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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대통령 선거
[김영호 칼럼] 국민의 알 권리와 참정권 제한해도 논란이 없다
 
김영호   기사입력  2012/12/05 [15:34]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상하다. 유신독재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의 지지층이 철옹성마냥 견고하다. 1년 전에만 해도 정치참여를 극구 거부하던 문재인이 야권의 단일후보로 대선가도를 질주한다. 정치혐오-불신이 만들어낸 증후군이 안철수를 현실정치의 무대에 올렸지만 그는 중도에 맥없이 내려왔다. 하지만 박-문 양진영은 여전히 그의 입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역대 대선에서 최대의 쟁점은 정권심판론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아예 증발됐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고 정치권이 합창했는데 한 순간에 실종해 버렸다. 이 모두 이상하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란 후광이 그를 만들었다. 그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유신옹호론이 고개를 들었고 그는 5⁃16 쿠데타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그것은 40년만에 유신논쟁을 불붙었다. 정수장학회, 장준하 타살의혹, 인혁당 조작사건 등등 유신망령이 되살아나자 그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유신체제를 완강하게 옹호했던 그가 마지못해 사과의 뜻을 말했다. 험난한 난관이 그를 기다릴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순에 사라졌다. 박근혜의 지지층이 신앙적인 응집력을 과시하는 까닭이다.

노무현 정권의 2인자 문재인.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달라는 끈질긴 설득과 회유를 뿌리치던 그였다. 4-11 총선에서야 친노세력의 옹립으로 정치입문의 문을 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대권에 도전할 의지가 확고한지 의문이었다. 친노세력이 민주통합당을 접수하자마자 정치 초년생인 그가 당내 경쟁자들을 가볍게 제치고 하루아침에 유력한 대선주자로 우뚝 섰다. 야권후보로서 그와 백중세를 이루던 안철수의 전격적인 출마포기로 단일후보의 자리를 굳혔다. 이제는 박근혜와 그야말로 자웅을 겨눈다. 이 모두 1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났다.

안철수 증후군은 정치혐오가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이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이상적인 정치인상을 그렸고 안철수가 그 근사치로 포착됐다. 언론의 몫이 컸다. 언론은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앞 다퉈 그를 여론조사에 끌어내어 높은 지지율을 확인하곤 했다. 그는 남의 입을 빌리거나 애매한 표현으로 대권의 꿈을 말하곤 했다. 마침내 높은 지지율이 그를 현실정치로 끌어냈지만 그에게는 그 벽이 의외로 높았던 모양이다. 후보단일화 협상중도에 돌연 출마를 접고 표표히 떠났다. SNS에서 그에게 쏟아지는 욕설-비방을 뒤로 하고 말이다. 그에게 정치쇄신이란 희망을 걸었던 지지자들을 허망하게 만들고 말았다.

경제민주화가 선거판세를 결정할 기세였다. 저마다 전문가-교수들을 영입하여 전담기구를 꾸리고 쟁점을 선점하려고 서둘렀다. 재벌규제방안 몇 가지를 들고 재벌개혁을 외치는가 싶더니 경제민주화가 한 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사상최대의 빈부격차, 폭발위기의 가계부채,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 집값하락과 전세대란, 막중한 사교육비와 출산율 저하 등등 산적한 민생현안은 선거쟁점에서 밀려났다. 금년 경제성장률이 2%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불황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선거쟁점에서 밀려났다.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이 정동영을 532만 표차이로 압승했다. 노무현 심판론이 이명박의 그 숱한 허물을 덮어버리고 묻지마 투표가 이어졌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행태는 한마디로 구체제로의 복귀다. 촛불탄압, 방송장악, 민간사찰, 정치검찰, 악법 날치기, 남북대치, 전방위FTA 등등으로 표출된 강압통치-불통정치는 국민적 저항을 불렀다. ‘747공약’은 추락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키워야할 재원을 4대강 바닥에 낭비해 잠재성장력마저 약화시켰다. 고환율정책은 재벌을 더욱 살찌우고 서민대중에게는 생활고를 안겨줬다. 잇따른 친인척-측근비리에다 내곡동 땅, 맥쿼리 의혹, BBK 의혹 등등 비리의혹이 악취를 풍긴다. 하지만 이명박 심판론은 무풍지대에서 잠자는 형국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마침 미국 대통령선거가 TV토론의 위력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양자토론을 볼 수 없다. 공식토론회도 3차례의 3자토론에다 반론을 금지한 문답방식이다. 양자토론을 거부하는 박근혜는 그래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회구조의 복잡화로 투표시간 오전 6시~오후 6시에 근무하는 직종-직장이 많다. 대도시의 광역화로 출퇴근시간이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노동자들도 많다. 이런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데도 큰 논란이 없는 이상한 선거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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