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시사저널> 정신이 살아있는, 매체 만들겠다”
시사저널 전기자들, 폐쇄 6개월만에 개인 짐 옮겨, 시사모 적극후원 약속
 
박철홍   기사입력  2007/07/08 [19:43]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관련한 기사 삭제로 인해 작년 6월부터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1년이 넘도록 투쟁해왔던 <시사저널> 파업기자 전원은 지난달 25일 노동조합 총회에서 파업 기자 전원 집단 사퇴 결의를 했고, 이어서 지난달 26일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번 <시사저널> 사태는 자본권력에 의한 편집권 침해로 인해 한국의 언론지형에서 언론의 자유와 신뢰도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입을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재벌이나 광고주에 의한 언론장악력이 갈수록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언론계의 대오각성과 성찰이 절실한 때이다.

▲시사저널 전 기자들은 7일 오전 서울 서대문 청양빌딩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개인 짐을 정리하고 옮겼다.     © 박철홍
 
<시사저널> 노조 집행부가 사측에 파업기자 22명의 사표를 제출했던 6일, 편집국 소속의 비기자직 및 비정규직 6명도 함께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시사저널> 전 기자들은 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대문 청양빌딩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개인 짐을 뺐다.
 
이들은 지난 1월 22일 회사측의 직장 폐쇄 조치로 인해 편집국 출입이 금지되어서 6개월 가까이 개인 사물들을 챙길 수 없었다.

▲시사저널 전 기자들은 회사의 직장 폐쇄 조치로 6개월 가까이 편집국에 출입할 수 없었고, 기자들에게 온 우편물들이 7일 우편함에 쌓여있었다.     © 박철홍
 
이 날 오전 편집국에서 개인 짐을 정리하는 <시사저널> 전 기자들은 지난 사측과의 결별 기자회견 모습때와는 달리 한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이들은 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이하 시사기자단, www.sisaj.com) 출범을 알리면서 새매체 창간 선포식에 독립언론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이후 사흘 동안 성금이 5일 현재(오후 4시) 2억 2천 8백만원이 모아졌다.
 
또한 약정서를 통해 정기 구독과 투자 의향을 밝힌 액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고, 시사기자단의 오는 9월 창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마지막 개인 짐을 챙기며 편집국을 떠나는 기자들의 표정은 편집권 수호투쟁에서 겪었던 마음고생을 홀가분하게 덜어낸 것처럼 보였다. 

▲노순동 시사기자단 기자는 “그동안 편집국 사무실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소중한 공간이었다”고 회고하면서 개인 짐을 정리했다.    © 박철홍
 
“새매체, 사회적 약자에 관심 더 많이 가질 것”
 
문정우 시사기자단 단장은 “창간 때부터 있었는데 이제 짐을 정리하면서 결별이 실감난다”며 “항상 아침에 여기로 와서 모든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어느 날 아침 송두리째 날아가서 계속 상실감이 있었는데, 6개월여 만에 다시 오니까 상실감이 다시 살아난다”고 말했다.
 
▲문정우 시사기자단 단장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 박철홍

문 단장은 “신매체를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 연구하고 있는데, 지금 언론의 기본이 너무 무너져있는데, 이 기본을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정우 시사기자단 단장     © 박철홍
특히 문 단장은 “편집국의 기자들은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독자와 뉴스 밸류(Value)만 생각하면서, 그것만 염두해두며 편집기획안을 마련해두고 이에 따라 자유롭게 취재를 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체제가 기본”이라며 “경영인들이 세워 둔 테두리 안에서 뉴스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뉴스 밸류에 대해서 논의하며 거기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문 단장은 “이성적으로 뉴스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어떤 요인들이 그 이성적으로 굴복할 수 있는 체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편집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며 사장이라도 합리적 편집안을 내놓고, 그래서 서로 논의를 해서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단장은 “요즘 양극화되면서 소득이나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데 있어서 약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묻혀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사회적 약자가 되어보았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신문사가 아니라 <시사저널> 제호를 사랑했던 것”
 
“우리가 그동안 1년 넘게 투쟁해온 것은 밥벌이 보다는 <시사저널>이라는 제호 매체 때문에 그랬던 거예요.. <시사저널>을 지키며 독자들에게 돌아가서 바른 기사를 써야겠다는 일념하에 시사저널을 사랑했던 것이지 독립신문사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백승기 시사기자단 기자는 편집국에서 개인 짐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소회를 털어놨다. 1989년 창간호부터 3개월에 한 묶음씩 각 통권으로 계속 엮어 18년간 모아왔던 백 기자는 지난 결별식에 왔을때는 비통한 심정이 들었으며 정든 곳을 떠난다고 하니 정말 힘들었지만 사측과 같이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홀가분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백승기 시사기자단 기자는 사비를 들여 1989년 창간호부터 18년동안 3개월에 한묶음씩 <시사저널>을 계속 엮어 통권으로 제본해 보관해왔다.     © 박철홍
 
백 기자는 만 16년 하루동안 <시사저널>에서 근무했다. 그는 “대우보다는 우리 매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쓸 수 있었다”며 “우리가 팩트(fact)를 확인하고 사실에 입각해서 쓸 것은 쓰고, 편집권을 오롯이 가지고 <시사저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 기자는 모든 기자가 자신의 영역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직장으로 생각했고, 또 <시사저널>에서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그래서 백 기자는 창간호부터 발간된 <시사저널>을 소중히 모으고 사비를 들여 1년마다 한번씩 제본을 했다. 이렇게 해서 통권에 담긴 <시사저널>들은 백 기자에게 그가 일해 왔던 것의 역사이자 그의 개인 기록물이기도 하다.
 
통권으로 제본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백 기자는 “그전에는 집에서 갖고 있다가 물론 회사에도 자료실이 있지만 이것을 내 후배들도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회사에 풀어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회사에 <시사저널> 통권을 갖다 놓은 지 6개월도 안되어 <시사저널> 사태가 일어났다.
 
<시사저널>을 1000호까지 만들고 나가는 것이 백 기자의 소망이었다. 그는 “마지막 1000호를 만들기 1~2년 전에는 선배일지라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나도 기자로 현장에 나가서 후배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면서 현장에서 끝을 내고 회사를 떠나겠다는 야무진 생각이 있었다”며 “그런데 결국 현장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00호도 못만들게 되었다”면서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어차피 뜻이 같지 않고 목적하는 지향점이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며 “우리들이 회사를 나온 이유는 이 회사에 있음으로써 그동안 18년간 <시사저널>의 전통이 유지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비록 제호는 다를지라도 <시사저널>의 정신이 살아있는, 그렇지만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컨텐츠를 가지고 새로운 매체를 만들 때가 되었다”며 “그것이 어려운 일이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18년 역사 이렇게 묻고 가니 가슴아프지만...”

5층 편집국에서 취재수첩을 고스란히 정리하고 있던 김은남 시사기자단 기자(전 <시사저널> 노조 사무국장)의 책상위에는 <시사저널> 교정 및 교열을 위한 실무편람도 눈에 띄었다.
 
▲<우리 글 바르게 잘 쓰기>, 시사저널 교정 및 교열을 위한 실무편람     © 박철홍

김 기자는 “입사한 지 13년이 되었는데 이를 정리하니 담담하고, 취재수첩을 보니 옛날 생각도 든다”며 “직장폐쇄 때에도 언젠가 내가 여기로 다시 돌아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은남 시사기자단 기자가 개인 짐을 정리하고 있다.     © 박철홍

사측이 직장폐쇄 통보를 했던 당일 시사저널 기자들은 MT를 가는 도중이었고, 갑작스런 직장폐쇄 통보를 받았던 터라 짐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김 기자는 “지금에 와서야 정리를 하게 된다”며 “18년 역사를 이렇게 묻고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아프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김 기자는 “금창태 사장은 취임하면서 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편집에 관여하고, 편집국장까지 제껴버리며 본인이 직접 개입해 결국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오는 9월 취재수첩을 다시 펼치게 되면 홈에버 등을 비롯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주진우 시사기자단 기자는 “8-9년째 아침에 출근하던 길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되돌아오니 기분이 착잡하다”며 “그동안 <시사저널>에 대한 자부심도 컸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주진우 시사기자단 기자     © 박철홍
 
그는 “지금껏 취재하고 글을 쓰면서 너무 쉽게 생활하지 않았나라는 자기 고민과 성찰을 해본다”면서 “사회의 악이나, 또는 있어서는 안될 <시사저널>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고 좀더 열심히 비판적인 안목으로 기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날 편집국에서 개인 사물을 정리한 시사기자단 기자들은 오는 9월 새 매체 창간을 통해 탐사보도와 전문보도의 참 언론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 안은주 기자의 책상위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편집권 수호 띠가 붙어있다.     © 박철홍

“정기구독 예약운동, 신매체 창간에 중요한 밑거름”
 
한편,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는 7일 오후 5시 서울 정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오프모임을 열고 시사모의 방향 전환과 미래 전망, 신매체 창간에 호응하는 독자 운동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사모는 “이날 모임은 시사모의 큰 변화를 논하는 의미있는 자리이고, 시사모에도 정리와 새 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난 발걸음을 마무리짓고, 독립언론의 새 길에 함께 할 방도들을 의논할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형근 시사모 부회장은 <대자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매체가 정체성을 지키며 잘 되기를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을 벌였다”며 “여기에는 ‘서로 윈윈하자’는 취지가 있었는데 <시사저널> 사측에서 업무방해,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고소하리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의 고소와 관련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을때, 최소한의 상식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한의 상식을 검찰이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결국 여론의 힘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중요한 것은 무혐의 결정이 기쁘고 당연하다는 것 보다는, 여론의 집결과 참언론을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해서 새 매체가 창간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새 매체는 <시사저널>이 가졌던 깊이 있는 사실에 대한 추구와 더불어 독자 세대층을 외연적으로 아래로 더 넓혀 젊은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향후 시사모의 전망과 관련해, 그는 “오늘(7일) 오프라인 모임에서 논의된 사항을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온라인상에서 토론도 할 것”이라며 “시사모 자체는 해산을 하고 지금 현재로는 가칭 ‘참언론실천독자단’을 제안하며, 기존 시사모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제일 중요한 일로 ‘정기구독 예약운동’을 먼저 할 것이고, 이는 현재로서 신매체 창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밖에도 투자, 약정 등 시사기자단에 대한 후원도 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언론지형에서 신매체 창간의 의의를 설명하고 정기독자로서 참여해주기를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포터즈가 미미 발족되었는데 이를 확장시켜 나아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서포터즈에는 독자들과 기존 시사모 회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사모 오프모임에는 <시사저널> 사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해서 무혐의 결정을 받은 시사모 회원들도 함께 참석했고, 이들은 시사모 회원들과 함께 시사기자단의 신매체가 참언론으로 성공적으로 창간될 수 있도록 시사기자단에 대한 아낌없는 봉사와 기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매체 창간 후원금 계좌 : 국민은행 832102-04-095740 (예금주 유옥경)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7/08 [19:4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