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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이면 정형근의원을 취조실에서 만났을 것"
노회찬 VS 정형근 의원 토론, 말로 하는 '이종격투기' 벌여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26 [11:40]

"헌법 8조에 민주적 질서에 어긋나는 정당은 해산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정형근 의원)

"쿠테타하고 인권탄압한 사람도 잡아넣어야죠. 그런 사람 밑에서 공직생활하셨잖아요?"(노회찬 당선자)

민주노동당 노회찬 당선자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17대 국회의 진보와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선수'로 25일 오전 한 시사프로그램에 대담자로 출연해 한판 설전을 벌였다.

정의원은 민노당의 강령과 노선이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친북적인 성향마저 보인다는 점을 들어 노 당선자를 공격했다

노 당선자는 북한 인권을 비판할 지격이 있는 정당은 민노당 밖에 없다며 정 의원이 공직에 있던 시절에 행해진 인권탄압 문제까지 거론하며 정의원의 비난에 응수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라크파병과 경제문제에 이르기 까지 거의 전 분야에서 전혀 다른 해석과 해결방안을 제시해 한국사회의 진보와 보수 사이의 깊은 골을 증명했다.

다음은 토론내용 전문이다.


이은영(사회자): 일부에서 민주노동당을 두고 '친북좌파'라고 한다.

정형근 의원(이하 정형근): 민망할지 모르겠지만, 강령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민중노동자가 주인이고, 우방 미국을 전쟁 부추기는 세력으로 말하고 북한의 선전기구 한민전 10대 강령, 북한 노동당 규약과 비슷하다.

헌법 8조에 민주적 질서에 어긋나는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노회찬 당선자(이하 노회찬): 백인과 흑인과 다르다. 그런데 코끼리가 보면 비슷하다.

너무 멀리서 보니까. 실제 노동당 규약, 한민전 10대 강령 모르는 사람은 진짜 그런가보다 할 건데 위험하다.

사유재산제 부정은 아니고, 일정한 제한이 가능한 것은 헌법에도 나와있다.

강령과 헌법에 모순되는 점이 없다. 딱 한가지 민주노동당은 북한을 독립적인 국가로 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정 의원의 자유민주주의가 다른 것 같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데,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형제가 자살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명절에도 경제사정 때문에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헌법에 나온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나? 돈이 있어야만 되는 자유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 오히려 수준높은 자유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정형근 : 강령 흐르는 내용 보면 북한의 판박이다. 시장경제도 부정하고, 자본주의도 근본적으로 질곡이라고 하는 강령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노회찬 : 시장 부정이 아니라 시장을 활용해야한다고 나와있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놔두는 나라 없다. 그러면 부동산 대책 왜 나오나. 시장에 필요한 규제 가할 수 있다는 연장선상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부터 있던 제도가 아니다. 인류 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고 오늘이 12월말이라 하면 보름 전부터 시작된 제도다. 근본적 모순이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이 올 수밖에 없고 그걸 사회주의라 부르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할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정 의원같은 분들에 의해 사법적, 물리적 비판까지 당해 보존에 급급했다.

친북 많이 말씀하시는데 1000억 받은 당이 다른 당 비판하기 어려운 것처럼, 북한 인권 비판할 자격 민주노동당밖에 없다.

박정희, 전두환 때 얼마나 고문당하고 남산 끌려가고, 민주주의 압살 당하던 상황에서 누굴 비판해야 하나.

정형근 : 저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국정원 발표한 민주노동당 고문께서 국가기밀누설로 간첩사건이 있었다.

민주노동당원의 미상공회의소 점거사건, 미제국주의 반대 창당선언문 있었다. 북한 비판이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

노회찬 : 미국이 제국주의 행태 버리지 않았다는 비판은 온당하다. 강 고문 사건은 유감이다. 당시 강 고문 면담했고, 본인의 부주의로 공개된 자료를 재일동포 줬는데 북한으로 넘어갔다.

개인 일탈로 노선이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것은 확대해석해서는…. 뭐, 이 정도로 하죠.

정형근 : 이라크파병은 문제풀이가 끝난 사안이다. 노 대통령이 우방, 국익, 경제적 협력 고려해서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서 연설하고 통과된 사안이다.

시험 다 치렀는데 결과 안 좋다고 다시 하는 것은 국제사회 성실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국익과 걸려있는 사안이다.

노회찬: 전쟁 시작한지 1년이 지났지만 대량학살무기가 안 나타났고, 테러 지원 직접적 증거를 밝히지 못했다. 이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 이제 재검토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상명하복으로 살 건가. 이라크 파병이나 소파개정이 주요한 계기 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되어야 한다고 김영삼 대통령도 말했다. 주한미군 언제까지 있어야 하나? 단계적 철수가 상식이 아닌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게 좋다.

정형근 : (역대 대통령) 모두 국가보안법 철폐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 대통령 아래서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만나서 통일이 되어도 안전판으로 미군 있어야 한다.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고 김정일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했다.

노회찬 : 북한이 미군 용인한다고 민주노동당이 용인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민주노동당은 미군 철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우리나라 위태롭게 했다느니 자의적 판단하면, 전두환 쿠데타나 인권탄압도 잡아넣어야죠.

그런 사람 밑에서 공직생활 하셨잖아요?  불고지죄, 당원 중 한 사람이 구속됐는데 그 누나가 신고하지 않아 파면됐다. 동생 신고하지 않아 형사처벌 받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이다.

정형근 : 대남공작 기본이 지인이나 형제다. 형이 월북했으면 생업 종사하는 사람 교육해서 연고지 공작해서 지하망 구축하는 것이다.

노회찬 : 정 의원님 말씀 들으면 기회만 되면 타도해야 한다, 수단 가리지 않고 할 수도 있다 식의 적대적 사고 갖고 있는 것 같다. 대북송금 하지 말자. 금강산 관광 보내지 말자. 그런 식 아니냐.

정형근 : 안보, 국민 결속, 경제 우위 있어야 북한에 대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다만, 북한이 대결의 장으로 핵무기, 미사일 만들면 협조할 수 없다.

개혁개방, 평화공존원칙 협조하고 그러면 얼마든 지원하고. 나쁜 버릇은 응징하고 좋은 행동은 지원해야 한다. 합의해서 통일한 나라가 있나? 한 쪽 우위에서 흡수된다.

노회찬 : 남한 체제가 제3국으로부터 존립 위태로울 정도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미국 등으로부터 위협받는 것이 사실이다. 왜 남쪽에서 증강되는 군비예산은 말을 안하나.

북한이 남한만 상대하냐? 미국이 포위하는 마당에 확인되지도 않는 핵을 그렇게 말하면 기차 타고 역사 거꾸로 가는 것이다.

정형근: 북한 핵 개발은 엄연한 사실이다. 협정을 위반하기 때문에 미국이 경고하는 것이지, 가만있는 북한을 공격한다는 것은 지나친 발상이다. 당장 중국이 지원하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 위협받는 것은 우리다.

사회자: 상생이 화두인데, 진보가 보수에게, 보수가 진보에게 한 마디 하시죠.

노회찬 : 20년 전이라면 정 의원을 안기부 지하 취조실에서 만났을 지 모르는데 세상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냉탕이다. 물이 미지근해져 35도 되려면 더운물이 더 들어와야 한다.

아직 50% 되려면 한참 멀었다.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정 의원도 생각을 바꾸시길 바란다.

정형근 : 보수는 수구, 그런 게 아니다. 개인의 창의와 자유 늘리고, 간섭 줄이는 게 보수다. 진보도 시장주의 내 진보지, 민주노동당의 진보는 아니다. 왜 북한 따라하냐. 자유민주주의 안에서 얼마든지 상생정치 할 수 있다.

사회자: 시간 모자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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