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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 '배려와 연대'에 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노회찬에 책임 전가, 배려와 연대 모습 안 보여
 
정근   기사입력  2010/06/05 [20:49]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가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를 하였다 하여 말들이 많습니다.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와 큰 차이가 아닌 겨우 0.6%의 근소한 차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표 차이는 2만여 표.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가 받은 표가 3.3%로 14만여표가 되니 단일화되었으면 이 표의 일부가 한명숙 후보에게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아쉬움은 이해가 갑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한명숙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랐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진보개혁 진영이 하나가 되어 저 무도한 한나라당을 이기고 승리하기를 바랐던 사람 중의 하나이기에 그 아쉬움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진보신당과 왜 하나가 되지 못했는지를 한명숙 후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전가하는 모습 속에서 보게 되는 것이 더 안타깝습니다.
 
진보신당은 대한민국의 공당입니다.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선거에 후보를 내고 그들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지를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당의 행위를 두고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공당으로서의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입니다.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는 그렇게 해서 3.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대자보>에 보니 노회찬 후보에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길 권하는 이태경 님의 글이 있더군요.
 
그러나 그렇게 자문을 권하기 전에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투표를 한 3.3%가 그것은 이야기해주고 있지 않나요? 단일화해서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도 좋지만, 합리성,상식, 정상성, 공정성, 이성의 가치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사회적 연대, 공공성, 소수자들의 보호, 생태, 보편적 복지의 가치를 우선하여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투표를 한 3.3%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어떠한 가치가 어떠한 가치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니 그것을 포기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니들이 그것을 포기하지 않아서 선거에 졌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그 어떠한 가치보다 저 어떠한 가치를 중히 여겨 선택한 이들을 무시한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 운동 막바지인 지난 5월 30일에 경기도지사 단일후보인 유시민 후보께서 제가 사는 동네로 유세를 오셨습니다. 그날 연설 중에 유시민 후보께서 진보의 미래가 어떠해야 되는가를 노무현 대통령께 물으셨다고 하더군요. 그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진보의 미래는 배려와 연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배려와 연대, 배려는 연대를 하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서로가 자신들의 가치만이 옳다고만 한다면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려 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저들이 가진 저 가치들을 배려하고 존중했으며, 그 가치를 우리 안에서 함께 하려고 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3.3%가 선택한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배려했는지, 하고자 했는지를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모습에서 저는 그러한 배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치도 그 나름대로 소중하지만 그것보다는 이거, 이거, 이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모습 속에서 전 연대를 위한 배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3.3%의 지지를 얻은 이들에게 당신들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모습에서 저는 배려란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러하기에 그들은 연대보다는, 단일화 보다는 저들 혼자서의 완주를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요? 다시 한번 저는 유시민 후보께서 노무현 대통령께 들으셨다는 말씀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진보의 미래란 배려와 연대에 있다. 우리는 연대하기 위해 상대방의 가치를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했습니까?
 
황처사가 그러더군. 양반은 권력뒤에 숨고, 광대는 탈 뒤에 숨고, 칼잽이는 칼뒤에 숨는다고 난 그게 싫더라고-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바라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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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05 [20: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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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참. 2010/06/07 [11:12] 수정 | 삭제
  • 본 글에서 얘기하는 배려란 '최소한 니 탓이라며 욕질은 하지 말자'는 건데요.

    진보신당이 언제 민주당한테 가서 니네 표 나한테 내놓으라고 욕질한 적 있나요?

    애초부터 '입장차가 너무 크고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전혀 별개의 정당이다.'라고 하지 않았나요? (노무현 유시민 스스로도)

    지향점이 다르면 서로 다른 가치와 지향점을 걸고 선거에 나갈 권리가 당연히 있는 겁니다. 심지어 MB도 이 권리는 부정하지 못합니다. 오직 반MB 내걸고 폭력을 행사하고 다니는 사람들만 부정하더군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마 이런 표현, 논리적으로 진보신당을 비판할 근거는 대기 힘드나, 아쉬워서 욕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상투적인 얘기의 점잖은 버전 같은데, 이명박식의 독선과 오만에 젖어있는 당신 자신의 마음부터 들여다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 독자 2010/06/07 [10:52] 수정 | 삭제
  • 필자는 '배려와 연대'라는 말을 차용하여 노회찬의 정치, 진보신당의 정치를 변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글의 문제는 '배려와 연대'를 진보신당과 노회찬의 정치를 방어하기 위한 일방향적 주장만을 담고 있어 설득력이 반감되죠.

    본글 필자가 노회찬과 진보신당을 위한 배려와 연대를 주장하는 만큼 반MB연합을 위한 '연대'와 '배려'에도 진보신당과 노회찬 후보가 신경을 써주었어야죠. 노회찬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바로 노회찬이 범야권 연합에 대한 '배려와 연대'가 없었다는 푸념으로 치환하여 이해할 수도 있지요.

    사실 범야권의 반MB연대에도 문제가 있고, 노회찬의 단독질주에도 일리가 있는 면도 있어 어느 일방의 주장이 확실히 옳다고 단정하기는 힘든 복잡한 상황이지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비난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본인의 업으로 본인이 감수해야 할 몫이라 봅니다.
  • 이거참.. 2010/06/06 [22:54] 수정 | 삭제
  • 유시민은 진보가 아닌데 진보라고 인식되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보아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유시민이 진보가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그렇게 자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욕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요.

    전체적인 논지에는 동의하지만, 진보신당이 유시민을 밀지 않는 것은 [진보의 분열]이 아닙니다. 노회찬이 한명숙을 돕지 않고 독자 완주를 한 것도 당연히 [진보의 분열]이 아니죠.

    단지 단어를 트집잡는 꼬투리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진보의 개념, 진보세력의 설정 문제가 매우 중대하며, 향후 10-20년 안에 결정될 (그보다 더 오랜 기간을 지배할) 우리 사회의 방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냥 야당인 민주당에 '진보'의 색깔을 입힌 장본인인 노무현과 유시민 스스로 보수임을 자처합니다. 다시 말하면 전체 평균이 보수고 두목들 중에 어쩔 수 없이 현실과 조율해나가는 고뇌하는 현실적 진보가 아니라는 얘기죠. (그 이미지가 어떻게 덧칠이 되었는지,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고)

    역사적으로 보면 보수 양당제 하에서 진보 세력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보수 양당 중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고 보이는) 그룹에게 비판적 지지 등의 경로를 통해 인물, 정책, 이미지까지 제공하면서 서서히 고사되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진보진영의 힘이 강할수록 인물, 정책이 상대적으로 많이 흡수되고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인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사회는 좀더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한 착시 현상이 나타납니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노무현 정권 때의 일이라고 보고요.

    그러나 그런 착시현상 속에서 좀더 '현실적'이어 보이는 보수야당 지지가 사실은 진보진영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하게 만들고 동력을 소진하여 전망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예컨대 FTA를 극렬히 찬성하는 한명숙 총리를 지지하는 민노당이 FTA를 과연 격렬하게 반대할 수 있을까 하는 점 같은 게 있겠죠.

    ** 구체적인 역학 관계는 묘사할 수가 없습니다만, 노무현이 잘됐기 때문에 민노당도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봐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실 두 경우 모두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몰려다닌다는 생각이 전제되어있는데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거죠) **

    지금 민노당이 보이는 민주당과의 밀월 관계는 강기갑의 말 그대로 '팔을 자르고 혀를 자르는' 심정으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적어도 공당으로서 강령 정책 지향성의 거의 전부를 자기부정하고 말았으니까 .. 이 득실 관계는 민노당이 알아서 할 것이고요.

    어쨋거나 거의 마지막 남은 진보진영의 자산이 3% 정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3%만큼 사회를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끌어당길려고 하겠지만 글쎄요...

    얘기가 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는 것은 보수 양당제가 거의 10년 전 수준으로 다시 강화되었고, 그 속에서 진보 정치 세력은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민노당은 민노당대로, 진보신당은 진보신당대로 곤란한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곤란함을 불러오는 가장 큰 이유가 보수 야당(내의 개혁적 부분)과 진보에 대한 착시 현상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만약 동의하신다면 이 점은 좀 구분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