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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권영길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사는 길,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워야
 
변희재   기사입력  2002/12/18 [13:51]
민주노동당의 간판을 내걸고 돌아오다

이번 투표를 통해 1천2백만 봉급생활자의 위대한 정치혁명을 이루고 정리해고를 막아내 보수일색 정치권에 진보의 새싹을 키워내야 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21세기 통일조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안 세력, 즉 진보적 국민정당을 건설할 것입니다.

{IMAGE1_LEFT}대선 투표를 하루 앞둔 1997년 12월 17일, 당시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가 기자회견장에서 다짐했던 말이다.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의 바람에 밀려 권 후보는 1.2%의 득표율에 그치긴 했지만, 그의 공언대로 그는 진보적 국민정당 민주노동당의 대표로 다시 한번 대선에 출마하게 되었다. 그리고 97년의 권영길과 2002년의 권영길의 위상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97년 이전의 진보 진영의 대선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조직의 명망가로서 출마한 반면, 이번 대선의 권영길 후보는 1999년 이후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온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의 간판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울산동구청장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것은 물론 2000년 4·13 총선 때는 울산북구의 최용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500여 표 차이까지 따라붙는 등 21명의 후보가 평균 12.5%의 득표율을 올리며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여세를 몰아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따른 득표율에서 전국적으로 8.1%를 얻어 6.8%에 그친 자민련을 제치고 제3당으로 올라섰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광주(12%), 전북(13%), 전남(15%) 등 호남에서 민주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차지했으며, 울산(24%)에선 한나라당에 이어 2위를 기록하여 다음 총선에서는 영호남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도 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당당히 방송3사의 텔레비전 토론회에 초청되었고, 메인 뉴스에서도 하루 일정이 보도되는 등 분명히 97년도와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더구나 북핵 문제로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권영길 후보가 대선후보 6자 회담에 참석한 것은 진보 진영 후보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 일이었다. 지지율 역시 97년보다 훨씬 오른 3-4%대를 유지하고 있어 100만 표 이상은 무난히 획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렇게 권영길 후보는 5년 전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되어 멋있게 돌아왔다.

민주노동당의 정체성

현재의 상황만으로도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는 상당히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기나 차차기 대선에서 분명히 집권을 목표로 하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지금의 판도에 자족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선 8.1%를 얻었던 지방선거와 대선의 구도 자체가 다르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이유는 영호남에서 해당 지역후보가 싫지만 다른 지역 후보를 찍기 싫어 민주노동당을 대안으로 선택한 유권자들 때문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므로 지방선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의 결과를 민주노동당의 진보 바람의 위력이라고 분석하기에는 조금 무리
가 있다.

그리고 지방선거 때의 이러한 한계는 대선 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대선의 주된 담론인 이회창 대세론, 이인제 대항마론, 노풍, 정풍, 그리고 노·정 단일화론의 틈새에서 민주노동당이 이슈를 선점하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빅3 사이에 낀 민주노동당의 어려움은 KBS 길종섭의 『심야토론』 '권영길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벌어진 해프닝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길종섭: 권영길 후보께 드리는 한나라당 질문. 권 후보께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분당 논의와 정몽준 후보의 신당 추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후보가 이회창 후보나 노무현 후보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과연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입니다.
권영길: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이름을 빌려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정몽  준 후보의 싸움을 붙이려고 그러는데 거기에는 제가 말려들지 않겠습니다.
길종섭: 답변 안 하시겠습니까?
권영길: 네.
길종섭: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민주당에서 보내온 질문입니다. 권영길 후보께 질문드립니다.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후보들은 친인척들이 큰 부자이거나 높은 자리에 많이 있습니다. 그 친척들이 혹시 검은 돈의 유혹에 넘어간다 해도 워낙 많은 주머니를 차고 있어서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 또 친인척들이 소유한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큰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권 후보께서는 어떤 대책을 있다고 보십니까?
권영길: 한나라당 민주당 왜 제3자의 입을 빌려서 다른 당을 공격하려고 합니까? 수법이 똑같네요. 민주당 그러면 직접적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공격을 해야지 왜 제3자의 입을 빌리려고 합니까?(2002년 10월 5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 2: 권영길' http://www.kbs.co.kr )


위의 해프닝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를 경쟁자나 협력자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오직 권영길 후보의 진보적인 시각을 이용해 남을 공격해 보려는 의도만이 엿보이는 질문이 아닌가? 아무리 급하다 해도 노무현 캠프에서조차 권영길 후보에게 이런 식의 질문을 했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기성 정당이 민주노동당을 소홀히 대접하는 이유는 단지 지지세가 약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97년도의 김종필이 이끄는 자민련은 3%로도 안 되는 지지율로 훌륭히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내 연립정권 수립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 등에서 자민련을 멀리 따돌리고도 현실 정치판에서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민주노동당이 가장 왼쪽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이념적으로 기성 정당 사이에서 조율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기성 정당을 우로 밀어붙이고 좌의 공간을 넓혀야 하는 역할, 즉 선거판과 정치판 자체를 뒤집으며 근본적인 개혁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정책대결은 가능한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의 여러 인터뷰를 보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와 반대로 진보와 보수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노동계 내부에서도 간간이 들려오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을 제압하는 논리도 바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 여부이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부유세 신설에 관한 정책일 것이다. 절묘하게도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부유세 신설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자연스럽게 정책적으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차별화가 된 것이다.

그러나 부유세 신설을 제외한 다른 정책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 18개월 단축,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 실시 등 어찌 보면 파격적인 정책안들이 그냥 묻히고 있다. 물론 군소 정당이라는 위치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이미 한국의 유권자들이 선심성 정책에 면역이 되었다는 점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군 복무 18개월과 대학 무상교육에 반대할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책과 공약에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선거 때면 다들 그러지.' 이렇게 흘려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해야 한다. 더구나 단지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를 뒤흔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 10조 원을 부유세로 걷힐 11조 원으로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조세전문가들이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할 일 많고 먹고살기 바쁜 유권자들이 이를 하나하나 따져볼 수 있을까? 그냥 늘 하던 대로 가능성 없는 선심성 공약으로 치부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집권하지 못할 건데 무슨 말을 못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의 정책선거의 현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경제성장률 6%와 7%로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럼 허경영 후보는 8%를 약속하고 장세동 후보는 9%를 약속하면 득표에 도움이 되겠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정책들 역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동당의 자산은 당비 내는 당원

민주노동당이 근본적으로 바라는 정치판의 변혁은 물론 이념과 정책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를 더욱 빨리 이룩시키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정책선거가 선명한 정책만 내걸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최대의 자산은 누가 뭐라 해도 당비를 내는 3만여 명의 당원이다. 3만여 명의 진성 당원 덕에 민주노동당은 정경유착이 가능할 여지가 없으며, 배신과 변절의 정치인이 나올 가능성도 없다. 인터넷에서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의 이재오나 김문수 의원의 예를 들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만약 민주노동당의 정치인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는다면 해당 지역의 당원들이 가만히 놔두겠는가?

이제부터는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니 혹시라도 민주노동당 당원이 내 글을 본다면 '한 명의 유권자가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점'이라는 시각으로 편하게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장점이 의외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가 개판 5분전이 되는 가장 결정적인 원흉이 바로 지역보스가 좌지우지하는 기형적인 정당 구조에 있다면 여기부터 칼을 대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 어떤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다른 것은 다 뒤로 미루더라도 당원이 지역보스의 돈을 받고 향응을 제공받는 것이 선진정치의 기준으로 볼 때 얼마나 기상천외한 일이고, 여기서부터 정치권의 모든 비리가 터져 나온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이는 대선 때부터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 때도 일관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당원 구조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개혁적 국민정당을 노무현과의 관계를 들어 비판하는 것은 전략상 옳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개혁적 국민정당과 함께 당비를 내는 당원만으로 운영되는 민주노동당의 장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비판을 한다 할지라도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화두로 삼으면 민주노동당에는 별로 유리할 것이 없다.

한나라당과 대립하라

민주노동당이 선거에서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소재는 또 있다. 바로 지역 구도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권영길 후보는 올해 초 『딴지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지역 구도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음…….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 지역주의를 없앨 무슨 뾰족한 방안이 있느냐? 현 단계에서는 저는 없다고 보는 겁니다. 해결은 장기간 시간을 요한다. 왜 장기간이냐? 진보주의나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할 수 있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질 때, 그런 상황에서만이 지역주의가 청산이 된다. <일망타진 인너뷰 제6탄 권영길> http://www.ddanzi.com/ddanziilbo/president/interview/67_p01.asp

{IMAGE2_RIGHT}권영길 후보는 지역 구도에 관하여 시종일관 기계적인 중립의 시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판한다. 이는 어찌 보면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의 시각과도 유사하다. 이를 뒤집어 말한다면 지역감정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한 민주노동당이 지역 문제를 자신만의 이슈로 끌어들일 수가 없다는 뜻도 된다.

나는 조심스럽게 선거운동의 차원에서 지역 구도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최소한 97년 이후부터는 민주당이 지역 구도의 수혜자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영남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민주노동당이 지역감정 문제에 있어서 한나라당을 주 비판 대상으로 삼으면 의외의 소득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영남에서 지역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지닌 유권자들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호남의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적 지지 논리를 활용하라

권영길 후보는 출마하기 이전부터 노무현이라는 개혁적인 인물로 인해 신비판적 지지론이 대두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렇듯 비판적 지지론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전략이 통해서인지 97년도와 같이 비판적 지지론이 세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달라진 민주노동당의 위상과 노무현 후보의 낮은 지지율 또한 비판적 지지론의 입지를 줄여 놓았다.

그러나 만약 정몽준 후보가 중도 탈락하여 대선 구도가 노무현과 이회창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다면, 진보 진영 내에서 비판적 지지론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회창과 노무현이 지지율 1% 차이의 박빙승부가 되고 있다면, 권영길의 지지율 3-4%가 대선의 결승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시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유권자들에게 강력히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판적 지지 논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보라는 것이다.

노무현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말고 노무현이든 이회창이든 결승표의 힘을 갖고 직접 만나서 정책 공조를 제안해 보는 것이 어떨까? 후보연합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지지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재의 정치 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확답을 받아놓으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 그리고 총선에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실현된다면, 더 이상 비판적 지지론에 시달릴 필요가 없게 된다. 이번 기회에 전 국민 앞에서 이를 공약하도록 유도한다면 민주노동당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내가 말한 뜻은 권영길의 표가 승부를 가리는 상황이 오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이, 오히려 이를 통해 권영길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니 혹시라도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보 권영길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지지자가 아닌 이상 선뜻 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지지자가 아닌 이상 민주노동당의 홍보성 글을 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감히 비판이나 조언하는 글을 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제 몫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돌려 생각해본다. 민주노동당의 정당 구조와 권영길이라는 인물의 이력을 생각해볼 때 5공의 잔재 장세동과 지지율이 비슷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마치 민주노동당은 바로 말도 안 되는 한국 정치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무게'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대중화가 지연되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권영길 대표는 "저는 인간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정치, 사랑과 정렬, 미움, 용기, 눈물 같은 인간의 흔적을 간직한 정치를 해보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역시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의 이미지는 그런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노사모가 한창 화제에 오를 때 노사모 홈페이지와 노무현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감동적인 휴머니즘이 깔린 글들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번 들어가면 질려버릴 정도로 이론과 담론의 칼들만이 무성하다.

노무현에 대한 열광이 노무현의 바보짓에 가까운 지역감정과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는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듯이 민주노동당 안에는 노무현 이상 가는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던가? 그런데 '바보 노무현'과 같은 친근한 표현을 민주노동당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바보라는 말은 노무현보다는 권영길이 백번 들어 마땅할 텐데, 왜 바보 권영길이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리는 걸까?

나는 고민고민하며 조심스레 구체적인 조언을 했지만 실상 간단히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무게를 좀 덜어내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동당 당원들 역시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고민하고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방법에 관한 문제라면 당원들보다는 민주노동당이 다가가야 할 일반 유권자들의 생각이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내 글도 그렇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인물과 사상] http://inmul.co.kr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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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2/18 [13: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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