유연함도 갖지 않은 채 사회에서 혼란스러운 논쟁을 유발한 양심적(?) 종교인들은 또 무언가.

종교적 신념이 아무리 목숨보다 소중하더라도 때로는 우회해서 갈 줄도 아는 유연함을 보여주어야 사회에서 보다 더 따뜻한 눈길로 지지를 해 줄 것이 아닌가. 양쪽 모두 다 조금씩 양보해서 아주 좋은 타협안을 찾을 수도 있는 문제다. "대체복무"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예전에 유행하던 말로 '동방위' 비슷한 것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리라.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기사입력: 2006/02/25 [22:5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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