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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배고파 벽지를 뜯어 먹은 적이 있습니까?
[논단] 부자는 감세, 4대강 위해 사회복지예산마저 토끼 꼬리로 만들다니
 
이훈희   기사입력  2009/07/15 [20:56]
인터넷에 나도는 유머 중 하나다. IQ 80만이 가능한 대답이라고 한다. ‘산토끼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답은 ‘죽은 토끼’다. 유머치고는 썰렁하다. 순간적으로 10여년 전 일이 떠올랐다.
 
대전에서 지인과 소주 몇 잔을 나누고 있을 즈음 시킨 안주가 탁자에 놓였다. 산 낙지였다. 처음 먹어보는 안주라 맛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대뜸 든 생각이 ‘낙지가 바다가 아니라 산에 살기도 하는구나’라는 것.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이 낙지는 어느 산에서 잡은 것이지요?”
 
뒷 이야기는 설명 안 해도 짐작할 듯 싶다. 지인은 그렇게 썰렁한 유머는 처음 들었다고 핀잔을 주고, 아주머니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훗날 시장에서 ‘기절 낙지’를 보았을 때도 나는 낙지를 기절시켜 파는 줄 알았으니 내 IQ는 아마도 80이 아닐까.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
 
요즘 유명한 연예인 중에 MC몽이 있다. 전직이 가수라는데 쇼 프로에 얼굴을 많이 비춘다. 최근 한 방송에서 MC몽을 비롯한 출연 연예인을 상대로 의사가 IQ 테스트를 했는데, MC몽은 IQ 86으로 나타났다. ‘음악 천재’란 타이틀이 있는 가수 출신 연예인은 IQ가 80이었다. 이에 MC몽은 “나는 고급 DNA 소유자임이 분명하다”고 자부했다. IQ와 DNA가 다르단 생각일 수 있다.
 
1990년대부터 과학계에서 DNA와 IQ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를 테면,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작한 3부모 배아로 후손들의 지능과 수명을 극대화하고 질병에 걸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온 상태다.
 
반면,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로 최상급의 IQ를 보유한 사람들은 대개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만약 MC몽이 대표적인 사례라 간주한다면, DNA와 IQ 연구는 모두 폐기처분될 운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IQ가 낮다고 해도 신체적으로 우수하고 사회 생활 모든 면에서 최고의 장점을 선보이는 사람이 아닌가. 이 정도면 DNA가 고급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 IQ는 지난 대선 때 후보로 나와 잠깐 인기를 모았던 허경영 씨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그는 IQ 400 이상이라고 선전하면서 대중들을 현혹시켰다. 이어 그 좋은 머리(?)로 숫한 거짓말을 창조한 죄로 구속까지 됐다.
 
통계적으로 봐도 좋은 대학, 좋은 과에 들어간 우수 인재들이 죄를 지어 구속되는 일이 더 많다. 이들은 혹시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진 걸까?
 
못 먹어서 장애가 발생해...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비타민과 미네랄 결핍을 겪고 있으며, 특히 요오드 결핍으로 개도국 국민의 IQ가 최고 15% 포인트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혹은 산모들이 요오드 결핍증에 걸려 있어 IQ가 80정도 밖에 안 되는 신생아를 낳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요오드는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성장기의 발육을 촉진하는 중요한 미네랄로서 하루 필요량은 0.15g이다. 양배추나 미역 등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음식을 섭취 못해서 IQ가 낮아진다니 참 답답한 일이다. 또 개도국의 시각 장애인 대부분이 비타민 A 결핍의 결과라고 하니 더욱 개탄할 노릇이다. 결국 못 먹어서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장애를 겪게 된다는 말이다.
 
IQ가 비과학적인 개념이란 건 둘째로 치고, 이 비과학적 개념이 가난한 사람들이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장애를 겪는 이유가 영양실조라는 걸 역설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토끼 꼬리만한 사회복지예산
 
우리 속담에 ‘토끼 꼬리만 하다’가 있다. 그만큼 짧다는 표현이다. 이 속담의 예문으로 쓸만 한 게 ‘이명박 정권의 사회복지 예산은 토끼 꼬리만 하다’이다. 얼마나 짧은지 올해 장애인들은 숫제 꼬리조차 만져보지 못했다.
 
게다가 부자와 재벌만을 위한 감세정책과 4대 강 등 건설산업에 편중된 예산을 위해 사회복지예산이 지방교부세로 편입될 예정이어서 이제는 ‘토끼만한 사회복지예산이라도 있었다’라는 전설 따라 3천리가 될 운명이다. ‘우는 아이 밥 더 준다’는 속담도 벌써 옛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결식아동 무상급식 예산마저 삭감했다.
 
배가 고파서 벽지를 뜯어 먹었다는 한 시설 장애인이 있다. 그가 올해 초 사회에 나와 한 말은 “이명박 대통령은 배가 고파서 벽지를 찢어 먹은 적이 있냐?”는 질문. 이 대통령은 워낙 반말을 잘하기로 입소문이 났기에 이렇게 대답할지 모른다. ‘없어. 그래서 날더러 벽지를 뜯어 먹어보란 말인가.’
 
뭘 어쩌라는 건 아니다. MC몽이야 잘 먹어도 IQ 86이지만 못 먹어서 IQ 떨어지고, 시설에 갇혀 살아서 사회성 잃은 비인간이 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되어 장애가 더욱 악화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사회복지예산마저 토끼 꼬리로 만들 이유가 있냐는 질문이다.
 
나 같은 IQ 80도 쉽게 이해하는 이 질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로 벽지를 인쇄할 때 쓰는 잉크와 광택제, 도배시 사용하는 합성물질에서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었는데 이 물질은 신경계에 손상을 준다.
 
복지예산 늘릴 생각 없으면, 벽지를 뜯어먹어야 할 정도로 배가 고픈 장애인을 위해 이 대통령이 벽지 회사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벽지’를 생산하라고 전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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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15 [20: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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