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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국회비준동의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행위"
 
CBS시사자키   기사입력  2007/01/27 [08:49]
한미 FTA 협상 문서 유출 사건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협상대표들의 태도를 "국회의 비준 동의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행위"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의원은 26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위원장 한덕수)'가 '문서 유출 사건의 배후로 민주노동당과 심상정 의원을 사실상 지목했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협상대표들이 정부와 국회에 서로 다른 내용을 이중적으로 보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이 이 정도 수준으로 보고 받는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에게 보고되는 내용은 언론의 심층분석 내용보다도 못하다"며, 협상대표들이 "(협상 진행 과정을) 국회에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일부만 보고한다면 국회의 비준 동의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행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만약 (협상대표들이) 계속해서 이중적으로 다르게 보고한다면 또 다른 제보자가 나타날 수 있다"며, 문서유출의 책임자를 색출하는 것보다는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 진행 : 한미FTA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위원장이 발표한 자료에 어떤 문제가 있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 한덕수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미FTA 체결지원위원회라는 조직의 이름으로 6차협상 대응 방향, 대외비문건 유출 관련 설명을 위한 자료가 있다. 이 공식자료에서는 대외비 문건이 유출된 경위 및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국회가 이 문건을 유출했다'고 확정하고 있다. 이번 문건 유출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에서 빠져나갔다고 단정하고 있는 게 문제다. 그리고 대외비 문건 유출 자료에 관계 자료로서 민주노동당이 한미FTA를 반대하면서 지난주에 거리에서 농성한 기사를 실어 놨다. 이 기사는 민주노동당이 어떤 이유로 한미FTA를 반대하며,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한미FTA에 대해 뭐라고 발언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농성하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이는 문서 유출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이 기사를 문서 유출을 문제 삼는 설명 자료에 첨부자료로 실어 놨다. 이건 문서 유출의 묵시적인 행위자로 민주노동당과 그 의원을 지명하는 게 분명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신율 : 그 자리에 있었던 심상정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노회찬 : 그렇다.

신율 : 위원장 측으로부터 해명이 있었나?

노회찬 : 없었다. 한덕수 위원장이 이 자료를 배포하고 그런 식으로 설명하기에 우리는 "만일 국회에서, 특히 민주노동당 의원이 문서 유출을 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한덕수 위원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이 문제 제기 이후에 체결지원위원회의 실무자들이 사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얘기했지만 공식적인 해명도 없었거니와 한덕수 위원장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는 상태다.

신율 : 사라진 문건은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나? 정부의 자작극일수도 있다고 보나?

노회찬 : 아무것도 확실하진 않다. 한미FTA 국회특위에 20부를 배포했고, 별도로 15부를 배포했다고 한다. 그러면 어디서 이것이 세어나갔는지, 아니면 35부 이외의 곳에서 세어나갔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다. 그런 가운데 35부 중 20부가 배포된 국회특위를 단정적으로 지목하고, 그중 특정 정당을 겨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자작극을 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 정부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다만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게 규명해야 한다.

신율 : 일부에서는 "이건 대외비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노회찬 : 이번에 대외비라고 얘기됐던 무역구제를 관철하기 힘드니까 양보하되 양보하기 전에 이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서 다른 걸 챙기겠다는 것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몇 가지 한국적 대응방안 중 하나였다.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방안도 아니었다. 이렇게 나가거나, 아니면 끝까지 무역구제를 고집하거나, 두세 가지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미리 알면 큰일 나는 문제도 아니다. 회담을 하게 되면 미국은 '아, 한국이 그걸 고집하는구나' 아니면 '포기했구나'를 금방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걸 기밀이라고 하는 건 용납하기 힘들다.

다만 내용이 어떻든 기밀로 분류한 자료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그것은 자료 관리의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이 마땅히 책임지고 조사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나 내용적으로는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신뢰 관계의 부족이다. 한미FTA 협상 초기부터 국회에 일정하게 보완을 유지한 상태에서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그때그때 에로점을 밝힐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밝히면서 신뢰 관계를 다져왔다면 설사 이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험악하게 진전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국회의원들은 신문을 통해 더 많은 내용을 알게 된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가 감추기 위해서 소동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각에 있는 것이다.

신율 :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은 "통상교섭본부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협상의 99%는 고위급 회담에서 진행되며, 청와대와 국회에 대한 보고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회의록을 비교해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외교통상부는 내부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색출하고 있다는데?

노회찬 : 참 한심한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정부 핵심 간부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올바른 자세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이 원칙대로 제대로 추진됐다면 그런 내부 제보나 내부 고발이 없지 않겠나. 한미FTA 협상대표들은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과 똑같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대통령도 "내가 보고받는 걸 다 국회에 보고하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 정도 수준으로 보고받는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에게 보고되는 내용은 언론의 심층 분석 내용보다도 못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보고용과 청와대 보고용이 다를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그리고 관계 당국자의 그런 발언까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의문을 갖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중적으로 다르게 보고한다면 또 다른 제보자가 나타날 수 있다. 한 명 색출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근원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신율 : 국회 차원의 행동을 취할 생각은?

노회찬 : 일단 정부 당국에게 문서 유출과 관련된 전말을 철저히 조사해서 밝힐 것, 그리고 국회를 단정적으로 혐의를 둔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전혀 변화된 태도가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 당국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는 이 비준안을 동의할 권한을 갖고 있는데, 동의 여부라는 건 협상이 끝난 뒤 서류 한 장 오면 도장 찍는 절차가 아니다. 협상의 모든 과정에서 이것이 국익에 도움 되는 것인지, 또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라거나 제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일부만 보고한다면 국회의 비준동의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 행위가 된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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