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글자 하나만을 말하고 싶다. 박근혜는 '한미FTA만 빼고 다 바꾸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한미FTA만 빼고 다 바뀌겠다'라고 말해야 맞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은가? 한미FTA가 무엇인가? 이 땅의 모든 것을 통째로 '다 바꾸겠다'는 것이 아닌가? 박근혜는 노무현의 한미FTA만큼은 그대로 자신이 끌어안겠다고 했다. 박근혜가 한미FTA를 끌어안는 순간, 이미 모든 것은 다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박근혜가 아닌 노무현의 공로로 보아야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노무현의 공로를 가로채겠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물론, 여기에서의 '공로'라는 표현은 한미FTA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쪽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한미FTA를 원하지 않는 쪽에서는 결코 한미FTA를 노무현의 공로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게는,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았듯이 이제는 노무현의 정치적 자산을 그대로 물려받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박정희의 공주님에서 노무현의 공주님으로 화려하게 변신해서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얘기인가? 한미FTA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말은 잘 따져보면 거짓말이다. 나는 박근혜가 정확하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한미FTA를 빼고 모든 것들이 다 바뀐다 라는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박근혜라는 애벌레도 나비로 성장하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좋다. 어쩌면 박정희의 그늘에서 빠져나온 것이라고 인정해줄 때가 된 듯도 하다. 그런데 그런 박근혜가 또 다시 노무현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서야 되겠는가? 이제 공주에서 여왕으로 거듭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싶다. 나는 글자 하나에 관해서만 말한다고 했다. '바꾼다'라고 말하지 말고 '바뀐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내 얘기의 골자다. 부디 박근혜가 '꾼'이 되지 말고, 글자 하나를 바꿔서 '뀐'이 되기를 바란다. '퀸'(Queen)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 박근혜가 '꾼'에서 '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글자 하나를 바꾸는 일이다. '한미FTA만 빼고 다 바꾼다'를 '한미FTA만 빼고 다 바뀐다'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쩌면 박근혜가 공주님에서 여왕님(Queen)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최대업적인 한미FTA를 그대로 잘 이어받는 것이라고 말하라. 그렇게 하면, 어쩌면 박근혜라는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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