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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과 쇄신, 두마리 토끼 노린 文…安과 진검승부 시작?
문 후보, '광주선언' 파격적인 행보 택해
 
조은정   기사입력  2012/10/29 [13:49]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호남'과 '정치쇄신'이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데다 당 밖에서는 안 후보로부터 지속적인 정치 쇄신 요구를 받아 자칫 상대의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 가지 약점과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문 후보는 '광주선언'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택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정치 쇄신을 이끌겠다는 선언으로 기울어지는 호남 민심을 다잡고, 정치 개혁 의제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문 후보의 '멍군'인 셈이다.

문 후보는 2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심장부였던 금남로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실망이 민주당이 호남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정치 혁신을 통한 위기 타파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지역정치 공천을 국회의원들이 좌지우지하다보니 '리모컨 자치'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호남에서 국회의원 공천권뿐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권까지 돌려드리는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인재 영입을 통해 문턱을 낮춰 차세대 정치 주역을 양성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문 후보는 이날 '광주선언'에서 국회의원 정원 감축, 중앙당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안 후보의 개혁안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잖은 표현을 썼던 과거와는 달리 문 후보는 정당 정치의 복원에 방점을 찍으며 안 후보를 구체적으로 공격했다.

문 후보는 "정치 영역을 축소하고 정당의 기능을 줄이면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견제하는 힘이 약해진다"며 "돈과 자본, 재벌, 이익집단 등 시장권력을 견제하는 힘이 약해져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도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수를 줄이고 중앙당을 약화시키면 정당의 정책기능이 약화되고 의원 개개인의 특권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면서 "소외된 지역과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며 안 후보에게 정치개혁안에 대한 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안 후보의 '대통령 임명직 10분의 1축소' 구상도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관료와 상층 엘리트의 기득권만을 강화시켜 기득권 재생산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각을 세웠다.

자신을 '호남에 빚진 자'로 표현한 문 후보는 "호남의 헌신·희생으로 오늘의 민주당이 존재한다", "호남이 더 이상 차별과 소외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몸을 한껏 낮추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호남에서 정치개혁 의제를 두고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문 후보의 선언에 대해 안 후보는 일단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연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 후보가 국민에게 드리는 정치쇄신안에 대한 제안으로 이러한 노력이 각 후보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누리당도 곧 정치 쇄신 약속을 해 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3자가 모여 정치쇄신안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와의 양자 회동이나 상호 토론에는 일정 선을 그으면서 새누리당을 포함한 3자 회동을 강조한 것이다.

정 대변인은 문 후보가 비판한 청와대 임명직 축소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소위 공직 나눠먹기 식으로 비쳐질 수 있는 우려에 대해 투명한 인사 시스템과 국민의 견제,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안 후보 측은 이번주부터 정치 개혁안에 대해 자체적인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고 이를 종합해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문 후보와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29일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청년 유니온 등이 공동 개최하는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제도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날 토론회는 정치개혁이 야권의 화두로 부상한 이후 양 측 핵심 인사의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자리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도 참석하는 만큼 양자간 토론은 아니다"며 단일화 논의로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치 개혁에 대한 논쟁을 불붙여 단일화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문 후보와 당분간 독자 행보를 이어가려는 안 후보간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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