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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06분의 고문 지켜본 대선주자들의 반응
 
김효은   기사입력  2012/11/13 [18:07]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민청학련 고문 사건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했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비롯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 여야 정치인 2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시사회장으로 입장하는 문 후보의 발걸음은 다소 무거워보였다. 그는 "조금 걱정된다.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 시절을 살았고, 그렇게 맞은 적도 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관 좌석에는 함세웅 신부, 이정희 후보, 고 김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의원,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 순으로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조명이 어두워지자마자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영화에 몰입했다.

고 김 상임고문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폭행과 구타, 물고문, 전기고문을 차례로 당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106분의 시간.

고문의 강도가 거세질 때마다 관중석에서 탄식과 함께 흐느낌이 흘러나왔고, 대선 주자들의 표정도 먹빛으로 변해갔다.

영화를 보고 나온 문 후보의 눈시울은 붉어져있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 문 후보는 "예상은 했지만 정말 참 보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바로 옆자리에 인재근 의원님이 계셨는데 참 마음이 저렸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어 "저도 경찰에 4번 정도 붙잡혀간 적이 있다.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 그런데 그게 불과 20여년 전 일"이라며 "아직까지 민주주의가 취약하고, 우리에게 민주주의나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얼마나 잘 가꿔가야 하는 것인지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까마득한 옛날이 아니라 불과 27년 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은 우리가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세 시들어버린다. 이 영화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영화"라고 거듭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영화관람 내내 울먹거렸던 듯 침통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굳게 닫힌 입을 열면서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우리 삶의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었고 그 분들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말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또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며 "미래를 향하는, 상식이 통하는, 국민이 이기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영화 시사회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 이후 6일 만에 만나는 자리였던 만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두 후보는 시사회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나 짧게 환담을 나눴다. 안 후보가 "부산대 강연을 하고 조금 전에 서울에 도착했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오늘도 잘 됐느냐. 워낙 대학강연 인기가 많으시니까"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특히 안 후보는 "강연에서 농담도 했다"며 "항간의 소문이 문 후보와 제가 같은 캠프 출신이라고 하는데 들어보셨나고 하더라. 대답이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였는데 맞춘 사람이 없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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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1/13 [18: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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