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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행진을 '주권 되찾기'의 출발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관계에 종말이 온다?ba.info/css.htm
 
강정구   기사입력  2002/12/13 [17:31]
반신불수의 우리 주권

요즘 한반도에 일고 있는 몇 가지 미국관련 사건들은 이 땅이 뉘 땅이고 이 나라가 누구 나라인지 분간조차 못하게 한다.

우리의 꽃다운 여중생은 미국 땅이 아닌 우리네 땅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살해당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살인행위에 대해 자기들이 조사도 하고 재판도 하드니 '죽인 자는 없는데 죽은 자는 있다'는 속임수 판결로 끝내 버리려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주권일랑 행사하지도 못하고 행사하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네 정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http://jabo.co.kr/zboard/


솔리건 소장이라는 일개 미군장성이란 자가 11월 28일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남과 북은 운전자까지도 반드시 '상전'인 그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불호령을 내리셨다. 군사분계선에 있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자기들 소유이고 자기들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식이다. 통일시대를 맞아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향한 민족 자주적인 행보의 삯부터 짤라 버리겠다는 속내를 드러내었다. 이는 주권국가라는 우리네 땅위에 미국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탈식민지시대의 변형식민지 논리이다.

미국은 또한 98년 북한의 지하시설들에 대해 BDU-38이라는 모조 핵폭탄을 투하하는 실전연습을 통해 10시간 이내에 미 본토로부터 핵공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는 핵 선제공격이나 위협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94년 북미제네바합의 위배이다. 이번 여름에도 우리가 월드 컵 '붉은 악마'에 취해 있을 때 미국은 남한정부에도 비밀로 붙인 채 북한에 대한 비밀 전쟁계획을 입안하다가 중단했고 핵태세보고서 등에서 언제나 북한을 핵선제공격 0순위로 올려놓고 있다.

이제 미국은 소위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시인했다는 석연치 않은 핵 의혹 제기로 전쟁을 통해 단기적으로 북한의 생명권을 빼앗거나 장기적으로 봉쇄를 통해 북한을 고사시키는 책동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남한의 주권을 반신불수로 만든 상태에서 북한의 주권을 온통 집어 삼켜 한반도 전체를 성조기로 덮으려는가 보다.

주권 되찾기 운동으로서의 광화문 촛불행진

허기야 이제까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반신불수가 아니라 거의 전신이 미국의 주권에 의해 불구가 되어 있는 상태와 다를 바 없었다. 작전지휘권도 없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기간도 없이 영구조약이 되어 있고, SOFA에는 미국주권 일색이고 한국주권은 찾아보기 힘들고, 한반도평화선언이나 대북한 전력지원 등이 모두 미국의 비토에 의해 좌절되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결과 미국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기막힌 죽음 앞에서도 여전히 그 오만한 변형식민지 지배를 여지없이 휘둘렀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본질이 극단적인 형태로 가시화 된 것을 목격하고서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서민주도의 주권 되찾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이번 광화문 촛불행진이다.

미국과 주한미군에 의해 유린당하고 억눌린 우리의 주권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제2 제3의 효순이와 미선이를 막기 위해서도 '주권 되찾기'는 절박한 과제이다. 그러나 이를 우리 사회의 소위 상층부라는 집단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대중정권이나, 일부 극소수의 극렬분자의 선동 결과로 몰아 붙이는 청와대 외교안보, 국방부, 법무부 등 정부관료집단이나, 친미예속사대주의 냉전세력이 지배하는 우리 주류 정치계나, 그 보다 더 노골적으로 '반미'를 우려하면서 일제시대부터 예속사대주의로 잔뼈가 굵은 주류언론이나, 권력과 외세를 해바라기처럼 좇아 다니는 사대주의 지식인 등 어느 누구에게도 '주권 되찾기'를 맡길 수도 없다.

이들은 이정빈 전외교장관이 핵심을 찔렀듯이 미국의 주류가 동으로 가면 이들은 극동으로 가고 미국의 주류가 서로가면 이들은 극서로 가는 등뼈도 자존도 없는 집단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일제시대 친일민족반역자처럼 주한미군이나 미국에 의해 특혜를 누리는 집단들이다. 6.25전쟁 당시 미국이 긴급상황에 대비해 수십만 주류들을 제주도로 피난시키는 계획까지 세울 정도니까 말이다. 이들은 진짜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다운, 곧 미국 국적을 가진 듯한 한국인이니까 말이다.

생활상 요구로서의 반미운동

그러나 우리 서민들은 윤금이, 효순이와 미선이, 전등록, 매향리 주민, 미군이 뿌린 독극물이 담긴 수돗물을 마셔야 하는 서울 보통시민과 노동자 농민들로서 바로 주한미군이나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의해 생명과 생존을 끊임없이 박탈 및 위협받고, 잠식당하는 피해 당사자들이다. 우리의 환경권, 생활권, 생명권, 여성해방권 등에서부터 민족의 자주, 평화, 통일 및 주권에 이르는 곧, 미시 및 거시를 포괄하는 총체적 수준의 침해를 최첨단에서 겪어야 하는 것이 우리 서민이다.

{IMAGE1_LEFT}이번 광화문 촛불시위와 전체 국민대부분에 포진되어 있는 반미주의 및 반미운동은 여중생살해사건, 남북화해 파괴자, 전쟁도발주도자라는 미국의 실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미국과 주한미군으로부터 비롯되는 생활 속의 질곡이 결합되어 상승 시너지효과를 거둔 결과물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인권, 나라의 주권, 민족의 자존권 등을 되찾기 위한 이 민중과 시민주도의 '주권 되찾기'운동은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통일시대라는 민족사적 요구와 결합되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한 기본 동력으로 승화될 것으로 보인다.
12. 12 대한매일신문 만평(백무현)

이러한 역사 구조적 산물로 등장한 한국 민중·시민의 반미운동에 안달이 난 미국의 주류 중에 주류를 대변하는 언론인 월드스트리트저널(WSJ)이나 파이낸셜타임즈(FT)는 반미운동을 폭력사태로 규정짓고, 참여자를 폭도로 몰아 붙인다. WSJ는 우리의 합리적 반미운동을 '분명히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규정짓고, 노무현대통령후보를 '단순히 미국을 매도함으로써 쉽게 인기를 얻'어려 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또 FT는 '이회창씨가 당선되면 한국의 대미 관계는 건강을 되찾을 것이지만 노무현씨가 이길 경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 중 하나인 한미 관계는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권 되찾기는 대통령선거에서도

나라의 주권과 민족의 자존을 되찾기 위한 당연한 우리의 요구가 이들 미국 및 영국의 주류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낙인찍힌다. 또 이 서민주도의 주권 되찾기를 대통령선거에 까지 연결시켜 외풍을 일으키고 그 결과 자기들 입맛에 맞는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듯하다. 우리의 역사행로까지 미국 주류들의 입맛대로 끌고 나가려 한다. 이들은 이미 군부독재의 계승자인 노태우를 일방적으로 지지한 87년 대선에서부터 이러한 행보를 보여 왔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투표일 직전에 누군가에 의해 대통령선거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듯한 불상사가 돌출 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이러한 불상사가 혹시 발생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그것도 미군의 주권만이 행사되는 군사분계선이나 또 일상 서민의 감시가 취약한 백령도 같은 지역에서 돌발한다면 우리 주권이 미치지 못하니까 진상규명도 되지 않은 채 선거는 그들 입맛에 맞게 끝나버릴 수 있다. 정말 염려스럽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해방이후 수 없이 많은 선거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우리 유권자들은 이제 이런 일에 오히려 역반응을 보일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한다. 이제 서민주도의 주권 되찾기 운동을 펼칠 정도로 성숙했으니까 아마 나의 염려걱정은 기우로 끝날 것이다.

서민주도 주권 되찾기는 1일 유엔사가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객들의 군사분계선 통과 절차를 기존 관례처럼 간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일단의 결실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동해선 임시도로만 해당되는 것으로, 동해선 철도와 경의선 구간은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고 국방부가 밝힌 것처럼 조그만 주권회복에 불과하다. 앞으로 개성공단이나 경의선.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에서도 우리는 서민주도 주권 되찾기를 통해 우리의 주권을 되찾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영역의 주권까지 걸머지어야 할 것이다.

* 본문은 평화만들기 http://www.peacemaking.co.kr/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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