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가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를 하였다 하여 말들이 많습니다.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와 큰 차이가 아닌 겨우 0.6%의 근소한 차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표 차이는 2만여 표.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가 받은 표가 3.3%로 14만여표가 되니 단일화되었으면 이 표의 일부가 한명숙 후보에게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아쉬움은 이해가 갑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한명숙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랐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진보개혁 진영이 하나가 되어 저 무도한 한나라당을 이기고 승리하기를 바랐던 사람 중의 하나이기에 그 아쉬움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진보신당과 왜 하나가 되지 못했는지를 한명숙 후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전가하는 모습 속에서 보게 되는 것이 더 안타깝습니다. 진보신당은 대한민국의 공당입니다.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선거에 후보를 내고 그들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지를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당의 행위를 두고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공당으로서의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입니다.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는 그렇게 해서 3.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대자보>에 보니 노회찬 후보에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길 권하는 이태경 님의 글이 있더군요. 그러나 그렇게 자문을 권하기 전에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투표를 한 3.3%가 그것은 이야기해주고 있지 않나요? 단일화해서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도 좋지만, 합리성,상식, 정상성, 공정성, 이성의 가치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사회적 연대, 공공성, 소수자들의 보호, 생태, 보편적 복지의 가치를 우선하여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투표를 한 3.3%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어떠한 가치가 어떠한 가치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니 그것을 포기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니들이 그것을 포기하지 않아서 선거에 졌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그 어떠한 가치보다 저 어떠한 가치를 중히 여겨 선택한 이들을 무시한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 운동 막바지인 지난 5월 30일에 경기도지사 단일후보인 유시민 후보께서 제가 사는 동네로 유세를 오셨습니다. 그날 연설 중에 유시민 후보께서 진보의 미래가 어떠해야 되는가를 노무현 대통령께 물으셨다고 하더군요. 그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진보의 미래는 배려와 연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배려와 연대, 배려는 연대를 하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서로가 자신들의 가치만이 옳다고만 한다면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려 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저들이 가진 저 가치들을 배려하고 존중했으며, 그 가치를 우리 안에서 함께 하려고 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3.3%가 선택한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배려했는지, 하고자 했는지를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모습에서 저는 그러한 배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치도 그 나름대로 소중하지만 그것보다는 이거, 이거, 이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모습 속에서 전 연대를 위한 배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3.3%의 지지를 얻은 이들에게 당신들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모습에서 저는 배려란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러하기에 그들은 연대보다는, 단일화 보다는 저들 혼자서의 완주를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요? 다시 한번 저는 유시민 후보께서 노무현 대통령께 들으셨다는 말씀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진보의 미래란 배려와 연대에 있다. 우리는 연대하기 위해 상대방의 가치를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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