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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 차린 민주당
김민석과 진념은 노무현의 짐이다
 
공희준 Cinema Jockey   기사입력  2002/04/03 [03:13]
{IMAGE1_LEFT}좀 뜬다 싶으면 교만해지기 마련인 것이 인지상정의 법칙이다. 여기에서는 개인도 조직도, 삶의 체감경기지수가 여전히 바닥만 때리고 있는 孔Cine도 예외가 아니다. 오랜만에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을 추월한 민주당이 또 다시 닭짓을 해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치유된 듯 했던 민주당의 해묵은 고질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 과정에서 다시 곪아터전 것이다.

지난 4월 2일 화요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민석 의원이 이상수 의원을 누르고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번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도둑경선이라 규정할 수 있다.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온통 대권후보 경선에 쏠려 있는 틈을 타서, 주요 대권 주자들이 국민경선을 치르느라 여념이 없는 순간을 노려 기습적으로 단행된 날치기 경선인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 좀더 범위를 좁혀 얘기하자면 동교동 구파라 불리는 인물들은 정권재창출에는 별로 마음이 없는 듯 싶다. 이들이 진정으로 정권재창출에 목을 매단 이들이었다면 서울시장 경선을 소리소문없이 속전속결식으로 결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교동 구파세력은 개혁성향 정치인들이 개별 경선주자 캠프로 분산돼 치열한 경선전에 매달린 지금의 상황을 주요광역 자치단체 후보자로 자파성향 인물들을 심어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김민석과 이상수 모두 동교동 구파의 영향권 아래 놓여있거나, 이들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분류할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사람들조차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이 치러진다는 사실을 9시 뉴스를 통해서야 뒤늦게 파악했을 정도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전은 일반 유권자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한 채 진행된 동교동 구파의 집안잔치에 머물고 말았다. 서울시장에 뜻을 둔 범개혁세력 정치인들의 도전기회를 원천봉쇄한 것은 물론이고, 서울시정의 개혁을 염원하는 일반 시민이나 네티즌들의 참여 역시 철저히 차단되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그 진행방식과 구체적 절차를 놓고 본다면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3金 정치의 트레이드마크인 예식장 개편대회를 방불케한다.

민주당 측에서는 2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경선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치러졌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렇지만 참여한 유권자의 숫자를 따지기에 앞서, 얼마나 경선이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캐물어야 한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일반유권자 모집을 추진한 적이 있었나. 대선후보 국민경선의 예를 따라 인터넷을 이용해 실효성 있는 네티즌 공모라도 한 적이 있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부통령제가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 중심제 헌법에 내각제적 요소를 절충한 탓에 법리적으로는 국무총리가 권력서열 2인자로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총리직은 영양가 없는 일만 골라 하는 술상무 직책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 직접적인 의사에 따라 선출된 직책이 아니기에 힘이 없는 허세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는 선출직인 서울시장은 정치적 무게와 그 상징성만을 헤아려도 미국의 부통령에 버금가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의 위치다. 금년의 경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이어지는 탓에 지방선거 결과는 대선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 구실을 할 것이다. 당연히 전체 인구의 4분이 1이 살고 있는 수도 서울의 행정총수를 뽑는 것은 대선구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과정을 점검하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경선주자들에게 측은지심의 연민과 동정심이 발동하는 것은 필자만이 소회가 아닐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누가 챙긴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은 형국이다. 노무현을 필두로 이인제나 정동영까지 갖은 스타일 구겨가며 젖먹던 힘까지 다바쳐 동분서주해 당 지지율을 높여놓았더니, 그 동안 어디서 무엇를 하고 있었는지 모를만큼 정치적 동면상태에 빠져 있던 김민석이 갑자기 나타나 그 과실을 잽싸게 독차지한 것과 진배 없으니 말이다. 무임승차도 이 정도면 가히 예술의 경지다.

노무현은 뭐 좋아서 집에도 못들어가고 밤잠 설치며 지방을 누비겠나. 이인제는 생각이 모자라 욕 바가지로 먹어가며 색깔론. 음모론 들먹이겠나. 정동영은 할 일이 없어 꼴찌를 달리는 처지에 경선 지킴이를 자임하겠나.

그간 동교동계가 물밑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굉장히 궁금하고 내심 불안했는데, 이 사람들 기껏 한다는 짓이 경선주자들이 애써 벌어놓은 지지율에 기대어 당내 기득권을 지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정말로 당을 사랑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가진 이들이라면 국민참여경선제에 대한 국민의 참여과 관심을 유도하는 작업에 매진했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황사먼지 뒤집어쓰며 애면글면 야전에서 전력투구하는 사이에, 이면에서는 편안한 사무실에 앉아 당내 세력판도를 유리하게 짜기 위한 시나리오 쓰는 일에 골몰하고 있었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배신감과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상대가 홍사덕이든 이명박이든 이상수가 맞싸워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해보는 것은 일단 논외로 치자. 객관적으로 이상수는 물건이 되지 않는다. 그럼 김민석을 검증해보자. 누구처럼 치사하게 빨간 현미경 들이대고 이사람 땀구멍이 얼마나 큰지, 몸에 난 털은 몇개인지 세보는 치졸한 짓은 하지 않겠다. 97년 정권교체 이후 김민석이 걸어온 행보만을 되짚어보겠다.

그가 범한 개인적 실수는 관대히 넘어가는 것이 정치인에 대한 올바른 평가기준이다. 상품성과 강점으로 내세우는 젊음과 참신성에 어울리는 실질과 내용을 갖추었는지가 검증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총재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얼마나 DJ를 잘 보필했는지 질문해보겠다. 당 총재인 김대중이 여론을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국민의 정부를 몰락시키는 악수를 남발할 때 총재비서실장으로서 어떤 직언을 했는가. 언론개혁에 앞장선 노무현이 수구언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을때 그는 어느 신문사 기자를 만나고 있었나. 쇄신과 정풍을 부르짖은 정동영이 당내에서 왕따를 당할 때 그는 정동영에게 연대의 손길을 뻗친 적이 있었는가. 이인제가 찬바람 맞아가며 선거운동해서 민주당을 충청-강원 제1당으로 도약시켰을 때 김민석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추미애가 이문열과 드잡이하며 곡학아세 공방을 벌일 때 그는 무슨 책을 읽고 있었나.

{IMAGE2_RIGHT}경기도쪽 분위기는 더 가관이다. 경선도 생략하고 추대를 하잔다. 민주당 경기도지부 사람들은 전부 한나라당에서 전학온 사람들인가. 왜 그렇게 추대를 좋아하나. 게다가 누구를 추대한다고. 힘들게나마 친일파 단죄와 일제잔재 청산작업에 나서고 있는 한편에서, 일제시대 교육이 좋았다는 망언을 한 진념 경제부총리를 경기지사 후보로 합의추대한다는 소식이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경제에 밝다는 임창열을 경지지사로 내세운 결과가 어떠한가. 경기도 지역경제가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얘기는 아직 전하지 않는다. 대형 독직사건이 터질 때마다 약방에 감초격으로 전현직 고위경제관료들이 이름이 연루자로 오르내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게 경제계 인물이 절실하면 차라리 대표적 전문경영인이라 할 SK 손길승 회장이나 김정태 국민-주택 통합은행장을 영입하라. 경기도 거주자에게는 핸드폰 요금 감면해주고, 밀린 카드값 탕감해주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어라.

김민석과 진념은 노무현의 짐이다.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의 김민석은 이회창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결구도인 귀족 대 서민의 대치전선을 이완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성장일변도 경제정책을 고집해온 관료세력의 선두주자를 경기도 지사후보로 내세운다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적 차별성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동교동 구파는 정치개혁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노무현을 포위함으로써 개혁의 바람을 잠재우려 한다. 통하는 것은 극과 극만이 아니다. 주류와 주류도 이심전심이다. 동교동 구파로 이루어진 민주당 주류와 구민정계가 주축인 한나라당 주류를 보면 거울 이미지를 보는 것처럼 쏙 빼어닮았다.

서울시장 경선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다시 치러져야 한다. 서울시의 개혁을 바라는 시민의 총의을 수렴하여 올곧은 국민경선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대선후보와 호흡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순리이다. 경기지사 후보 추대, 제발 말이 되는 얘기를 하시라. 한나라당조차 국민경선을 실시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에서 경기도 시계만 거꾸로 돌아가나. 동교동의 노무현 포위전략, 국민과 네티즌의 눈이 살아 있는 한 성공할 가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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