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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비슷한 역사문화, 아일랜드의 매력을 보라
[책동네] 인문과 자연지리가 결합된 <이승호 교수의 아일랜드 여행지도>
 
황진태   기사입력  2007/09/08 [09:47]
건국대 지리학과 이승호 교수는 기후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자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승호 교수의 아일랜드 여행 지도>는 저자가 연구년으로 1년 동안 아일랜드에 머물면서 답사했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변덕스런 아일랜드 날씨가 기후를 공부하는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보았다.
 
아일랜드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IRA, 감자기근 혹은 버젓이 주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맑스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전복을 노렸던 엥겔스조차도 19세기말 청년시절에 썼던 도시연구의 명저, <영국노동자 계급의 상태>에서 산업도시 맨체스터 노동자들의 빈약한 복지상태가 영국으로 유입된 아이리시 때문이라는 인종적 편견을 드러냈던 것을 상기한다면 19세기를 훌쩍 넘어 21세기에도 여전히 아일랜드에 대해서 협소한 지식과 편견으로 가득 찼으니 선입견이란 참으로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건국대 이승호 교수가 아일랜드의 인문 자연지리적 관점을 재구성해 만든 <아일랜드 여행지도>     © 푸른길, 2007
이승호 교수 또한 일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아이리시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까 걱정했었지만 그러한 한계를 인정하고서 아이리시와 대화를 나누고, 답사를 가더라도 수차례 가면서 기존 문헌에 나온 불확실함을 확실함으로 바꾸면서 이를 보완코자 했다.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의례 자연지리에 강한 학자인 만큼 아일랜드의 기후와 자연지형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지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문헌에나 나오는 각종 빙하지형들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그런데 본서에서는 자연 지형과 더불어 아일랜드의 인문지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책의 거의 절반을 할애하는 노력을 했다.

갖가지 아름다운 경관사진과 함께 호흡하는 산문체는 여느 수필가의 매끄러운 문체처럼 수월하게 읽힌다. 이는 지리학에 대해서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일반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문턱을 낮춰서 다가갈 것이다. 지리학도들에게도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권곡, 드럼린, 에스커 등의 빙하지형을 생생한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공함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자연지리와 인문지리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겹쳐지는 것은 본래 지리학이 추구해야할 방향이다. 가령 본문 중에 아일랜드 도로는 한국에 비하면 노면이 상당히 거칠다고 하는데 이는 아일랜드가 소낙성 강수가 많아서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문지리와 자연지리의 경계가 모호하다. 한국의 지리학이 자연지리와 인문지리가 양분되고 벽이 쌓여져 상호 소통이 희박한 점에서 앞으로 고민해보아야 한 사항이리라.
 
"멀리서 바라보는 산의 선은 성숙한 여자의 가슴처럼 부드러운 곡선이다. 아일랜드의 산은 우리의 산과는 다른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산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면, 아일랜드의 산은 멀리서 볼 때 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31~32쪽)
 
저자는 본서에서 자연경관과 역사에서 아일랜드와 한국의 공통점을 자주 언급해서 책을 읽는 필자 또한 아일랜드가 기존의 편견의 이격이 훨씬 좁혀진 느낌이다. 기회가 되어 아일랜드를 가게 된다면 본서를 갖고서 답사를 가고 싶다. 아일랜드와 한국의 미묘한 차이를 알고 싶은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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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08 [09: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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