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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의원이 꼭 읽어 보아야 할 책
실업이라는 유령과 우리 사회 노동유연화의 문제점을 다룬 '실업사회'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24 [13:42]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은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연일 거세져 갈때 '촛불시위 참가자들 중 일부는 실업자'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4.15총선에서 낙선해 자신이 '실업자'가 된 홍 의원이 열심히 읽어야 할 책이 한권 출간됐다. 

백수와 백조(20대 남녀 실업자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 삼팔선(38세 정년), 사오정(45세 정년)등이 유령처럼 지금 우리사회를 뒤덥고 있다.

<실업사회>(지은이 김만수 , 갈무리출판사)는 '실업'이라는 유령이 어떻게 한국사회를 배회하게 되고 계속 우리 곁에 머물게 됐는지를  알아보는 책이다.

이 책은 이 유령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서이면서도 만화, 게시판 글, 시, 도표 등을 섞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 문체로 쓰인 실업시대의 안내서다.

저자는 2004년도 ‘취업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사회는 정규직이 ‘비정규적’ 현상이 되고 오히려 비정규직이 사회의 ‘정규적’ 현상으로 되는 실업사회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총 자본에서 임금으로 지불하는 자본 부분의 상대적 감소가 실업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업이라는 유령이 어떻게 한국사회를 배회하게 되고 계속 우리 곁에 머물게 됐는지를 알아보는 책, 김만수 저.     ©갈무리 출판사
이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산업별(9개 산업) 자본구성과 취업자 수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것을 토대로 한국사회 전체 자본구성의 변화가 실업률과 맺는 연관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임금으로 지출되는 가변자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알 수 있다.

저자는 또, 실업사회를 “실업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온갖 형태의 불완전취업자들이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사회”로 정의한다.

실업사회에서는 사회의 소수만이 정규직에 취업하고 극소수만이 매우 높은 소득을 올리게 된다.

실업자와 빈곤층이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즉 그들이 증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업사회’이며 그것이 작동하는 기본원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원래 상태’로 복귀하여 다시 3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는 정부의 공식실업률 통계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 통계의 근거가 되는 취업과 실업의 개념을 설명하고, 우리나라 실업통계의 기준이 되는 국제적 표준정의와 선진국의 정의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 1주일에 한 시간만 일하면 취업자'가 되는 선진국과 국제적 표준정의는 실업자가 되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로 둔갑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이렇듯 실업률이 3%에 머무는 것은 실업률의 국제적인 통계기준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취업과 실업에 관한 국제적인 표준정의를 개발하기 위한 ILO의 50여 년에 걸친 국제회의와 노력은 현재 국제적 기준으로 통용되는 개념정의와 통계에서 취업개념은 대단히 넓게, 실업개념은 대단히 좁게 정의하는 결과를 낳았다.”(39쪽)는 것이다.

3%대의 공식실업률과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 ‘유례없는 취업전쟁’ 또는 ‘살인적인 취업한파’ 사이에 놓여있는 괴리를 통계의 필요성과 한계로 설명한 저자는, 민주노총 조사의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의 실질적인 실업률이 "최소한 두 자리 숫자일 것"이라고 암시한다.

저자는 실업률 증가경향에 맞서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책을 끝맺고 있다.

20대 80의 사회에서 20이 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80이 서로 힘을 합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업이 현대 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것의 궁극적 극복은 80의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 뒤의 부록에 ‘백수’와 ‘백조’의 생생한 경험담을 정리하여, 보통의 사회학 책들이 지니기 쉬운 추상적 개념들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읽는 재미를 더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홍사덕 의원은 자신이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이라크로 파병되는 군인들과 함께 '군속'으로 활동할 것으로 여겨져 선진국식실업통계에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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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24 [13: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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