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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파시즘
[칼럼] 갈림길에 선 한국정치, 민노당 투표로 민중의 정치적 힘 키워야
 
장상환   기사입력  2004/04/14 [00:23]

국회의원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죽은 표에 불과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습니다.

막연한 개혁의 이미지를 풍겼던 열린우리당이 정동영의장의 노인 비하발언으로 거품 지지가 꺼지는 위기에 몰리자 유시민의원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나선 것 같습니다.

유시민 의원의 발언은 '열린우리당 보안법'

유시민 의원의 논리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좋은 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시민의원은 자신의 이러한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면 한나라당만 유리하게 해준다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행태와 마찬가지로 바로 파시즘적인 것입니다. 과거에 박정희를 비판하면 긴급조치로 투옥하거나 북한이라는 적을 이롭게 한다고 국가보안법으로 투옥한 것과 본질적으로는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이란 정말로 무서운 것인가 봅니다. 대통령 직을 장악한 정당이 의회에서도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진보정당을 무력화시키려고까지 하는군요. 유시민의원은 과거에 자신이 당했던 일을 이제 남에게 하려 하는가요. 북한의 사정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것도 비판자들을 미제국주의를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용납하지 않은 결과 집권세력이 권력중독증에 빠진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구시대적인 보수정당일 뿐

유시민의원은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의석수를 다소 늘린다고 해도 열린우리당의 정책을 펴나가는데 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악용하여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데도 우리 사회는 쿠데타에 의한 권력 교체가 일어나기는커녕 헌법적 절차에 따라 사태를 수습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나라당은 구시대적인 정당으로서 지역주의에 기대서 잔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 더 이상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독재시대를 불러올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라크 파병 결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 등에서 호흡이 척척 맞았고, 이번 총선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같습니다. 당연히 서민복지는 말로 내세운 것과 달리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투표는 민중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것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과 같은 보수정당들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과 경제안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보수정당들의 특징은 선거때에만 유권자들에게 그럴 듯한 호소를 할 뿐 기본적으로는 직업적인 보수정치인들이 가진 자들의 정치자금에 의존해 가진 자들에게 봉사하는 정치를 펴는 것입니다.

지금 민주노동당에 투표하는 것은 현재의 민주노동당과 후보의 힘으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민 유권자 여러분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수백만 당원의 당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다수 노동자 농민, 빈민, 민중이 자신들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키워서 한국사회를 진정으로 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2002년 대선과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방송에도 출연하고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8.1%라는 예상외의 높은 지지를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지역구에서 다수 서민들의 표를 얻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 정치는 중대한 갈림길에

지금 한국정치는 중대한 갈림길에 있습니다. 사회복지가 형편없는 미국과 같은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사회복지 수준이 높은 유럽 각국과 같은 나라가 될 것인가 하는 방향이 결정되는 시점입니다. 미국의 복지체제가 취약한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보수양당 구도로 굳어진 때문입니다. 유럽의 높은 사회복지 수준은 노동자 서민들의 정당인 노동당과 사회당이 집권했거나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유권자 여러분들은 자신의 행복을 일차적 목표로 삼으십시오. 열린우리당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적자생존의 논리가 관철되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열린우리당에 투표하십시오.

민주노동당은 일차적으로 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사탕발린 말을 하지 않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겠다고 선언하고, 노동자들에게 기본권 보장, 농민들에게 식량자급목표 법제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전경련 경총 등 자본가단체들이 당연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가진 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어려운 사람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옆을 돌아보지 마시고 지역구 후보이건 비례대표 후보이건 민주노동당에 투표하십시오. 이런 분들이 열린우리당에 투표하는 것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될 뿐으로 그야말로 ‘죽은 표’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순간의 선택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합니다. 
 
* 필자는 경상대학교 교수이며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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